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대해부] 美 선점한 K배터리, 2년뒤 생산량 10배 증가

권유정 기자 2023. 4. 2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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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반도체 신화를 이을 산업으로 2차전지가 꼽히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시장(중국 제외)에서 국내 2차전지 빅3 업체의 점유율은 53%로 절반을 넘었다. K배터리의 위상은 배터리셀을 넘어 소재와 장비 등 2차전지 생태계 전반으로 확장하고 있다. 2030년 전기차 생산이 5400만대로 폭증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2차전지를 놓고 ‘배터리 패권경쟁’을 펼치는 대한민국 배터리 산업의 현황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계기로 전기차를 비롯한 글로벌 공급망의 탈(脫)중국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앞으로 2년 뒤면 IRA에 대응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북미 투자를 추진해 온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대규모 생산이 본격화하는 만큼 실적도 크게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21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 SK온이 오는 2025년 북미에서 생산하는 규모는 연간 최대 451기가와트시(GWh)로 현재(40~50GWh)보다 10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회사별 생산 규모는 LG에너지솔루션 277GWh, SK온 151GWh, 삼성SDI 23GWh다. 451GWh는 전기차 675만대에 탑재 가능한 규모다.

그래픽=정서희

◇ 세액공제 혜택 주는 북미 생산시설 공략

그동안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IRA 등에 대응하기 위해 북미에 생산 공장을 짓고, 증설에 앞장서 왔다. IRA는 북미에서 조립된 전기차에 한해 세액공제 형태로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법안이다. 글로벌 공급망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고안됐다. 배터리 업계는 전기차 보조금 외에 첨단제조 생산세액, 청정제조시설 투자세액 공제에 직접적인 혜택을 받는다.

첨단제조 생산세액공제는 미국에서 배터리를 생산하면 1㎾h당 35달러의 세금 혜택을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여기에 배터리 모듈을 생산할 경우 추가로 10달러의 세금 혜택이 주어진다. 청정제조시설 투자세액공제는 미국 내 배터리 제조 시설을 설치하거나 규모를 확장할 경우 투자 금액의 6~30%를 세액공제 형태로 제공하는 걸 핵심으로 한다. 기본 6%로 임금, 수습직원 요건 등을 충족하면 최대 30%까지 늘어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 말 개최한 배터리 얼라이언스 회의에선 향후 예산 제약 등 다른 부가 조건 없이 IRA 공제 혜택을 모두 받는다면 2025년까지 배터리 3사는 누적으로 19조원 상당의 세제 혜택을 누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배터리 3사가 2025년까지 미국에 증설하는 공장 투자 비용이 40조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비용의 약 절반을 공제받는 셈이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은 미시간주 홀랜드 독자 공장(20GWh), 오하이오주 제너럴모터스(GM) 합작 얼티엄셀즈 1공장(45GWh)을 운영하고 있다. 애리조나주 퀸크릭 단독공장(27GWh), 테네시주 스프링힐 얼티엄셀즈 2공장(50GWh), 미시간주 랜싱 얼티엄셀즈 3공장(50GWh), 오하이오주 파예트카운티 혼다 합작 공장(40GWh), 캐나다 온타리오주 스텔란티스 합작 공장(45GWh)은 건설 중이다. 해당 공장은 2025년에 완공된다.

SK온은 조지아주에서 1공장(10GWh), 2공장(12GWh)을 가동 중이고, 테네시, 켄터키주에 포드 합작 공장인 블루오벌SK(129GWh)를 짓고 있다. 삼성SDI의 경우 아직 북미 공장을 운영하고 있진 않지만, 2025년까지 인디애나주에 스텔란티스 합작 공장(23GWh)을 설립해 가동한다는 방침이다. 공장 가동 초기인 만큼 수율(생산품 중 정상품) 문제가 있어, 배터리 3사의 지난 2021년 기준 북미 생산 규모는 39GWh, 현재는 40~50GWh로 추정되고 있다.

이창양(왼쪽 두번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대회의실에서 민관합동 배터리 얼라이언스를 주재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 美 전기차 배터리 수요 증가 수혜 기대감

미국 전기차 시장의 잠재적인 성장력이 부각되는 만큼 생산 규모가 늘어나는 배터리 3사에는 큰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IRA 등 탈중국 공급망 정책으로 증가하는 미국 내 전기차 수요 대부분은 배터리 3사가 소화해 낼 것으로 예상됐다. 유안타증권은 배터리 3사의 미국 시장 점유율이 지난 2021년 26.5%에서 2025년에는 69%까지 2.5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까지도 미국의 전기차 침투율은 유럽연합(EU), 중국 등 3대 자동차 시장 중에서 가장 낮은 수준으로 집계됐다. 전기차 침투율은 전체 자동차 판매량 대비 전기차 비중을 말한다. 지난 2021년 기준 전기차 침투율은 EU가 14%로 가장 높고 중국이 11%를 기록한 반면 미국은 4% 수준에 그쳤다. EU, 중국,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전기차 침투율은 2015~2017년 당시에는 1% 안팎에 불과했다.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전기차 침투율이 낮다는 건 그만큼 성장 잠재력이 높다는 의미”라며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수요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3% 수준에서 2025년 44%로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IRA가 제공하는 다양한 인센티브는 미국 전기차 시장이 가진 잠재력을 현실화시켜 국내 배터리3사의 수요 급증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오는 2035년이 되면 EU, 중국, 미국 등 세계 3대 시장의 전기차 침투율이 90%를 웃돌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10년 정도가 지나면 대부분의 차량이 전기차로 전환될 것으로 보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의 전기차 침투율은 올해 17%에서 2025년 26%, 2028년 42%, 2030년 56%, 2035년 88%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업계 안팎에선 오는 2025년 또는 그 이후 시점을 기준으로 제시되는 배터리 3사의 북미 생산 규모나 세제 혜택이 모두 최대 캐파(생산능력)를 전제하고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향후 미국 정부의 정책 추진 방향, 세액공제의 구체적인 지급 요건, 수율 향상 속도 등에 따라 구체적인 수치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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