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식탐탐] ⑦ 자생종 봄나물 곤달비를 아시나요?
전문가들 "향과 쓴맛 약해 젊은 세대 입맛에 맞아"
[※ 편집자 주 = 각종 콘텐츠 플랫폼에서 '먹방', '맛집'이 주요 콘텐츠로 자리 잡으면서 먹거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요식업계는 자영업 태동기, 프랜차이즈 시대, 노포·맛집 유행기를 지나 이제는 어떤 식재료를 사용해 음식을 만들었는지가 중요해지는 '식재료 시대'에 왔습니다. 연합뉴스는 농도(農道) 전북에 자리한 농촌진흥청과 함께 국내 우수 식재료(농축산물)와 가공식품을 중심으로 생산물, 생산자, 연구자의 뒷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소개하고자 합니다. 또 현업에 있는 셰프와 식음업계 전문가들의 솔직한 식재료 리뷰를 담아내 소비자의 궁금증을 해소할 계획입니다. 코너 제목은 '좋은 식재료를 탐구하고 연구한다'는 의미로 호식탐탐으로 지었습니다.]
(전주=연합뉴스) 김진방 기자 = '곤달비를 아시나요?'
해마다 봄이 되면 식도락가를 유혹하는 내음이 있다. 바로 봄향기 가득한 봄나물 내음이다.
머위, 곰취, 냉이, 달래, 두릅, 씀바귀, 방풍나물, 돌나물, 엄나무순 등등 열 손가락이 부족할 정도로 많은 봄나물이 식탁을 차지하기 시작하면 비로소 봄이 왔음을 느낀다.
봄나물의 향연 속에 유독 생소한 이름의 봄나물이 눈에 띈다.
곤달비(Ligularia stenocephala (Maxim.) Matsum. & Koidz.)라는 이름의 이 봄나물은 씁쓸한 맛이 입맛을 돋워주는 곰취(Ligularia fischeri (Ledeb.) Turcz.)와 생김새가 비슷한 탓에 1980년대까지도 제 이름으로 불리지 못했다.
경북과 경남, 강원, 전북 등 한반도에서 자생하거나 재배가 되지만, 1980년대 이전에만 해도 곰취와 구분하지 않고 통용해 '곰취'라 불렸다.
곤달비라는 이름의 기원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으나 곤달비가 자생하는 전북 남원 지리산 인근 마을에서는 '곰돌뵈'라는 말에 그 기원이 있다고 알려졌다.
'곰'은 곤달비의 잎 모양이 곰의 발바닥을 닮았다고 해서 따왔고, '돌뵈'는 산에서 나는 식물을 가리키는 말이다.
모양이 매우 흡사한 곤달비와 곰취는 식물학적으로는 동속(同屬)식물이나 종이 다른 이종(異種)식물이다. 사람으로 치면 먼 친척쯤 되는 셈이다.
형태적으로도 곤달비는 잎 폭이 20㎝ 정도 크기로 곰취보다 작으며, 줄기에 오목한 홈이 없이 편평한 것이 차이점이다.
곤달비는 국화과의 쌍떡잎 여러해살이 식물로 우리나라 남부 도서 지역의 깊은 산 습지에서 자란다.
농진청이 발간한 <농업기실길잡이 산채류재배>(2018)에 따르면 곤달비는 전남 홍도가 특산 자생지며 일본, 대만, 중국 등에도 분포하고 있다.
곰취의 아류로 분류되던 곤달비가 주목받기 시작한 건 최근에 와서 일이다.
곤달비는 고지대에서 나는 곰취와 달리 고도 100m 내외 지역부터 고랭지에 이르기까지 어디에서나 잘 자라 재배 조건이 까다롭지 않고, 여러해살이 식물로 한번 종묘를 증식하면 다년간 수확이 가능하다.
최영민 전북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는 "곰취가 해발 400∼500m 이상에서만 재배되는 것과 비교해 곤달비는 재배 고도제한이 없다"면서 "2월부터 이른 수확이 가능하고, 함유 성분에 항산화 물질이 많아 노화 예방, 항당뇨 등의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농가에서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희경 전북농업기술원 허브·산채시험장 농업연구사도 "아직은 널리 알려지지 않아 전국 재배 면적이 40㏊ 안팎으로 곰취(300㏊)와 비교해 넓지 않지만, 재배 편의성 등에서 경쟁력이 있다"면서 "캠핑 문화 확산과 샐러드 제품 소비 증가로 수요가 늘어난다면 발전 가능성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분석했다.
농가들이 농한기 소득 증대에 도움이 되는 곤달비 재배에 긍정적인 점도 곤달비의 장점 중 하나다.
지리산 바래봉 인근에서 곤달비를 재배하는 최영호(71)씨는 "곤달비가 다른 봄나물에 비해 이른 시기 수확이 가능하기 때문에 2월 말부터 출하를 할 수 있다"면서 "2월에는 1㎏당 1만8천원으로 경쟁 작물의 두 배 정도 가격에 거래가 되고, 길게는 6월까지 수확할 수 있어 농한기 수익에 큰 도움이 된다"고 소개했다.
최씨는 이어 "곤달비 농사를 10년 넘게 지었는데 한번 증식을 한 뒤로 아직 추가로 증식한 적은 없다"면서 "해충이 적고, 병에 강해 재배하기가 쉬운 점도 곤달비를 재배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곤달비는 일반 봄나물과 같이 쌈 채소로 생으로 먹거나 나물로 무쳐 먹고, 전을 부치거나 김치나 장아찌로 담가 먹기도 한다.
곰취에 비해 향이 약하고, 봄나물의 매력인 쓴맛이 덜하다는 것이 단점으로 꼽히지만, 오히려 이를 장점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정혜경 호서대 식품영양학과 명예교수는 "젊은 세대로 갈수록 향이 강한 봄나물을 선호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면서 "아무래도 나물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이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 봄에 나물을 먹는 문화가 점차 사라지는 이유"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학교 급식을 통해 봄나물을 제공하면 좋겠지만, 봄나물은 상당히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급식에 사용하기 어렵다"면서 "곤달비같이 젊은 세대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봄나물의 조리법을 개발해 널리 알린다면 사라져 가는 우리 식문화를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곤달비를 다양한 방식으로 즐길 수 있다고 소개했다.
지리산 제철음식학교를 운영하는 음식문화운동가 고은정 대표는 "곤달비는 예전에는 곰취 대체 나물로 사용했다. 은은한 향이 매력적이어서 남녀노소 모두 부담 없이 먹기 좋은 것이 장점"이라며 "젓갈 양념으로 겉절이를 해 먹어도 좋고, 간장, 된장, 고추장 양념으로 무쳐서 나물 요리를 해 먹기도 좋다"고 설명했다.
이어 "곤달비는 생으로도 먹지만, 쪄서 숙채로도 먹을 수 있다"면서 "쌈밥의 쌈 채소로 먹거나 우리 전통장을 활용해 장아찌로 가공해서 먹는 것도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어라우즈 오너셰프인 장준우 셰프는 "곤달비는 쓴맛이 강한 다른 봄나물과 달리 잎이 연하고, 향이 강하지 않아 바질처럼 페스토로 만들어 냉파스타나 빵에 곁들어 먹으면 의외의 맛을 느낄 수 있다"면서 "실제로 페스토를 만들어 본 결과 양식 메뉴에서 활용도가 아주 높았다"고 말했다.
chin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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