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총수 총출동…'尹 경제사절단' 꼬인 실타래 풀까
美 중심 반도체법·IRA서 韓기업 해법 찾을지 기대
4대 그룹 총수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에 동행한다. 이에 따라 경제사절단이 가져 올 결과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이 반도체·자동차·배터리 등 국내 주요 산업군에서 자국 중심 정책을 앞세우고 있는 만큼 국내 기업들은 정부와 함께 돌파구 마련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4대 그룹 총수 모두 나섰다
20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따르면 이달 하순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에 국내 기업 122개사가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한다. 이번 정부 출범 이후 최대 규모다. 대기업 19개, 중소·중견기업 85개, 경제단체 및 협회·단체 14개, 공기업 4개 등 총 122개로 구성됐다.
특히 이번 사절단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와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등 6대 경제단체장이 모두 참여한다. 이는 지난 2003년 이후 20년 만에 처음이다.
이와 함께 △신동빈 롯데 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 △허태수 GS 회장 △정기선 HD현대 사장 △이재현 CJ 회장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 △박정원 두산 회장 △구자은 LS 회장 △조현준 효성 회장 △SK온 최재원 대표이사 등도 사절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 사절단의 방미 테마는 '첨단산업'이다. 반도체를 비롯해 항공우주·방산·에너지 등이 포함된다. 사절단은 전경련과 미국상공회의소가 주관하는 한미 첨단산업 포럼, 미국 정부 주최의 백악관 환영 행사, 중소벤처기업부 주최 한미 클러스터 라운드 테이블 등에 참석해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한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첨단 기술 동맹 강화를 위한 세 가지 키워드는 첨단 산업 공급망과 첨단 과학기술, 첨단기업 투자 유치"라며 "양국 경제인 간 행사를 통해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바이오 등 첨단산업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반도체법·IRA 영향력 최소화할까
업계에서는 이번 경제사절단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미국이 반도체지원법,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자국 우선주의 정책을 강화하고 있어서다. 국내 기업은 이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국내 재계 총수들이 총출동한 이유다.
우선 반도체 업계에서는 반도체 보조금 신청 관련 자료 제출 범위 축소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달 미국 상무부는 반도체 공장 보조금 신청 요건으로 웨이퍼 종류별 생산능력, 가동률, 예상 수율(결함 없는 합격품의 비율) 등을 내걸었다. 사실상 기업의 영업기밀을 공개해야 보조금 신청이 가능한 셈이다.
이에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보조금 신청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170억달러를 투입해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공장을 세우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첨단 패키징 제조시설 등에 15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보조금 신청에 대해 "신청 양식이 많이 까다롭더라"며 "많이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정부 차원의 해법 모색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 "한미정상회담에서 경제안보 현안으로 미국 반도체법에 대한 요건 완화를 요구할 필요가 있다"면서 "보조금 요건에 포함된 정의, 예외, 단서조항 등을 활용해 국내 기업에 유리한 조건이 반영되도록 협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동차·배터리 업계는 IRA의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한다. IRA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 대해서만 세액공제 형태로 보조금을 지급한다. 하지만 현대차와 기아는 모두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배터리 업계의 경우 IRA의 수혜주로 꼽힌다. 하지만 배터리 공급망 확보에 대한 숙제가 남아있다. IRA에 따르면 오는 2025년부터 배터리 제조에 활용되는 핵심 광물을 '외국 우려 단체'에서 조달해서는 안된다.
IRA가 중국을 견제하는 법안인만큼, 중국은 외국 우려 단체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핵심광물의 대부분이 중국산인 배터리 업계로서는 공급망의 '탈(脫)중국화'가 시급하다.
한편, 삼성과 LG는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를 앞두고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한국전쟁 참전용사 영상을 상영하며 분위기 환기에 나섰다. 양사는 이날부터 2주 동안 한국전쟁 참전 용사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뜻을 담은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헌정 영상을 상영한다.
백유진 (by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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