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사기 피해자에 ‘주택 우선매수권’… 정부 대책에 숨통 트일까 [전세사기 사태 일파만파]

박지원 2023. 4. 21.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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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협서 실질적 지원안 논의
‘인천 건축왕’ 특별수사도 요청
행안부, 지방세기본법 개정 방침
원희룡 “피해주택 경매 중지되게
대통령실서 직접 모니터링” 강조
피해자 LTV·DSR 한시 완화 검토
野 추진 ‘공공매입’엔 부정적 입장
여야 3당 정책위의장, 21일 논의

당정이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해당 주택을 우선 매수할 수 있는 권한을 주고 저리 대출을 지원해주는 등의 대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국민의힘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전세사기 근절 및 피해지원 관련 당정 협의회’를 진행했다.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협의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당정은 전세사기 피해가 전국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현 정부 들어 네 차례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범정부 차원에서 특별 단속을 실시하고 있으나 피해자 구제나 주거 안정 확보엔 다소 미흡했던 점을 인정한다”며 “이에 당정은 전세사기로 인한 피해자에 실질적 지원 방안을 밀도 있게 논의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 주택에 대한 경매를 유예하기로 한 20일 시민들이 인천지방법원 경매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정은 이날 회의에서 전날 발표된 전 금융권의 경매 유예 조치가 이뤄질 수 있게 노력하고 금융기관이 제3자에게 채권을 매각한 경우에도 경매를 유예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피해가 발생한 주택을 경매할 때 일정 기준의 임차인에게 ‘우선 매수권’을 부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을 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전세사기 피해를 입은 임차인이 해당 주택을 낙찰받을 경우 후입 자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저리 대출을 충분한 거치기간을 두고 지원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찾아가는 상담 버스’도 운영한다. 당정은 21일부터 전세사기 피해자가 많은 지역에 현장 부스를 설치하고 법률·심리 상담 등을 선제적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당정은 또 인천 지역의 이른바 ‘건축왕’ 전세사기 건에 대해 경찰청이 특별 수사를 하도록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당·정 태스크포스(TF) 간 활발한 연계를 통해 실현가능하고 실효성 있는 추가 지원 방안을 신속히 검토해 이른 시일 내에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관련 부처에 전세사기 대책을 재점검하고 필요한 조치를 신속히 이행해달라고 당부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왼쪽 세 번째)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전세사기 근절 및 피해지원 관련 당정 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세입자 거주시 경매 넘어가도 세금보다 전세금 먼저 변제

정부와 정치권, 금융 기관이 뒤늦게 전세사기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한 종합 대책 마련에 나섰다. 피해 임차인에게는 우선매수권 부여를 검토하고 긴급 대출이 시행된다. 경매·공매 시 국세보다 전세금을 먼저 변제하는 내용의 법안 개정도 추진된다.

국민의힘은 20일 국회에서 당정 협의회를 열고 전세사기 피해 주택의 경·공매 유예를 추진하는 한편 임차인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우선매수권은 주택이 경·공매로 넘어갈 경우 피해 세입자가 입찰자 중 최고매수신고가격과 같은 가격에 해당 주택을 우선 매수할 권리다. 이 권리가 부여될 경우 소유자나 근저당권자 등의 재산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문제가 지적된다. 업계에서는 부동산 경매 시장 전반에 입찰 기피 현상이 생겨 경매 낙찰 가격이 하락하는 등의 부작용을 우려한다. 다만 부도임대주택의 경우 특례로 임차인의 우선매수권을 인정한 사례가 있어 정부는 이를 근거로 대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우선매수권과 관련해 “입법적 조치를 하는 것도 깊이 있게 검토하고 있다”면서 “이른 시일 내 실행 방안을 포함한 대책을 책임성 있게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원 장관은 또 “전세사기 피해 주택의 금융 기관 경매가 모두 중지되도록 대통령실에서 직접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행정안전부는 전·월세 집이 경매나 공매로 넘어가도 지방세보다 세입자 전세금을 먼저 변제하도록 하는 내용의 지방세기본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조속히 통과되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기존에는 지방세를 먼저 제하고 남는 돈으로 전세금을 돌려줬다. 행안부는 또 이달부터 보증금이 1000만원을 초과할 경우 집주인의 동의가 없어도 임차인이 지방세 미납 여부를 조회할 수 있도록 했다.

전국에서 전세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20일 경기도 전세피해지원센터 모습. 연합뉴스
금융 당국은 이날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주재로 대책회의를 열고 전세사기 피해자 대상 채무 조정이나 정책상품 저리 대출 등 금융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금융위는 피해자 중 경·공매 이후 전세대출 원리금 상환이 어려운 경우 채무자 특례채무조정(주택금융공사 전세자금 보증 시)을 적용하기로 했다.

경매 낙찰 대금 마련 등을 위해 더 낮은 금리의 특례보금자리론을 지원하는 방안도 적극 시행하기로 했다. 아울러 금융위는 전세사기 피해자를 대상으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완화할지에 대해 “한시적 완화를 적극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파악한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 주택 2479세대가 우선 규제 해제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금감원은 이날 경매기일이 도래한 32건 중 28건을 연기했으며 4건이 유찰됐다고 설명했다.

야당은 전세사기 대책 특별법을 추진하고 있지만 여기에 포함된 ‘공공 매입’ 방안에 대해 정부와 여당이 부정적 입장을 나타내 합의에는 진통이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민기 국토위원장은 특별법과 관련해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가까운 시일 내 위원장 직권으로 상정하겠다”고 했다. 여당은 자신들이 내세운 전세사기 관련 입법(민간임대주택법·감정평가법·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을 이번 달 임시국회 내에 처리하겠단 입장이다. 국민의힘·민주당·정의당 3당 정책위의장은 21일 전세사기 대응을 논의하기 위해 회동한다.

박지원·조병욱·박세준·이도형·배민영·송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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