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 습관의 사회화와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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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으로 부임한지 3년째 일어나자 마자 늘 나만이 하는 리추얼(ritual)이 있다.
아침 일찍 등교한 학생들, 학교 교정에서 재잘거리는 새들, 교정의 나무들을 살며시 깨우는 감성의 노래들이다.
학교는 언제나 그러했듯이 서로를 위안하고 격려해 주는 휴머니스트들의 공간이어야 한다.
내가 아침에 음악을 선곡하고 틀어주는 습관처럼, 아침마다 함께 나누는 인사말처럼 개인이 가진 습관은 다른 사람에게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영향을 미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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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으로 부임한지 3년째 일어나자 마자 늘 나만이 하는 리추얼(ritual)이 있다. 학생들에게 들려줄 음악을 선곡하는 일이다.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둔 이후에야 비로소 하루가 시작되는 느낌이다. 보통 7시 10분 안팎으로 학교에 출근한다.
출근 후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스피커를 가지고 나와 현관 앞에 설치하는 일이다. 그리고 새벽에 선곡해 담아둔 플레이리스트의 음악을 틀어 준다. 보통 7시10분부터 7시30분까지 들려주는 음악은 보통 계절이나 날씨와 어울리면서도 발라드나 클래식 등이다. 아침 일찍 등교한 학생들, 학교 교정에서 재잘거리는 새들, 교정의 나무들을 살며시 깨우는 감성의 노래들이다. 7시 30분부터 8시 10분까지는 많은 학생들이 등교하면서 분주해지는 시간이다. 이때는 빠른 템포의 댄스곡을 틀어주는데, 리듬을 타는 아이들의 어깨선이 들썩거리기도 하고, 등교하는 발걸음에서 경쾌한 스텝이 박자감 있게 보이기도 한다.
현관 앞에 학생들이 도착하면서 함께 나누는 인사도 기분 좋은 일이다. 내가 먼저 '굿모닝. 안녕하세요!'라고 하면 처음에는 모른 체하거나 목례만 했던 아이들도 이제는 같은 말로 많이들 화답해 준다. 가끔 '안녕하세요!'라고 내가 인사했을 때 '오늘 날씨가 좋은 것 같아요'라거나 '교장선생님 오늘 즐겁게 지내세요'라고 화답해 주면 갑자기 엔돌핀이 돌고 그 학생과의 관계가 한발짝 더 진화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 순간에는 이른 아침 쌀쌀함 때문에 느끼는 한기도 봄눈 녹듯 사라진다.
학교는 언제나 그러했듯이 서로를 위안하고 격려해 주는 휴머니스트들의 공간이어야 한다. 날 서있고 뾰족한, 때로는 공격적인 말과 표현들이 그동안 얼마나 학교 교육을 불안하게 만들었는지 우리 모두 되돌아보지 않으면 안된다.
어느 학자는 감정 단어에 대한 연구에서 한국인의 유쾌-불쾌 감정이 434개로 분류되는데, 그 중 72%는 불쾌 감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나오는 감정이 대부분 불쾌 감정이라면 그런 감정 상태에서 나오는 말도 부정적인 말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래서 학교는 의도적으로라도 긍정적인 말들이 많이 생산되고 소비되어야 한다. 내가 아침에 음악을 선곡하고 틀어주는 습관처럼, 아침마다 함께 나누는 인사말처럼 개인이 가진 습관은 다른 사람에게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영향을 미치게 된다. 좋은 말들과 서로에 대한 배려가 학교 구성원 모두의 습관이 된다면 학교는 훨씬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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