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장근석, 절실했던 순간 만난 무기 '미끼'
5년 공백 깨고 복귀…성공적인 연기 변신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절실했다. 본인도 팬들도 5년의 기다림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 오랜 인내 끝에 소망했던 무기를 만났다. 그렇게 '미끼'는 장근석이 집중해서 갈고 닦은 '칼'이 됐다.
장근석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쿠팡플레이 시리즈 '미끼'(극본 김진욱, 연출 김홍선)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미끼'는 사상 최악의 사기 범죄를 저지르고 죽음 뒤로 숨어버린 그놈, 노상천(허성태 분)을 추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장근석은 극 중 강력 범죄 수사대 강력 3팀 팀장이자 재벌 전문 변호사 출신이라는 독특한 이력을 지닌 구도한 역을 맡았다.
지난 2018년 드라마 '스위치-세상을 바꿔라' 이후 약 5년 만의 복귀였다. 오랜 공백을 깨고 나온 그는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아시아 프린스'라는 수식어가 익숙한 장근석의 변신이었다. 수사물이라는 장르도 얼굴을 덮은 수염과 어두운 캐릭터 특성도 낯설게 느껴졌다.
동시에 새로웠다. 장근석 또한 '새로운 도전'이라는 점에 집중했다. 그는 "쉬는 동안 '나의 칼이 돼줄 대본 하나만, 제발 무기 하나만 나타나 줘'라는 마음가짐으로 기다렸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장근석의 가이드라인을 깨고 싶었다. 그러던 중 '미끼'를 만났는데 정말 매력적이었다"고 밝혔다.
공백이 이토록 길어진 이유가 따로 있었는지도 궁금했다. 장근석은 "처음 2년은 군 복무로 보냈다. 이후에는 잠깐 나를 다시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 설정을 다시 하는 시간이었다. 이후에는 좋은 인연처럼 좋은 궁합처럼 좋은 무기가 될 대본을 기다리다 보니 3년이란 시간이 지나 있었다"고 돌이켰다.
"제가 쉬어본 적이 한 번도 없더라고요. 아무것도 안 하면서 보낸 게 32년 만에 처음이었어요. 항상 채찍질하기에 바빴던 예전과 달리 절 제대로 컨트롤 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죠. 또 제가 하고 싶은 걸 많이 하면서 지냈어요. 그러다 보니 시간이 이렇게 길어졌네요."
5년간의 연기 공백을 깨는 건 쉽지 않았다. 특히 연기 변신까지 나선 장근석은 몇 배로 더 노력해야 했다. 그는 "아무래도 오랜 시간 쉬다가 촬영하다 보니 굳어 있는 세포를 빨리 깨워야 한다는 점이 고민이었다. 카메라 앞에 선다는 게 생방송에 출연하는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현장에 있는 배우들과 스태프들에게 신임을 줘야 할 텐데 그럴 수 있을지 걱정도 됐다"고 털어놨다.
이에 장근석이 찾은 해결책 중 하나는 '연기 레슨'이었다. 벌써 데뷔 31년 차인 장근석이 수개월간 레슨을, 그것도 연기에 대한 가르침을 받았다는 점은 많은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장근석은 "간단한 이유다. 그만큼 잘하고 싶었고, 5년의 기다림이 헛되지 않게 보여주고 싶은 절실함이었다"고 밝혔다.
"카메라 밖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무뚝뚝해진 것 같더라고요. 그런 부분을 포함해 발성과 감정 세포를 끌어올리고 꺼내는 연습이었어요. 사실 연기는 수학 계산처럼 딱 떨어지는 공식이 있는 게 아니라서 계속해서 자신을 트레이닝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레슨을 주기적으로 받는 건 좋은 방법 중 하나예요. 나이와 연차에 상관없이 무언가를 배워야 한다면 누구에게든 배울 수 있죠. 오히려 해석이 다르니까 신선할 수도 있고요. 저 역시 이번에 너무 좋았던 경험이라 앞으로도 계속할 예정이에요."
이를 시작으로 장근석은 구도한이라는 캐릭터를 차근차근 구축했다. 건조한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수면까지 조절해 피부 상태를 만들었으며 목소리 톤부터 드러나는 에너지까지 모든 것을 모노톤으로 바꿨다. 그렇게 탄생한 구도한을 볼 때면 쾌감과 희열을 느끼기도 했다.
장근석은 "그동안 감정 등을 발산하는 캐릭터를 주로 했었다. 누르고 참는 역할은 많지 않았는데, 이번 작업을 하면서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올 때 느끼는 짜릿함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수염에 대한 비하인드도 전했다. 특히 장근석은 "어떤 분들은 어울리지도 않는 걸 왜 길렀냐고 하더라. 이 자리를 빌려 말하고 싶다. 원래 내 수염이고 그렇게 나는 걸 어떻게 하나. 억지로 무리하게 만든 건 아니"라고 강조했다.
"처음부터 제게 '근짱'을 버려야 한다고 주문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어요. 어느 날 감독님이랑 만나는 자리에 면도를 안 하고 나갔어요. 수염 이야기가 나와 면도를 안 하면 임꺽정 된다고 말씀드렸더니 그때의 사진을 보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사진을 확인한 후에는 바로 기르라고 하셔서 수염이라는 장치가 탄생했죠.(웃음)"
정반대의 얼굴을 보여주는 데 성공한 장근석은 '미끼'로 많은 것을 배우고 또 얻었다. 반대로 다음 행보에 대한 고민도 깊어졌을 법했다. 그러나 장근석은 '미끼'가 자신감이 됐다며 오히려 "결코 쉬운 길로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끼'를 한 게 후회하지 않는 선택이라면 전 제 선택을 계속 믿고 싶어요. 지금부터는 또 다른 숙제가 주어진 거죠. '미끼'보다 더 센 작품, 아니면 또 다른 작품을 해야 한다는 게 새로운 가이드라인이 될 수도 있겠죠. 확실한 건 어떤 선택을 하든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 거예요. '미끼'를 통해 용기도 많이 얻었기 때문에 자신 있게 나아갈 계획이에요."
끝으로 장근석은 '미끼' 파트2 시청을 당부했다. 그는 "이제는 진짜 이야기가 화살을 떠난 촉이 된 순간에서 달려 나가기 시작한다. 파트1보다 다이내믹하다"며 "파트1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숨은 장치들도 더 잘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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