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게임도, 저 게임도 ‘리니지 닮은꼴’…엔씨 “원조는 바로 나”
엔씨 “카겜·엑스엘게임즈의 ‘아키에이지 워’, ‘리니지2M’ 모방” 소송
카카오 측 “동종 장르 게임의 일반적 요소, 법률 위반 아냐” 정면 반박
넥슨도 ‘데이터 유출’ 아이언메이스 고소…업계 “정부도 관심 가져야”
게임업계가 최근 잇단 지식재산(IP)권 관련 소송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르지만 큰 틀에서 보면 저작권 표절 여부가 쟁점이다. 인기 게임을 모방해온 업계 관행과 기술 유출 관련한 고질적인 문제가 다시 불거지는 모양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 기준 국내 3위 엔씨소프트와 6위 카카오게임즈가 표절 여부를 놓고 정면으로 맞붙었다.
엔씨는 카카오게임즈와 개발 자회사 엑스엘게임즈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및 부정경쟁 행위에 대한 민사소송을 냈다. 엑스엘게임즈는 과거 엔씨에서 ‘리니지’를 개발한 1세대 게임 개발자 송재경 대표가 수장을 맡은 곳이다. 김택진 엔씨 대표이사가 과거 창업 동료이자 ‘리니지 아버지’로 불리는 1세대 개발자인 송 대표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어서 더 눈길을 끈다.
엔씨는 “카카오게임즈·엑스엘게임즈가 지난달 출시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아키에이지 워’에서 당사의 대표작 ‘리니지2M’(2019년 출시)의 콘텐츠와 시스템을 다수 모방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아키에이지 워가 리니지2M의 사용자 인터페이스(UI)와 캐릭터를 육성하는 방식, 게임플레이를 돕는 기능 등을 모방해 자사의 플레이 경험과 수익 모델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표절 논란 속에 아키에이지 워는 지난달 21일 출시 후 앱 마켓에서 매출 순위 1~3위권에 올라 인기를 얻고 있다. 반면 리니지2M의 순위는 계속 하락해 8위 안팎에 머물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카카오게임즈는 “(엔씨 주장은) 동종 장르 게임에 일반적으로 사용된 게임 내 요소 및 배치 방법에 대한 것으로 법률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소장 검토 후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 업계 관계자는 “리니지 라이크(리니지와 유사한 게임) 성공 전략을 따라하는 관행이 있지만, 이번 사례는 ‘선을 넘었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하지만 앞서 출시된 유사한 게임이 많고 판례 등을 감안하면 ‘동종 장르에서 보편화된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기가 어려워 엔씨의 대응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오마주 문화가 있는 게임업계에서는 창작물 간 유사성에 관대해 ‘표절’과 ‘응용’을 규정짓는 명확한 잣대를 구분하는 게 쉽지 않아 표절을 인정한 판례가 드물었다.
엔씨는 2021년에도 웹젠의 MMORPG ‘R2M’이 2017년 작 ‘리니지M’을 표절했다며 민사소송을 제기해 1심을 진행하고 있다.
성격은 다르지만 넥슨이 ‘다크 앤 다커’ 제작사인 중소업체 아이언메이스 측을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으로 형사 고소한 사건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보인다. 넥슨은 아이언메이스 개발진이 넥슨에서 퇴사하며 미출시 프로젝트 데이터를 유출해 다크 앤 다커를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성공한 게임의 시스템과 수익 모델을 참고하는 관행이 도를 넘고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교수)은 “개발 소스를 빼 게임을 만들고 인기 게임을 카피하는 문화가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며 “게임사들은 저작권·특허 등록 등에 적극 대처하고, 정부도 저작권 이슈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강혜경 “명태균, 허경영 지지율 올려 이재명 공격 계획”
- “아들이 이제 비자 받아 잘 살아보려 했는데 하루아침에 죽었다”
- 최현욱, 키덜트 소품 자랑하다 ‘전라노출’···빛삭했으나 확산
- 수능문제 속 링크 들어가니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 메시지가?
- 윤 대통령 ‘외교용 골프’ 해명에 김병주 “8월 이후 7번 갔다”···경호처 “언론 보고 알아
- 이준석 “대통령이 특정 시장 공천해달라, 서울 어떤 구청장 경쟁력 없다 말해”
- “집주인인데 문 좀···” 원룸 침입해 성폭행 시도한 20대 구속
- 뉴진스 “민희진 미복귀 시 전속계약 해지”…어도어 “내용증명 수령, 지혜롭게 해결 최선”
- 이재명 “희생제물 된 아내···미안하다, 사랑한다”
- ‘거제 교제폭력 사망’ 가해자 징역 12년…유족 “감옥 갔다 와도 30대, 우리 딸은 세상에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