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카카오가 인수한 SM 시너지 내려면

여론독자부 2023. 4. 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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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민 홍익대학교 문화예술경영대학원 교수
[서울경제]

카카오가 치열한 경쟁 끝에 하이브를 제치고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했다. 인수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카카오가 SM 주식을 공개 매수하는데 성공해 마침내 대주주가 됐다. 사실 이번 인수는 단순히 대주주 변동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 발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차지하는 SM과 카카오의 위상이 커, 앞으로의 사업 방향이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한 차례 광풍이 지나간 만큼 인수과정에서의 잡음과 우려를 훌훌 털고 미래를 위해 정진해야 할 때다.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 발전의 관점에서 카카오의 SM 인수에 대해 몇 가지 제언을 하면 첫째, 글로벌사업의 강화다. 주지하다시피 한국시장은 지나치게 좁아 라이프사이클상 사업 시작 이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항상 정체기가 오게 돼있다. 따라서 해외시장의 개척과 진출은 필수적이다. 다행히 글로벌 음악시장에서 K팝의 입지가 구축됐고 글로벌 팬들도 든든한 지원군이 되고 있다. 카카오 플랫폼이 SM 지식재산권(IP)의 글로벌 진출 기반이 되고, 반대로 SM의 콘텐츠가 카카오의 글로벌 진출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특히 음악 수요의 주도권이 서구에서 아시아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SM의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아시아 지역시장에 확고한 입지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둘째, 신규 분야의 개척이다. 지금까지 SM을 비롯한 한국의 음악기업은 해외 벤치마킹을 통해 트레이닝 시스템, 프로듀싱 시스템, 팬덤 시스템 등 한국적인 시스템을 만들어냈다. 이번 인수를 통해 플랫폼이 강점인 카카오와 IP가 강점인 SM이 상호협력을 통해 신규 음악 장르와 스타일, 신규 음악 비즈니스모델, 신기술과 음악의 융합 등 신규 분야를 개척할 수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인공지능(AI)과 메타버스 등의 기술 및 플랫폼을 통한 새로운 음악사업 구현, 카카오의 웹툰 및 웹소설과 SM 음악의 융합, 가수와 팬의 교류를 위한 온라인 플랫폼의 강화, 실험적인 음악사업의 플랫폼 전개 등 이번 인수를 통한 새로운 사업은 무궁무진하다. 또 기회와 역량도 충분하다. 엔터테인먼트와 관련된 첨단기술의 비약적인 변화는 우리에게 기회가 되고,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역동적인 DNA와 창의적인 음악인들은 우리의 역량으로 작용할 것이다.

셋째, 조직의 원활한 통합이다. 플랫폼 기업과 IP기업은 사업방식과 기업문화 면에서 크게 다르다. 일반적으로 플랫폼 업체는 수직적인 반면, 엔터 업체들은 유연한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다. 각각 다른 문화에서 성장해 온 카카오와 SM은 앞으로 조직 재편과 협력 과정에서 갈등이 나타날 수 있다. 둘 간의 화학적 시너지를 위해서는 이질적인 기업문화를 인정하고 상호 개방적이어야 할 것이다. 그나마 카카오에는 IP 기업문화를 체득한 카카오 엔터테인먼트가 있어 다행이다. SM엔터는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듯 미지의 영역을 개척하고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기업 문화와 창의적 인력을 기반으로 하는 아티스트 양성 및 프로듀싱 시스템 등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 새 경영진은 SM엔터의 이와 같은 정체성과 장점을 더욱 잘 살려 나가야 할 것이다.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최고 경쟁력은 아티스트와 프로듀서 등 인력이다. 새로운 경영진이 SM엔터의 고유성을 무시하고 자신의 이념만을 주입하려 한다면 반발과 인력 이탈이 나타날 수 있다.

인수합병이 조직문화의 차이로 인해 실패로 끝난 경우는 적지 않다. 21세기가 막 시작된 2000년 당시 세계적인 플랫폼 기업인 아메리칸온라인(AOL)과 세계적인 IP기업인 타임워너의 합병은 큰 주목을 받았으나 결국 대실패로 끝나고 2009년 두 기업은 헤어졌다. 그 이유는 물론 닷컴 버블의 붕괴도 있었지만 더 큰 것은 조직문화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리처드 파슨스 전 타임워너 최고경영자(CEO)의 “두 회사는 너무 다른 문화를 갖고 있었고, 우리는 그 차이를 너무 과소 평가했다”라는 말이 이를 잘 대변해 주고 있다. 물론 성공사례도 많다. 현재 글로벌 음악메이저들이 주로 음악 대기업, 중소 레이블 등의 성공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성장해 왔다. 카카오의 이번 SM 인수가 세계적인 성공사례로 남고,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 발전에 초석이 되기를 기대한다.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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