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탄신도시 ‘250채 소유’ 가능케한 갭투자… “전세대출 제도가 위험 키워”
세입자는 대출로 전세금 충당… 전세가는 계속 올라
“전세대출 요건 강화 등 손질 안 되면 위험 더 커질 것”
전세금 피해 신고가 잇따르고 있는 경기도 동탄신도시의 A 오피스텔 임대인은 소유하고 있는 오피스텔만 250여채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이 가능했던 이유는 임대인이 역전세난을 활용한 갭투자를 이용했기 때문이다. ‘깡통 전세’ 피해가 계속 확산할 조짐을 보이면서 정부의 전세대출 제도 손질 등으로 사전에 피해를 예방하는 방안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전세가>매매가’ 역전세 일어나던 동탄
2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경기 화성동탄경찰서는 동탄신도시와 인근 병점·수원 등에서 오피스텔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됐다는 신고가 이어지자 최근 수사에 착수했다. 피해자는 전세 만료 후 수개월이 지난 후에도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했고, 임대인이 최근 세금을 체납하면서 오피스텔이 경매에 넘어갈 위기에 처했다.
이 임대인이 가지고 있는 오피스텔만 253채에 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자본 갭투자’ 방식이 가능했던 탓이다. 임대인이 오피스텔을 사들인 2020년부터 지난해는 동탄역 인근 소규모 오피스텔 수요가 많아 전세가가 매매가를 웃도는 역전세 현상이 일어나고 있을 때였다.
전세사기 사례는 동탄뿐 아니라 전국에서 나타나고 있다. 인천 미추홀구에서는 건축업자가 자신이 운영하는 종합건설업체를 통해 소규모 아파트, 빌라 등 주택 2700여 채를 지으면서 대출이자나 직원 급여를 충당하지 못해 경매로 넘어가는 사례도 있었다. 부산에서는 빌라와 오피스텔 90호실 가량을 소유하고 있는 부부가 최근 전세 계약만료를 앞두고 잠적하기도 했다.
특히 동탄 사례처럼 역전세를 이용해 갭투자 전세사기 수법이 가능했던 이유는 근본적으로 전세대출 제도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세대출이 소득 등 개인의 조건과 상관없이 전세금의 90%까지도 가능하다 보니 대출 제도가 전셋값을 밀어 올린다는 비판이다.
◇전세금 90%까지 대출 가능… “무분별 대출이 위험 키웠다”
그동안 정부는 매매 시장에서 대출 규제를 통해 수요를 조절해 왔다. 그러나 전세자금대출은 전세금의 80~90%까지 받을 수 있도록 풀어뒀고, 이는 곧 전세금 상승으로 이어져 갭투자를 활성화 시켰다. 집값 거품을 만드는데 규제 없는 전세대출 제도가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전세가격이 3억원인 경우 금융권에서 80%인 2억4000만원을 대출받을 수 있고, 저금리 상황에서는 나머지 20%는 이마저도 마이너스 통장이나 신용대출로 충당이 가능하다. 임차인들은 전세금의 대부분을 대출로 조달할 수 있었다.
심지어 전세사기 피해 줄이기 위해 마련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이 오히려 전세 사기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보증보험 가입 시 전세금이 액수와 상관없이 전세금 전액을 보장해준다는 점을 악용해 매매 가격 이상의 전세 계약을 체결하는 식의 수법도 생겨났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해 ‘2023년도 예산안 총괄 분석’ 보고서를 통해 “최근의 전세 사기는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제도를 악용해 발생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점 인식하고 HUG의 보증보험 가입 요건을 강화시키는 내용을 다음달부터 시행한다. 보증보험 가입 여부를 결정할 때 주택가격 산정 기준은 공시가격의 140%, 전세가율(주택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 90%로 적용된다. 지난해까지의 기준은 공시가격의 150%, 전세가율 100%였지만 정부가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을 악용하는 전세사기를 방지하기 위해 이같이 조정한 것이다.
전문가는 전세대출 본질 자체를 건드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전세사기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 것은 무분별한 전세대출로 인해 전세금이 올라간 것”이라며 “대출 보증제도가 선행되고 전세자금대출 비율을 축소, 마지막으로 소득을 고려해서 대출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대출 제도를 손봐야 호미로 막을 수 있는 일을 포크레인으로도 못 막는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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