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 결심 못한 민주당…‘돈봉투 의혹’ 대응 갈팡질팡
일부 의원은 “내년 총선 악재 우려” 관련자 징계 촉구
지도부는 ‘신중론’…22일 송영길 파리 회견 예의주시
더불어민주당은 20일 소속 의원 169명 전체 명의로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에 대해 사과하기로 뜻을 모았다.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송영길 전 대표의 귀국을 거듭 촉구하기로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돈봉투 사건에 연루된 의원들에 대한 선제적 출당 조치를 두고는 내홍에 휩싸였다. 일부 의원들은 내년 총선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 관련자들에 대한 출당·제명을 요구했다. 반면 이재명 대표 등 당 지도부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고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당 의원 전체가) 국민에게 고개 숙여 진심으로 사과드리기로 뜻을 모았다”며 “송 전 대표가 즉각 귀국해서 의혹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안규백 의원은 비공개 의총에서 “필요하다면 사람들을 보내서 송 전 대표를 데리고 오는 방법도 있지 않나”라고 했다고 한다.
일부 의원들은 송 전 대표 등에 대한 중징계를 요구했다. 이상민 의원은 KBS 라디오에서 “이 대표 자신의 사법 리스크 때문에 칼날을 잘 휘두르지 못한다는 분석이 있는데, 그(출당·제명)보다 더한 조치가 있다면 해야 한다”고 했다. 홍영표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지난 대선부터 지방선거에 이어 오늘까지 제대로 혁신하지 못한 것을 반성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지도부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박 원내대표는 “송 전 대표가 조기 귀국을 통해 입장을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MBC 라디오에서 “사실관계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어서 출당과 제명을 지금 얘기하기는 이르다”고 했다.
의원들과 지도부가 온도 차이를 보이는 것은 처지가 다르기 때문이다. 총선 악영향을 우려하는 의원들은 당이 부정부패 혐의에 단호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여긴다. 서울 지역 한 의원은 “아무리 의원들이 지역구를 잘 다져도 ‘부패 야당 심판론’이 일면 총선에서 살아남기 어렵다”고 했다. 반면 지도부는 돈봉투에 연루된 의원들 이름이 새로 나올 때마다 징계 여부를 판단하기보다는 전체 명단을 파악하고 한꺼번에 조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송 전 대표가 2021년 6월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된 의원 12명에게 탈당을 권유한 전례를 두고도 판단이 엇갈린다. 일부 의원들은 이 전례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지도부는 신중하다. 총선을 3년 앞둔 당시에는 “탈당했다가 돌아오라”는 권유가 통했지만, 총선을 1년 앞둔 시점에서 탈당·출당·제명은 공천 탈락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로서는 10~20명이 연루됐다는 보도가 나온 상황에서 출당당한 의원들이 무소속 출마를 강행할 수도 있어 고민스럽다. 출당·제명 당한 의원들이 사법 리스크가 있으면서 직을 유지하고 있는 이 대표와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이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송 전 대표에게 조기 귀국을 또 요청했나’ 등의 질문을 받고 답변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다른 일정을 이유로 의총에 불참했다. 당 지도부는 오는 22일 송 전 대표가 프랑스 파리 기자회견에서 어떤 입장을 밝히는지 예의 주시하겠다는 방침이다. 검찰 수사가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내면 당 지도부가 여론에 떠밀려 인적 쇄신에 나서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안 의원은 “돈봉투 문제가 결국 정치권 판갈이 신호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윤나영·신주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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