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서울’ 첫발… 세계적 건축가들이 그린 노들섬의 미래

김주영 2023. 4. 21.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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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표 ‘市 디자인 혁신사업’ 1호
국내외 건축가 디자인 후보작 공개
‘산들노들’, ‘잔물결’ 등 콘셉트 다채
기존과 달리 先디자인 後시공 방식
사업비 편차 커… 이르면 2024년 착공

서울 한강의 중심, 한강대교 중간에 위치한 타원형 모양의 노들섬에는 ‘잊힌 섬’이란 씁쓸한 별명이 붙었다. 과거 백사장과 스케이트장 등으로 도심 속 강 문화의 중심지로 사랑받았지만, 1960~1970년대 한강 개발계획 이후 몇 차례 대규모 개발 계획안이 무산되면서다. 노들섬은 2019년 ‘음악을 매개로 한 복합문화기지’를 내걸고 다시 태어났지만, 여전히 예전의 위상을 되찾지 못 하고 있다. 지나치게 단조로운 외관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강예린·SoA의 ‘Nodeul Aqua Palette’. 서울시 제공
김찬중의 ‘Nodeul(r)ing’. 서울시 제공
20일 서울시가 공개한 세계적인 국내외 건축가들의 노들섬 디자인은 하나 같이 보는 이들의 눈을 즐겁게 만든다. 시는 이날 오세훈 서울시장의 ‘도시·건축 디자인 혁신방안’ 발표에 따른 공공분야 시범사업의 첫 적용사례로 ‘노들 글로벌 예술섬 디자인 공모 대시민 포럼’을 개최했다. 포럼에선 시의 노들섬 디자인 공모에 참여한 건축가들(강예린+SoA, 김찬중, 나은중・유소래, 신승수, 덴마크의 비양케 잉겔스(Bjarke Ingels), 독일의 위르겐 마이어(Jurgen Mayer H.), 영국의 토마스 헤더윅(Thomas Heatherwick))이 디자인한 노들섬의 미래 모습이 발표됐다.
나은중·유소래의 ‘산들노들’. 서울시 제공
건축가 강예린·SoA의 디자인 구상안인 ‘Nodeul Aqua Palette’(노들 아쿠아 파레트)는 물, 숲과 나무, 하늘 등 노들섬에 존재하는 자연요소를 병치, 혼합해 새로운 열린 공간을 구현한 게 특징이다. 섬의 동쪽에서 서쪽으로 물이 흐르도록 설계됐다. 김찬중의 ‘Nodeul(r)ing’(노들링)은 가로로 긴 반지 모양의 건축물을 통해 한강과 단절된 노들섬을 연결하고, 캡슐 형태의 관람차 등 신개념 이동수단과 랜드마크 등을 제안했다. 나은중·유소래의 ‘산들노들’은 문화예술을 담는 징검돌을 거닐며 자연과 예술을 경험하고, 바람처럼 사람들을 이끌고자 한다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신승수의 ‘Bridged Archipelago’(다리로 연결된 군도)는 도시와 자연의 경계들을 잇는 섬들의 집합형태로 노들섬을 표현했다. 섬 동·서쪽에 각각 큰 산을 형상화하고, 산 내부엔 다시 높이가 다른 여러 개의 섬을 뒀다.
신승수의 ‘Bridged Archipelago’. 서울시 제공
비양케 잉겔스의 ‘The Ripple’. 서울시 제공
잉겔스의 ‘The Ripple’(잔물결)은 동·서측 건축물 상부를 태양광 에너지를 생산하는 캐노피로 덮어 하나의 섬으로 보이도록 제안했다. 건축물 중앙이 가장 높은 열린 공간이며, 그 양쪽으로는 완만한 경사의 덮개가 위치한다. 마이어의 ‘Nodeul Art Island’(노들 예술섬)는 노들섬 전망대와 강 북측에서 연결하는 연결로를 하나의 컨셉으로 워터타워, 스케이트 파크, 수상무대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특히 워터타워는 한국 전통탑의 이미지를 형상화했다는 설명이다. 헤더윅의 ‘Soundscape’(음악적 파노라마)는 노들섬 위를 떠다니는 풍경의 한 조각으로, 물결 모양의 음파와 서울의 스카이라인을 따라 산의 윤곽에 반응하는 ‘도시 한복판의 쉼터’를 형상화한 디자인이다.
위르겐 마이어의 ‘Nodeul Art Island’. 서울시 제공
앞서 오 시장은 지난 2월 다양한 디자인의 특색 있고 상징성 있는 건축물을 만들 수 있도록 불합리한 규제 개혁과 행정 지원 등 개선방향을 마련하는 한편, 도시·건축 혁신 디자인 유도·확산을 위해 공공과 민간분야를 망라한 다양한 디자인 혁신 시범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예술성과 상징성이 필요한 공공 건축물의 경우 사전공모 제도를 도입해 디자인부터 확정한 뒤 공사를 시작하는 게 기존 방식과 가장 다른 점이다. 김창규 시 도시공간기획담당관은 “이번 공모에 참여한 디자인 안들은 사업비가 최소 600억원에서 최대 1조원까지 편차가 크다”며 “사업비가 500억원 이하면 연내에 투자심사를 받고 빠르면 내년까지 기본 실시설계를 마무리하고 2024년 겨울쯤 착공이 가능하지만, 그 이상이면 내년에 투자심사를 받고 2025년쯤에나 착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토마스 헤더윅의 ‘Soundscape’. 서울시 제공
이번 포럼은 공공 분야 디자인 혁신의 첫 사례가 될 ‘노들 글로벌 예술섬’ 디자인안 계획을 수립하기 전 시민과 사업 취지·방향 등을 공유하고자 마련됐다. 시는 디자인 구상안을 참고해 노들섬을 스페인 세비야의 ‘메트로폴 파라솔’이나 미국 뉴욕의 ‘베슬’처럼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도시경쟁력을 높여주는 랜드마크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시는 향후 전문가 자문과 시민 의견 수렴을 통해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투자심사, 공유재산관리계획 등 행정절차를 거친 뒤 본격 추진할 방침이다. 이날 공개된 디자인 공모작들은 내달 시청, 노들섬 등에 전시될 예정이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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