호수비에 역전타까지... 김휘집 “지금은 야구 인생의 변곡점”
뷰캐넌에게 유독 강해... 지난 시즌 0.571
올 시즌에도 첫 만남부터 맹타
'핫 코너' 3루수 자리에서는 부진... "점차 자신감 쌓고 있다"
키움의 ‘영건 타자’ 김휘집이 공수에서 제 역할을 하며 팀의 연패를 끊었다.
김휘집은 20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KBO리그 삼성과 경기에서 6번 타자 3루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1안타 3타점을 기록하며 팀의 6-1 대승을 견인했다.
호수비로 시작했다. 0-1로 끌려가던 1회초 2사 1루에서 김휘집은 더그아웃을 안으로 떨어지던 오재일(삼성)의 큰 파울 타구를 몸을 날려 잡아내며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아냈다. 키움 선발 요키시가 흔들리던 시점이라 김휘집의 이 수비는 더 값졌다.
분위기는 단숨에 되살아났다. 곧이어 이날 경기의 결승타가 터졌다. 1회말 앞선 타석의 연이은 안타로 1점을 만회한 뒤 찾아온 역전 만루 기회, 타석에 들어선 김휘집은 좌중간 2루타로 3점을 모조리 쓸어 담으며 완전히 분위기를 바꿨다.
경기 후 김휘집은 1회초 호수비에 대해 “달려가면서 공이 시야에 정확히 들어왔다. 잡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뛰어들었는데,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당시 김휘집은 펜스에 몸이 걸려 중심을 잃은 채로 공을 잡아냈다. 자칫하면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우려에 “달려가면서 점프한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발이 땅에 붙어 있다가 순간적으로 점프한 것이라 괜찮았다”며 투지를 드러냈다.
이날 김휘집은 타석에서도 침착했다. 그는 “평소 같으면 점수를 내야 한다는 생각에 머리가 복잡했을 거다. 그런데 오늘은 유독 잡생각이 덜 났다”고 전했다. 이어 “전력 분석팀과 타격 코치님이 말해준 부분을 계속 생각하며 타석에 들어갔다. 주자가 없다고 생각하고 투수에게 집중하며 타격했더니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김휘집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삼성의 에이스 뷰캐넌에게 강한 면모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시즌 김휘집의 뷰캐넌 상대 성적은 7타수 4안타(타율 0.571)에 타점도 2점이 있었다. 올 시즌 뷰캐넌과의 첫 만남이었던 이날도 어김없이 장타를 때려내며 ‘뷰캐넌 천적’으로서의 모습을 과시했다. 김휘집은 “뷰캐넌과 만나서 얘기도 해 봤다. ‘이제 그만 쳐라’, ‘오늘은 치지 말라’고 농담도 하더라”라고 웃으며 전했다. 그러면서 “뷰캐넌 선수 공이 워낙 좋지만, 투수가 누구든 간에 내 마음가짐과 타격 페이스가 제일 중요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날 터진 결승타는 김휘집의 시즌 6호 안타다. 때려내는 족족 루를 꿰뚫고 담장을 넘기는 장타지만, 정직 타율은 0.171로 부진하다. 김휘집을 포함한 타자들의 ‘단체 슬럼프’에 홍원기 키움 감독은 지난 11일 강병식 타격코치를 1군 엔트리에서 말소했다. 이 상황에 대해 김휘집은 '일정 부분 내 책임'이란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 김휘집은 “주중 첫 시리즈 때 내가 삼진을 당하고부터 분위기가 안 좋아진 것 같다"며 "강 코치님 덕분에 많이 성장했는데 나 때문에 2군으로 내려가신 것 같아 죄송하다”고 전했다.
그렇기에 더욱 심기일전하고 있다. 김휘집은 “내가 앞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야 코치님 마음이 더 편해질 것 같다. 코치님과 연습했던 루틴 대로 훈련하고, 코치님이 옆에 있다고 생각하고 경기에 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강 코치가 강등되기 전까지 무안타에 그치던 김휘집은 11일 두산과의 경기에서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몸을 데우기 시작했다. 19일 삼성과의 3연전 첫 경기 때는 역전 투런포를 터뜨리기도 했다.
이날 역시 결정적인 안타를 쳐낸 김휘집은 현재를 “야구 인생에서 큰 변화를 맞고 있는 시점”이라고 봤다. 그는 “타석에서 평생 안 고쳐지던 부분이 고쳐졌다”며 “아직 성적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지만, 타석에서 안정을 찾은 것 같다. (타격) 스탠스에 변화를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아쉬운 모습도 있다. 주 포지션인 유격수에서 3루수로 자리 이동한 것이 아직 몸에 익지 않은 것. 이날도 5회초 1사 2루에서 구자욱(삼성)의 평범한 땅볼을 처리하지 못해 주자에게 3루를 내줬다. 김휘집은 “부담이 있는 것까진 아니지만, 유격수에 비해 3루 수비가 어렵긴 하다”며 “3루는 유격수 자리에 비해 시야가 갇혀 있다. 원래는 배트와 공이 맞는 걸 본 후에 스타트를 끊었는데, 그런 부분이 잘 안 보이다 보니 처음에는 수비하기 굉장히 까다로웠다”고 털어놨다.
3루는 빠르고 강한 타구를 온몸으로 감당하는 수비 위치다. 김휘집은 “왜 3루가 ‘핫 코너’인지 실감하는 요즘”이라면서도 ”많이 연습하며 경험을 쌓았더니 조금씩 자신감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느 포지션이든 맡은 바를 해내는 것이 내야수의 의무이기 때문에 지금의 자리에서 건실하게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김수연 인턴기자 0607tnd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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