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더 사랑하고 싶어서…” 안희연이 ‘거절’을 연습하는 이유
“작품 선택에는 많은 기준이 있고, 다른 기준들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중에서 제일 최고 우선순위는 내가 지금 하고 싶은지 안 하고 싶은지에 두려 노력을 많이 하고 있어요. 회사에서도 이런 저의 가치관을 많이 존중해주시고, 그런 걸 응원해주시죠. 하고 싶은 걸 하라고 응원해주신 덕분에 그런 기준으로 선택할 수 있었죠. 그래서 세간에는 도전적인 이미지로 비춰졌던 게 아닌가 싶어요.”
소위 ‘걸그룹 센터’ 이미지를 깨부수는 선택지도, 배우 안희연에겐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었다. 매 작품마다 그저 “재미있을 것 같아서” “당시 끌렸기 때문에”가 그의 선택의 이유였다. 그리고 그 선택들은, 지금의 다채로운 안희연의 필모그래피로 차곡차곡 쌓였다.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한 지 3년 여. 처음과 지금 달라진 지점은 무엇일까.
“많은 게 달라진 것 같아요. 사실 연기로는 아직도 병아리라, 연기는 여전히 잘 모르겠는 ‘미지’의 세계인 건 그대로인 것 같아요. 그렇지만 3년 전과 비교해보면, 사람으로서는 이제야 좀 30대 같은 느낌이죠. 뭔가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중요한 것들, 삶의 우선순위가 바뀐 듯한 느낌이에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그는 “일단 사람을 많이 좋아하게 됐고, 좋아한다는 걸 인정하게 됐다. 그리고 과거엔 일이 진짜 중요했다. 일이 나고, 내가 일이었다면 지금은 ‘워라밸’이 중요하다. 일을 떠나 나의 삶이라는 게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인터뷰 중, 그는 최근 SNS에 게재해 화제가 된 ‘더 사랑하고 더 믿고 싶어서 거절을 연습하고 있다’는 근황의 속내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제가 세상에 대해, 나와 다른 사람에 대해 ‘내가 나를 드러내면 싫어할거야’라는 왜곡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사실 몰랐거든요. 그런데, 나를 드러내지도 않아놓고 그걸 겁내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죠. 본문에선 ‘거절’이라고 표현했지만 그 거절은 아마, 나를 드러냄인 것 같아요. 이젠 용기를 내서,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조금씩 더 드러내야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17살 때부터 연습생을 하고 지금까지 쭉 그렇게 살았으니까. 어떻게 보면 좀 일찍 사회에 발을 뗸 거잖아요. 그래서 생긴, 더 강화된 왜곡인 거 같기도 해요. 그걸 이제 알았으니, 더 이상 그렇게 살고 싶진 않은 거죠. 그래도 그 과정에서 어떻게 보면 스파르타식으로 훈련이 됐다고 할까요? 그 시간들이 만들어준 지금의 내 모습이 만족스럽고, 감사하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한 지난 시간들에 굉장히 감사함이 큽니다.”
현재 그의 마음 속을 지배하는, 자기 자신을 드러냄에 대한 고민은 연예인이라는 특수한 직업군에서 온 지점도 있지만, 한편으론 자신의 나이대 사람들이 흔히 갖는 고민이라는 생각도 하게 됐다고. 그는 “직업과 나이를 밝히지 않고 자기 이야기를 하는 모임에 가본 적이 있는데, 다양한 직종에 종사하는 많은 분들이 비슷한 고민을 이야기하더라”며 “‘아 내가 지금 나이대에 맞게 잘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그 자체가 큰 감사함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향후 자신의 모습에 대해선 어떻게 그려가고 있을까. 안희연은 “예전에 비해 지금은 내가 뭘 원하는지가 중요해졌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살지 않을까”라고 빙긋 웃었다.
“과거의 저는 미래지향적인 사람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아무리 계획하고 꿈꿔도 절대 내 생각처럼 되지 않는구나 하는 걸 느꼈어요. 미래가 크게 중요하진 않아요. 지금은, 지금이니까요.”
[박세연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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