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터뷰]안무가에서 배우로…최승윤을 도전하게 하는 것
※ 스포일러 주의
배우 최승윤의 시작은 발레다. 5살 때부터 발레를 시작, 선화예고를 거쳐 이화여자대학교 무용과를 졸업한 댄서이자 안무가다. 자신만의 무용 공연을 제작하고 공연한 것은 물론 국립현대무용단과 베를린 탄츠파브릭, 유러피안 랩 포럼, 스위스 파빌리온 등으로부터 초청받은 실력파다.
지난 2015년 웹드라마 '두여자 시즌 1'을 통해 '배우'로 데뷔했고, 'DXYZ: 최승윤 배우 만들기 프로젝트'를 통해 에미상 숏폼 시리즈 부문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19년에는 무용수의 삶을 다룬 픽션 다큐멘터리 '아이 바이 유 바이 에브리바디'의 공동 연출과 주연을 맡아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받은 '감독'이기도 하다.
안무가, 웹드라마, 감독까지 끊임없이 새로움에 도전해 온 최승윤이 이번엔 영화에 도전했다. 첫 장편 출연작이자 주연작 '라이스보이 슬립스'의 오디션에서 여러 번의 줌 인터뷰를 거친 끝에 앤소니 심 감독에게 확신을 심어주며 소영 역을 꿰찼다. 최승윤의 '호기심'이 지금의 '최승윤'을 만들었다.
가족처럼, 친구처럼
▷ 어린 동현 역 황도현, 큰 동현 역 황이든 두 배우와 촬영하면서 에피소드 같은 게 있을까?
이든은 실제로 강원도 촬영을 마칠 때는 모두 다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동현이처럼 커 있었다. 이든은 커서 한국에 온 것도 처음이었고, 한국 시골 간 것도 처음이었다. 정말 이 영화를 찍으면서 동현과 같은 여정을 보냈다고 생각한다. 진짜 캠프 간 것처럼 같이 지내면서 이든이가 개구리 잡으러 가고 싶다고 하면 옆에서 잡은 거 봐주고.(웃음)
그리고 도현이가 연기를 되게 잘한다. 근데 정말 아이인 게, 딱 자기 거 하고 나면 다시 자연인 도현이로 돌아온다. 내가 교장 선생님과 싸우는 신을 찍을 때 어려운 신이었는데, 도현이가 자기 신 끝났다고 옆에서 내 손 잡고 손가락 장난을 치고 있더라. 집중이 안 되는 거다. 그 신 컷하자마자 내가 손가락 갖고 장난치면 안 된다고 했었다.(웃음)
▷ 동현 역 배우와 연기하면서 기억나는 장면이 있다면 이야기해 달라.
나한테도 어렵고 이든한테도 어려웠던 장면일 텐데, 아침 식사하다가 싸우고 내 병에 관해 이야기하는 장면을 찍을 때 롱테이크이기도 하고 감정을 확 끌어당겼어야 했다. 근데 이든이 워낙 착해서 연기인데도 나한테 소리를 잘 못 지르더라. 감독님이 괜찮으니 진짜 소리 지르라고 했는데, 오케이 난 장면을 보면 이든이 정말 소리를 지른다. 다시 보면 내가 진짜 놀라서 목이 굵어진다. 이든과 어려운 신을 많이 찍어서 짧은 시간이지만 더 친해질 수 있었다.
▷ 현장에서 앤소니 심 감독은 어떤 연출자였나?
너무너무너무 좋았다. 권위 의식 없이 감독이 배우를 컨트롤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배우랑 같이 협업한다고 생각하는 분이다. 배우를 믿고, 배우가 어떤 불안감이나 긴장감 없이 자기 능력 이상으로 할 수 있게끔 편안한 환경을 만들어주셨다. 내게도 연기에 대해서 자세하게 디렉션을 주시지 않았다. 처음엔 괜찮나 싶었는데, 그게 결국 내가 준비해온 걸 믿고 맡기는 방식이라는 걸 알게 됐다. 덕분에 오히려 확신을 갖고 더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었다.
▷ 앤소니 심 감독은 배우로도 등장했다. 배우 앤소니 심과의 호흡은 어땠을지 궁금하다.
앤소니 심 배우는, 항상 다른 일이 있는지 되게 예민했다. 뭔가 해야 할 일이 있는데 까먹은 게 있는 것처럼 굉장히 신경 쓰는 게 많아 보였다. 농담이다.(웃음) 되게 프로페셔널 했다. 감독님도 연기자로서 경험이 많다보니 현장에서 배우가 자신의 신을 위해서 준비해야 하는 것에 관해 굉장히 잘 알고 있었다. 곁에서 보기엔 선배님을 보는 기분이었다.
▷ 촬영하면서 어려웠던 장면이 있다면 무엇인가?
고려장 모놀로그를 찍을 때는 한 테이크로 찍었다. 영어 두 페이지 정도 되는 대사를 진짜 달달 외웠다. 자다가도 내가 말하고 있더라.(웃음)
안무가, 감독 이제는 배우로
▷ 안무가, 감독 그리고 이젠 배우다. 배우의 어떤 점에 매료되어 도전하게 됐나?
연기자 한 번 해보자 결심한 이유가 있진 않다. 우연이라면 우연인데, 자연스러운 기회가 찾아와서 하게 된 케이스라 생각한다. 무용, 음악, 미술처럼 연기라는 것도 하나의 예술이다. 일반 관객들한테 가장 쉽게 직접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예술 형식인 동시에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예술인 거 같다.
무용하면서 갈증을 느꼈던 부분이 내가 아무리 좋아서 만든 무용이라도 많은 관객에게 다가가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연기를 하며 그런 갈증은 많이 해소되는 거 같다. 동시에 많은 사람에게 너무 익숙한 예술 형식이다 보니 사람들이 예술로 생각 안 할 때가 많은 거 같다.
▷ 무대 위 예술 달리 매체 예술의 어떤 점이 최승윤을 즐겁고 도전적으로 만드는지 궁금하다.
표현이 직접적이다? 진짜 인간적인 표현이 가능한 게 제일 큰 흥미와 매력으로 다가오더라. 무용 작품을 만들 때도 난 멋있는 움직임을 보여주는 데는 관심이 없었다. 그것보다 무용수들이 공연 현장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갈등 상황을 만들어놓은 후 그들이 고민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노출하는 공연을 많이 만들었다. 난 무용을 하면서도 인간적인 모습들을 보여주려고 했던 거 같다. 연기는 인간에 대해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는 예술 형식이란 생각에 흥미롭다.
▷ 최승윤을 끊임없이 도전하게 만드는 원동력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나는 하나를 특출 나게 잘하는 것보다 여러 가지를 적당히 잘하는 사람 아닌가, 이런 생각도 한다. 그냥 호기심인 거 같다. 호기심과 열려 있는 마음? 막 이걸 해서 마스터가 돼야겠다는 욕심이나 목표는 없다. 그냥 짧은 인생을 사는데 나한테 주어진 기회, 주어진 재능을 살아보고 싶은 그런 얕고 넓은 마음이랄까.(웃음)
▷ 차기작 계획이나 앞으로의 활동 계획이 있을까?
이번에 미국 회사랑 같이 일하게 됐다. 토론토 영화제에서 영화를 선보인 이후 만나게 된 회사다. 미국 작품도 오디션도 보고 있다. 좋은 기회가 있으면 해외 작품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배우 최승윤'의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무엇일지 궁금하다.
많은 게 너무 잘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 대한 부담을 느끼지 않고 지금까지 살아왔던 것처럼 자유롭게 살고 싶다.(웃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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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최영주 기자 zoo719@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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