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롯데하이마트, 모호한 위치 벗어날 전략 찾을까
가전업계 1위인 롯데하이마트가 ‘실패’와 ‘재도약’의 기로에 섰다. 한때 롯데하이마트는 롯데 유통 부문의 최대 효자로 꼽혔다. 하지만 지난해 사상 첫 적자를 기록하는 등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 차별화에 성공하지 못하며 온라인과의 경쟁은 물론 오프라인 간 경쟁에서도 뒤처지는 모호한 위치가 됐 때문이다.
롯데하이마트는 사업 효율화와 동시에 오프라인의 강점을 살려 재도약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올해부터는 편집숍의 핵심인 상품 기획자(MD)의 경쟁력에도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비즈니스 모델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사상 첫 적자…‘효자·캐시카우’가 어쩌다
롯데하이마트는 사상 첫 영업 적자를 냈다. 지난해 매출은 3조3370억원으로, 전년 대비 13.8% 감소했고 영업 적자는 520억원을 기록했다.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는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고금리로 인한 소비 침체, 부동산 거래 침체에 따른 이사·혼수 감소로 가전 수요가 줄어들면서 실적이 악화됐고 희망퇴직 위로금 등 일회성 비용 영향까지 더해져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롯데하이마트의 적자는 2012년 롯데그룹 인수 이후 처음이다. 당시 롯데쇼핑은 1조2480억원을 투자해 유진기업, 선종구 전 하이마트 회장, HI컨소시엄 등 하이마트 3대 주주가 가진 주식 1540만 주(지분 65.25%)를 확보했다. 이후 주주 총회를 겨쳐 사명은 ‘롯데하이마트’로 변경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연간 1700억~2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롯데하이마트가 캐시카우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인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2017년에는 인수 5년 만에 매출 4조원을 돌파하면서 롯데그룹의 효자 역할도 톡톡히 해냈다. 그해 영업이익도 2000억원을 넘었다.
롯데하이마트가 휘청이기 시작한 시점은 2019년이다. 매출은 4조265억원으로, 4조원대를 유지했지만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41.1% 급감한 1099억원에 그쳤다. 소비 심리 위축이 지속되며 오디오·비디오 가전과 백색 가전의 판매가 부진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왜 적자 났나…갈 이유 찾기 힘든 롯데하이마트
롯데하이마트는 한국 1위의 가전 양판점이다. 하지만 영향력은 감소하고 있다. 롯데하이마트의 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롯데하이마트의 가전 양판 시장점유율은 2015년 48.7%로 시장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하지만 2017년 44.3%, 2019년 38.7%로 점차 줄어들었고 2021년 시장점유율은 33.7%까지 내려앉았다. 시장 2위인 삼성전자판매(33.0%)와의 점유율 격차는 0.7%에 불과하다.
온라인 가전 시장이 크게 성장한 것과 오프라인 매장만의 차별화에 나서지 못한 점이 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뿐만 아니라 쿠팡·SSG닷컴 등도 가전 분야에서 취급 품목을 늘리고 있고 오프라인 매장과 마찬가지로 희망일 지정, 배송 운전사 설치, 폐가전 무료 수거 등을 지원하고 있다. 쿠팡은 주문 다음날 배송이 오는 ‘익일 설치’ 서비스까지 내놓았다. 전문 설치 기사가 직접 배송·설치하고 사용법도 알려준다. 배송비도 무료다.
과거에는 온라인 구매 시 이 같은 서비스를 지원하지 않아 고객이 스스로 설치해야 하는 단점이 있어 오프라인 매장에서 사는 것을 선호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온라인 구매 시에도 애프터 서비스까지 지원하고 있어 오프라인 구매와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됐다.
또한 최근 들어서는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알리익스프레스가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서면서 소형 가전을 중심으로 매출을 키우고 있다. 최근 알리익스프레스가 발표한 직구 트렌드에 따르면 게임 용품, 커피 머신, 청소기 등 소형 가전 등이 인기를 얻고 있다. 청소기 제품군은 2023년 봄 시즌의 매출이 전년 대비 120% 증가했다. 게임 용품의 매출은 86% 늘었다.
오프라인 매장 간 경쟁에서도 ‘모호한 위치’가 됐다. 가전 업체들의 백화점 입점 이후 고가의 프리미엄 가전을 구매하려는 고객들은 가전 양판점보다 백화점을 찾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월 주요 유통 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백화점의 매출 가운데 가정 용품(전자 제품·가구 등)의 비율은 14.5%를 차지한다. 식품(9.6%), 잡화(10.5%), 여성 캐주얼(6.5%), 남성 의류(4.0%) 등보다 높은 수치다. 카드 할인 등 주된 혜택도 가전 양판점과 비슷하고 특별한 경우 더 높은 할인율을 제공받을 수도 있다.
롯데하이마트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차별화 실패’다. 현재 롯데하이마트는 1300여 개에 달하는 다양한 브랜드를 취급하고 있지만 카테고리 킬러(특정 상품을 특화해 판매하는 전문 매장)의 이미지는 약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가전 전문점 자체가 카테고리 킬러에 해당해 인기를 었었지만 지금은 가전제품에서도 TV·냉장고·헤드폰 등 제품을 세분화해 특정 제품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해 12월 롯데하이마트의 신용 등급을 ‘AA-(안정적)’에서 ‘AA-(부정적)’로 변경했는데 그 이유로 온라인 수요 이전과 오프라인 경쟁 심화로 집객력 저하, 이익 창출력 약화 등을 꼽았다. 가전제품은 구매처와 상관없이 품질이 균일한 데다 판매처보다 제조사에 대한 신뢰가 구매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타 품목 대비 온라인 구매 비율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MD 경쟁력 강화·매장 효율화’ 집중
올해 롯데하이마트는 MD 경쟁력을 강화해 실적을 개선할 계획이다. 롯데하이마트가 발표한 투자 설명 자료에 따르면 롯데하이마트는 올해 전략을 수익 개선과 비즈니스 모델 강화로 나눴는데 두 가지 모두 핵심에 ‘상품’이 있다. 수익 개선을 위해 기존점의 상품 라인업을 개편할 계획으로 새로운 구성을 올해 테스트한다.
가장 먼저 취급 브랜드 수를 2020년 600여 개에서 올해 1300여 개까지 확대했고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선택을 받으며 최근 인기를 얻는 헤드셋도 100개 브랜드를 취급하고 있다. 다만 매장별로 보유한 브랜드 수는 다르다.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는 “올해 상품 경쟁력을 제고하는 것을 중점 사업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상권별 최적의 MD 구성을 위해 조직 개편을 실시하고 전문 운영 조직 ‘상품운영 부문’도 신설했다. 대표이사 직속 팀으로 고객의 니즈와 최신 트렌드를 반영해 상품을 소싱하는 등 적극적으로 상품 경쟁력을 강화한다.
비즈니스 모델 강화를 위해 자체 브랜드(PB) 육성 전략도 재설계한다. PB 이미지를 재설정하고 상품 운영과 애프터서비스 강화로 매출 확대에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동시에 특성을 살린 점포는 적극적으로 키운다. 롯데하이마트는 2020년 처음 선보인 초대형 체험형 매장 ‘메가스토어’를 확대하고 있는데 일반 롯데하이마트가 단층형 구조라면 메가스토어는 2~3층 규모다. 1653㎡(500평) 이상의 규모로 매장 내 카페·캠핑존·1인 미디어존·인테리어존 등 고객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제품 및 서비스를 모아 놓은 게 특징이다.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는 “앞으로 계속 체험형 매장을 늘려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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