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3000년전 진시황이 마시던 中 국가 명주, 한국 홍어와 궁합 최고” 김람수 화강주류 대표
2023 대한민국 주류대상서 베스트 오브 2023 선정
봉황의 향기 하늘로 퍼져 들고 (百鳳飄香入九)
술잔 든 이마다 유림 술을 칭찬하네. (銜杯却贊柳林豪)
다섯 가지 맛을 다 갖춘 술의 어여쁨이여 (五味俱全眞醇美)
고금을 통해 영예로운 이름을 높였네. (博得今古譽聲高)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성립 후 72년 동안 ‘명주’를 가리기 위한 전국주류품평회(評酒會)는 총 다섯 차례 열렸다. 1952년 1회 품평회에 중국 전역에서 출품한 술은 모두 103종이었다. 당시 품평회 심사단은 바이주(白酒) 4종을 ‘국가명주’로 발표하고 최고 영예인 금장(金章)을 수여했다.
이 상을 받은 4대 바이주를 보면 면면이 화려하다. 마오타이(茅台), 펀주(汾酒), 루조우따취(瀘州大曲)처럼 여전히 중국을 대표하는 술이 즐비하다. 이 나머지 자리 하나를 차지한 술이 서봉주(西鳳酒)다. 서봉주는 이후 나머지 품평회 네 차례에서 세 번 더 더 금장을 받으면서 국가 명주로 이름을 높였다.
서봉주를 국내에 수입·유통하는 김람수 화강주류 대표이사는 “서봉주는 3000년 역사를 자랑한다”며 “당송팔대가 중 한 사람이며 시선(詩仙)이자 주선(酒仙)으로 불리는 이백(李白)이 즐겨 마셨던 술도 서봉주”라고 말했다.
서봉주에 얽힌 여러 이야기를 따라 가면 진시황과 양귀비, 소동파 같은 중국 역사 속 인물들이 등장한다. 중국 문헌을 보면 서봉주는 중국 고대 은상(殷·商)왕조부터 진나라, 당나라시대 황제에게 진상하는 어주(御酒)로 쓰였다.
기원전 246년 진시황은 옹성에서 화려한 대관식을 치렀다. 이후 기원전 221년 진나라는 제나라까지 격파하면서 6국을 멸망시키고 천하를 통일했다.
중국 역사상 최초의 황제가 탄생하는 이 순간 황제와 궁궐의 신하들, 백성들이 모두 함께 크게 기뻐하며 마셨던 술이 ‘진주(秦酒)’라 불렸던 서봉주다. 이 술은 이후 진나라에서 열리는 어주로 자리매김했다.
서봉주는 절세미녀 양귀비가 사랑한 술로도 유명하다. 양귀비는 당현종의 총애를 받으며 수많은 산해진미를 즐겼다고 알려졌다. 그 중에서도 가장 즐겨 마셨던 술이 서봉주라고 중국 옛 문헌은 말한다.
서봉주를 빚는 증류소 정문에 들어서면 본관 정원 앞에 관복을 입은 소동파의 석상이 서있다. 안쪽 건물 벽에 ‘역사 명주 서봉주는 소동파가 말한 전통의 맛을 지닌다(西鳳歷史名酒 東坡傳統味型)’는 글귀가 적혀있다.
서봉주는 중국 바이주 가운데서도 보기 힘든 봉향(鳳香)형 백주다.
바이주 향은 양조장에서 사용한 누룩과 밑술을 빚어 발효하는 시점에서 결정된다. 여기에 증류 기술을 가미하면서 향이 더 세진다. 과실로 만든 와인은 숙성 단계에서 독특한 향미를 품지만, 수수와 밀, 찹쌀 같은 곡물을 사용하는 바이주는 발효 과정에서 술의 개성 대부분이 갈린다.
김 대표는 “봉향은 누룩 원료로 어떤 술 공장에서도 쓰지 않는 완두콩에서 나오는 향”이라며 “완두콩이 발효를 하면서 발생하는 특유의 향이 봉향이 가진 특색”이라고 말했다.
중국 바이주는 발효할 때 재료를 항아리 속에 넣는지, 아니면 흙구덩이를 커다랗게 판 저수조에 넣는지, 그 저수조의 벽을 벽돌로 세우는지에 따라 청향부터 농향, 장향까지 독특한 풍미가 나타난다. 흙 속의 미생물과 재료가 서로 영향을 미치며 다양한 향기 성분을 만들기 때문이다.
발효 기간에 따라서도 싱그러운 향부터 간장이나 된장에서 느껴지는 구수한 향까지 특색이 생긴다. 이후 증류를 거치면서 농축한 진한 향수 같은 향이 오롯이 담긴다.
서봉주는 1차 발효 후 주해(酒海)라는 옹기에 담겨 자연 숙성되는 2차 발효 과정에서 미생물들과 복합적으로 상호작용을 하면서 봉향이 짙어진다. 주해는 싸리나무 가지로 짠 거대한 바구니다.
싸리나무를 엮어서 어른 키보다 높은 옹기를 만들고, 달걀 흰자위와 돼지 피, 메밀가루 같은 재료로 면포를 빚어 이 옹기 벽에 20번 이상 발라 만든다. 이 과정에서 옹기 벽에는 미세한 공기 구멍들이 생기는데, 이 곳으로 옹기에 담긴 술이 발효 과정 내내 바깥 공와 접촉하면서 특별한 향을 뿜어낸다.
나뭇가지로 엮은 바구니에 술을 담아서 짧게는 3년, 길게는 50년을 보관하는 모습은 서봉주 안내문이나 광고에 단골로 등장하는 자랑거리다. 대형 주해는 한 바구니에 최대 8톤에 달하는 술을 보관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이렇게 싸리나무로 만든 거대한 바구니에서 술을 발효시키는 방식은 중국에서도 서봉주가 유일하다”며 “중국 국가 차원에서 주해로 담근 술을 유네스코 문화 유산으로 등재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무리 좋은 증류주라도 보통 절반 정도는 물이다. 이 때문에 양조가들 모두 ‘좋은 술을 빚으려면 좋은 물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김 대표는 “서봉주를 만드는 물은 공장 안에 있는 깊은 우물 물을 길어 쓴다”며 “사세가 커지면서 지금 공장은 1956년에 지었지만, 물만큼은 몇 천년 전 썼던 우물과 같은 수원에서 뽑은 물만 사용한다”고 말했다.
그는 서봉주와 잘 어울리는 음식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의외로 푹 삭힌 홍어를 꼽았다.
삭힌 홍어에서 나는 암모니아 향은 중국 바이주 가운데 장향(酱香)형 바이주에서 뿜어내는 향기와 유사하다. 장향형 바이주 발효에 쓰인 효모가 사멸하고 분해되면서 간장과 같은 아미노산계 감칠맛이 생겨나는데, 여기서 나는 구수하고 코를 찌르는 진한 재래식 간장 향은 실제 삭힌 홍어의 발효취와 닮았다.
“서봉주는 신맛, 단맛, 쌉쌀한 맛, 매운 맛이 균형을 이루고 있는 봉향 술이라 장향형 바이주에서 나는 암모니아 향 느낌이 부족합니다. 이 부분을 홍어 같이 삭힌 음식이 채워주면 최고의 궁합이 나오는 거죠. 55도가 넘어가는 서봉주와 삭힌 홍어를 먹으면 저는 이보다 행복한 식사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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