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문가 앉혀 점유율 40%나 빼앗긴 NH아문디...한투운용도 뒷걸음질

문수빈 기자 2023. 4. 2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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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아문디자산운용, ETF 점유율 2.8%에서 1.7%로 추락
한투운용도 0.7%p 감소...미래·삼성 양강체제 더 굳어져

상장지수펀드(ETF)가 자산운용사의 미래 먹거리로 불리며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NH아문디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은 대형 증권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음에도 시장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ETF 시장을 꽉 잡고 있는 터라 후발 주자는 시장 공략이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도 그렇다. 특히 NH아문디의 순자산총액(AUM)은 지난해 ETF 시장이 대폭 확대됐음에도 감소했다.

NH아문디자산운용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3월 NH아문디의 ETF AUM은 2조1185억원으로 시장점유율(MS) 2.8%였으나 지난달 이 수치는 1조5144억원, 1.7%로 떨어졌다. 시장점유율 하락 폭을 따지면 40%나 내준 것이다. 국내 주요 운용사 8곳(삼성·미래·KB·한국투자·NH아문디·키움·한화·신한) 중 MS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장내에서 거래할 수 있어 사고팔기가 편하고 현금화가 용이해 ETF AUM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3월 74조7421억원에서 지난달 89조9858억원으로 늘었다. 1년 만에 15조원 넘는 자금이 몰린 것이다. ETF가 공모펀드를 대체하는 건 시간 문제라는 판단하에 각 운용사들은 ETF 조직을 재정비하고 있다. NH아문디 또한 ETF투자본부를 신설하고 그 안에 전략, 운용, 리서치 등 3개의 팀을 둬 업무 영역을 세분화했다.

그러나 의사결정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업계 진단이 나온다. NH아문디는 지난해 말 전통 농협맨인 임동순 전 NH농협은행 수석부행장을 대표로 선임했다. 임 대표는 신탁, 경영 기획, 재무, 마케팅 등 여러 분야를 경험했지만, 운용 쪽 경험은 거의 없다. 임 대표 취임 직전 1.9%였던 ETF MS는 두 달 만에 1.6%로 하락했다. 지난달 들어 이 수치는 0.1%포인트(p) 상승했지만, 하락분을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NH아문디는 지난해 9개의 ETF를 상장시켰는데 조선과 해운, 식품, 원자력, 백신 등 테마형이 주를 이뤘다. 일시적으로 각광 받는 테마에 주목한 탓에 NH아문디가 MS를 늘리기 어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그간 NH아문디가 출시한 상품들을 보면 고민이 부족한 게 아닌가 싶다”며 “더 높은 자리로 가려면 인사이트 있는 상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NH아문디는 HANARO KOFR금리액티브와 HANARO CAPEX설비투자 ETF를 상장시켰다. 상장한 지 한 달 남짓 된 KOFFR금리액티브의 AUM은 120억원 수준이다. 이와 관련해 NH아문디 관계자는 “점유율은 0.2%p 하락했으나, AUM은 800억원 늘었다”며 “ETF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한국투자신탁운용 제공

한투운용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지난달 말 기준 한투운용의 순자산가치 총액(AUM)은 3조774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조6755억원)보다 989억원 늘었다. 하지만 ETF 시장이 커진 속도에 비례해 AUM을 키우진 못했다. 이 탓에 한투운용의 ETF MS는 같은 기간 4.9%에서 4.2%로 하락했다.

한투운용은 20년 만에 외부 인물인 배재규 전 삼성자산운용 부사장을 대표로 발탁했다. 배 대표는 2002년 국내 펀드 시장에 ETF를 처음으로 들여오면서 ‘ETF의 아버지’라고 불린다. 이후 인버스 ETF와 레버리지 ETF를 최초 도입한 인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배 대표도 삼성과 미래에셋이라는 양강 구도가 형성된 ETF 시장을 깨진 못했다.

지난해 한투운용은 ETF 브랜드 이름을 KINDEX에서 ACE로 바꿨다. 시장에서 최고의 에이스가 되겠다는 포부였다. 같은 해 한투운용은 13개의 ETF를 상장시켰다. 하지만 지난달 말 기준 순자산총액이 1000억원 이상인 건 ‘ACE 23-12 회사채(AA-이상)액티브’가 유일했다. ‘ACE 주주환원가치주액티브’의 AUM은 52억원에 그쳤다. 또 상장폐지가 결정된 러시아 ETF를 운용한 국내 유일의 운용사가 한투운용이었다.

후발주자들이 고전하면서 ETF 시장 내 양강 구도는 더 짙어지는 모양새다. 지난해 3월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ETF MS는 78.6%였으나 지난달 이 수치는 79%로 증가했다. ETF 시장이 커지는 속도를 추월해 두 회사가 투자자를 모으고 있는 것이다.

ETF의 평균 보수율은 0.317%로 다른 금융상품 대비 저렴해 운용사 입장에서는 많이 팔아야 이익이 남는다. 한 업계 관계자는 “ETF 자체가 워낙 박리다매형이라 현재로서는 삼성과 미래에셋 외에는 다 적자를 보고 있다”면서 “다른 회사들은 적자가 나고 있지만 미래를 보고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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