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광풍]①"코인 도박판 재림?"…포스코·에코프로가 시총 지형 바꿨다

강은성 기자 2023. 4. 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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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치기만 해도 오른다'…동학개미, 三電 던지고 2차전지 싹쓸이
네카오·게임株 밀려나고 포스코·에코프로 그룹주 우뚝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시절 충북 청주 소재 2차전지 기업을 방문해 전기차 등에 사용되는 2차 전지 제조 설비를 살펴보고 있다. 2021.11.30/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강은성 기자 = "삼전(삼성전자), 네이버 들고 있는데 우울하네요. 아직도 마이너스인데 친구는 에코프로로 5배 먹었다고 하네요. 포스코 정도는 지금이라도 들어가야 할까요? 고점 상투 잡을까봐 겁나는데 에코프로처럼 막차 놓칠까봐 겁납니다."

그간 동학개미의 사랑을 한몸에 받아왔던 삼성전자(005930), 네이버(035420), 카카오(035720) 등의 종목토론방에는 원망 반, 부러움 반 섞인 개인투자자들의 글이 올라온다. 3종목의 소액주주는 합산 1000만명에 달하는데 주가는 답답한 횡보장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올 들어서만 491%가 급등한 에코프로(086520) 등 이차전지(2차전지) 관련주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열기는 사뭇 다르다. 과열을 경고하는 증권사나 전문가가 있으면 악성댓글에 그치는 수준이 아니라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항의 메일과 전화를 쏟아내고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넣는 등 '실력행사'에 나서고 있다. 이차전지의 밝은 미래를 전망하는 유튜버 스타에게는 열렬한 지지를 보내면서 결집하는 현상까지 보인다.

기업에 대한 정당하고 합리적인 '가치평가'는 더이상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 '쏠림현상'에 따른 수급이 주가를 출렁이게 만들면서 변동성이 극대화되고 있다.

한때 시총 2위, 3위에 나란히 올랐던 네이버와 카카오는 이차전지 기업들에게 자리를 내줬다. 시총 지형도마저 바뀐 것이다.

ⓒ News1 DB

◇네카오·게임株 밀려나고 포스코·에코프로 그룹주 우뚝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기준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이하 우선주 제외)엔 총 5개의 이차전지 기업이 포함됐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2위), LG화학(051910)(4위), 삼성SDI(018260)(6위), 포스코홀딩스(005490)(8위), 포스코퓨처엠(003670)(10위)이 그 것이다.

이중 LG화학은 1년전 시총 순위 9위에서 현재 4위로 뛰어올랐다. 포스코홀딩스는 11위에서 8위로 올랐고, 포스코퓨처엠(당시 포스코케미칼)은 무려 시총 43위에서 10위로 순위가 수직상승했다.

반면 작년 4월 시총 5위를 당당히 차지했던 네이버는 11위까지 밀려나있다. 6위였던 카카오도 12위로 추락했다.

코스닥에서는 지난해 시총 16위였던 에코프로가 2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이에 따라 코스닥 시총 1위 에코프로비엠(247540), 2위 에코프로, 3위 엘앤에프(066970) 등 시총 톱3가 모두 이차전지 종목으로 구성됐다.

반면 지난해 코스닥 시총 5위였던 펄어비스(263750)는 10위로, 9위였던 위메이드(112040)는 무려 22위까지 추락했다. 그나마 셀트리온과 HLB 등 바이오종목은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만 하더라도 국내 코스피,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종목은 반도체 관련주와 인터넷, 게임, 자동차, 이차전지 등이 균형을 이루고 있었으나 최근엔 이차전지 종목이 시총 상위권에 대거 진입하면서 시총 상위 비중이 크게 늘었다"면서 "반면 코로나19 기간동안 주가가 급등하면서 개인투자자의 유입이 많았던 인터넷, 게임 등의 업종은 순위가 크게 밀렸다"고 설명했다.

구광모 LG 대표가 지난 17일 LG화학 청주공장을 방문, 양극재 생산 핵심 공정 가운데 하나인 소성 공정 라인을 살펴보고 있다. (LG 제공) 2023.4.18/뉴스1

◇'스치기만 해도 오른다'…동학개미, 三電 던지고 2차전지 싹쓸이

개인투자자들의 이차전지 쏠림 현상도 두드러졌다.

올 들어 개인투자자가 가장 많이 산 종목은 포스코홀딩스다. 지난 1월2일부터 전날인 4월20일까지 누적 3조9402억원 어치를 쓸어담았다.

뒤이어 누적 순매수 2위에 에코프로(1조4100억원), 3위에 에코프로비엠(8219억원)이 올랐다.

나노신소재(121600)(2786억원), 코스모신소재(005070)(1982억원)와 같은 중소형 종목도 개인순매수 5위와 11위에 오르면서 시가총액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같은 기간 개인의 누적 순매도가 5조6117억원에 달한다. 금액으로만 보면 삼성전자를 매도한 개미들이 포스코홀딩스와 에코프로그룹주를 사들인 셈이다.

이어 기아차를 1조1745억원, 현대차를 1조295억원씩 팔아치웠고 SK하이닉스도 7371억원이나 매도했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와 코스닥은 올 들어 모두 지수가 상승했으나 이차전지 등 일부 업종으로 쏠림 현상이 심화되며 업종별 양극화가 크게 나타나는 모습이었다"면서 "이는 상승 종목수보다 하락종목수가 오히려 많다는 점이 방증하는데, 특히 미디어, 건설, 음식료, 금융, 헬스케어 등은 수급 소외 현상마저 나타나며 약세를 면치 못했다"고 평가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에코프로나 포스코퓨처엠 및 중소형 이차전지 관련주의 급등현상은 현재 전형적인 '순환매' 형태를 보이고 있다"면서 "특정 종목에서 고점 신호가 읽히면 투자자들은 바로 '다음 타자'를 찾아 수급이 옮겨가면서 쏠림현상이 나타나는데, 이렇게 될 경우 소위 '폭탄돌리기'처럼 고점에 물려 큰 손실을 보는 경우가 있는만큼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대표는 이어 "이차전지 종목이 급등하면서 '나만 못먹었다'는 공포감이 현재 투자심리를 지배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위기감에 떠밀려 합리적이지 못한 투자를 하면 변동성에 희생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esth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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