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재구성] 법정에 선 '베테랑' 경찰관, 이중스파이에 당했나?
1심 법원 "수사 기능 장애 초래 위험" 징역6월·집유 2년
(군산=뉴스1) 김혜지 기자 = "억울합니다."
불법 도박 게임 사이트 수사로 특진까지 하며 승승장구하던 경찰관 A씨(55). A씨는 자신이 수사한 사건 피의자로부터 고소를 당해 법정에 서게 됐다. '수사 베테랑'으로 불리던 그는 한순간에 피고인 신세가 됐다.
사건은 2020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는 당시 모 주식회사가 운영하는 스포츠 승부 예측 게임 사이트를 이용해 환전 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는 B씨를 수사 중이었다.
A씨는 근무지인 전북 익산에서 서울을 오가며 해당 수사에 전념했다. 하지만 수사는 잘 풀리지 않았다.
그러다 이 사건과 연루된 피해자인 C씨로부터 제보를 받게 됐다. 당시 C씨는 2020년 5월25일 A씨에게 "매월 1일에 서울에 있는 모 사무실에서 전국 총판들이 모여서 정산을 한다"고 말했다.
A씨는 C씨의 제보가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이틀 뒤 해당 사무실을 사전 답사하고, 6월1일에 압수수색을 할 거다"라고 말한 것도 C씨의 계속된 제보를 얻기 위한 것이었다.
A씨는 C씨를 자신이 근무하는 경찰서로 부르기까지 했다. 압수수색에 앞서 관련 진술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A씨는 조사가 끝난 뒤 그날 하루동안 C씨와 13차례에 걸쳐 통화를 했다.
그렇게 A씨는 그해 7월까지 C씨와 수시로 연락을 주고 받았다. 연락은 모두 A씨가 먼저했다.
두 사람이 나눈 대화 내용은 불법 도박사이트 관련 계좌 지급 정지 및 추적, 압수수색, 사건 관계인 조사 계획, 이를 통해 확보한 수사 정보 등을 바탕으로 한 수사 진행 상황과 수사 방향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B씨 등 불법 도박사이트 관련자들은 경찰에 체포됐다. B씨는 지난해 6월23일 게임산업법진흥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 2개월을 선고받았다.
이렇게 이 사건은 순조롭게 마무리되는 듯 했다. 하지만 A씨에게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B씨가 A씨를 공무상비밀 누설죄로 검찰에 고발했기 때문이다. A씨가 C씨에게 수사상황을 흘렸다는 것이다.
A씨와 C씨 사이에 일어난 일들을 B씨는 어떻게 알았을까. 정보제공자는 다름아닌 C씨였다. C씨는 A씨와 나눈 대화를 B씨와 불법 사이트 총판 등에게 수시로 알렸다. 소위 말하는 이중 스파이였던 것이다.
실제 A씨가 압수수색 사전답사를 하겠다고 한 날 C씨는 불법사이트 총판에게 전화를 걸어 "지금 불법 도박 사이트 때문에 (경찰) 한 4명이 (사무실에) 올라갔다"며 "가 있어라. 지금 뭐 털고 있을 거다"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같은 날 오후 B씨에게 "형님네 건물에 폐쇄회로(CC)TV 있지 않냐"며 "(경찰이) 그거 다 뜯어봤고, 통화하면서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하고 통화한거 알면 나는 이제 큰일 나니까 모르는 척 해달라"며 "형님, 압수수색 영장 나왔다고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조사 결과 C씨는 B씨에게 스포츠 승부 예측 게임 사이트의 총판 2명을 소개해준 당사자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다 해당 도박 사이트에서 돈을 잃게 되자 A씨에게 이와 관련한 장보를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자신이 수사했던 피의자의 고발로 수사를 받게 된 A씨는 결국 법정에 서게 됐다.
A씨는 법정에서 "수사 상황에서 정보 공유 차원에서 관련 정보를 주고받았을 뿐"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수사 기능에 장애를 초래한 사실이 없으므로 공무상 비밀누설죄에서의 직무상 비밀을 누설한 것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하지만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을 맡은 전주지법 군산지원 형사1단독(부장판사 장석준)은 지난 17일 A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해 조사한 증거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제공한 각 수사 정보들은 실질적으로 비밀로서 보호할 가치가 있다"며 "그 누설에 의해 범죄 수사라는 국가의 기능이 위협받을 수 있는 직무상 비밀에 해당한다"고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B씨 등 관련자에게 수사정보가 전달되면 수사기관에서 아직 확보하지 못한 자료를 인멸하거나, 수사기관에서 파악하고 있는 내용에 맞춰 증거를 조작, 허위 진술을 준비하는 등의 방법으로 수사기관의 범죄 수사 기능에 장애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또 C씨의 역할, 제공한 정보 내용 등에 비춰볼 때 수사 진행 경과에 따라 잠재적인 피의자로 수사를 받아야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재판부는 양형과 관련해 "피고인은 경찰공무원으로서 공무상 비밀을 엄수하고 업무를 처리할 의무가 있음에도 그 본분을 저버리고 수사에 관한 내부 정보를 임의로 누설해 그 죄책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다만 이 사건 범행으로 어떠한 대가를 받거나 이익을 취한 바 없고 범죄 수사에 실질적으로 지장이 발생했다는 정황이 발견되지 않은 데다 이 사건 수사로 다수 관련자들이 구속 기소되는 등 피고인의 행위가 결과적으로 공익에 부합한 측면도 있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iamg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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