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뜬구름 잡다가 늦어" 전세 사기 대책에 기약 없는 희망만

김서온 2023. 4. 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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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최근 인천에서 전세 사기 피해자 2명이 극단적 선택을 한 가운데 이른바 '건축왕'으로부터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 A씨도 지난 17일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힘든 상황에서도 숨지기 전날까지 직장에 출근하고, 전세사기피해지원센터는 물론 구제받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노력한 것으로 전해져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19년 9월 보증금 7천200만원을 주고 전세 계약을 맺은 뒤 2021년 9월 임대인 요구로 재계약 하면서 보증금을 9천만원으로 올렸다.

그러나 A씨가 살던 아파트가 전세 사기 피해로 지난해 6월 전체 60세대가량이 통째로 경매에 넘어갔다. 보증금 8천만원 이하여야 그나마 최우선변제금 2천700만원을 보장받을 수 있었지만, A씨는 보증금을 전혀 돌려받을 수 없는 막막한 상황이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세사기 근절 및 피해지원 관련 당정협의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세 사기 피해가 속출하고 사안이 점차 심각해지자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대책 마련에 나섰고, 올해 2월에는 해결책이 담긴 '전세사기 예방 및 피해지원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전세 보증금 3억원 이하 주택에 사는 전세 사기 피해자들에게 주택도시기금으로 가구당 대출 한도 2억4천만원까지 연 1∼2%대 저금리 대환 대출을 제공, 주거 이전이 필요한 피해자들에게 지원 중이던 연 1∼2%대 저금리 대출도 보증금 요건(2억원→3억원)과 대출액 한도(가구당 1억6천만원→2억4천만원)를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전세 사기 예방을 위해 보증가입 요건도 전세가율 90%로 강화, 공인중개사에 대한 권한과 의무, 처벌 수위도 크게 높였다.

전세 사기를 예방하고 피해지원을 위한 촘촘한 망을 구축했지만 무엇보다 우선순위에 둬야 하는 것은 당장 벼랑 끝에 몰린 피해자들을 위한 구제책이다. 향후 처벌과 제도를 강화하는 것도 필수지만 막막한 상황에 부닥친 피해자들을 지켜줄 수 있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확실한 지원책이 미흡했다는 우려가 결국 현실이 되고 말았다. 3명의 젊은이가 생을 마감하면서다.

인천시와 국토교통부는 전세 사기 피해가 집중된 인천 피해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달 전세피해지원센터를 정식 개소했다. 올 1월 31일 임시 개소한 이후 지난달 8일까지 374명이 실제 센터를 찾아 피해 상담을 받았다. 센터에는 인천시, 주택도시보증공사(HUG) 관계자들과 변호사, 법무사 등이 상주해 피해자들은 전세 피해확인서 발급, 긴급 주거지원 안내 등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여전히 전세 사기 피해를 해결하기에 부족하다고 지적,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실제 전세 사기 피해를 주장하는 피해자 A씨는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글을 통해 '왜 아직도 피해자들이 자살하고 있는지'에 대해 세세하게 설명했다.

A씨는 최근 전세 사기 사건 공판에 다녀온 상황을 서술하며 "법정에는 전세 사기 피해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음에도 가해자들은 화려한 변호인단을 끌고 나왔다. 피해자들의 보증금으로 고용한 변호사 아니겠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가해자들은 법리상 사기가 될 수 없다고 혐의를 부인하고, 직원으로 일했을 뿐이라고 얘기했다"며 "특히, 검찰 기록을 복사하지 못했다면서 공판을 연기해달라는 요구가 받아들여졌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전세사기피해센터를 통해서 지원받을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인 점, 피해센터에서도 실질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A씨는 "센터를 방문해도 당장 지원받을 수 있는 것이 없고, 법적으로도 뚜렷한 방법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전세 사기 피해자가 거주하는 집이 경매에 넘어가면 당장 퇴거해야 하고, 전세금을 떼이게 되는 상황에서 경매로 낙찰받는다고 할지언정 전세사기피해자가 급하게 돈을 구할 수 있는 길도 없다"고 토로했다.

현재 정부가 제도의 구멍을 메우기 위해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한 개선책을 마련 중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9일 전세 사기 피해자 법률·심리 상담 지원 긴급 대책회의를 개최하고 "정부는 전세피해지원센터를 중심으로 다양한 전문가들과 적극 협력해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와 전문가의 협력, 경매 우선매수권을 비롯해 저리 대출, 모니터링 시스템과 처벌 강화 모두 필요하다. 피해자 지원과 예방을 위해서 시간이 소요되는 법 개정과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한 번뿐인 삶을 포기할 정도로 괴로워하는 전세 사기 피해자들을 단수, 단전 딱지가 덕지덕지 붙은 곳에서 다시 희망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세 사기로 어렵게 받은 전세 대출금까지 갚아나가며 빚쟁이, 신용불량자가 될 수 있는 절망적인 상황에 이들을 차일피일 방치하고 대책과 개선책만 거듭 발표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게 이해와 공감을 바탕으로, 빠른 의사결정과 실효성 있는 정책을 시행해 내일이 보이지 않는 전세 사기 피해자들에게 오늘의 빛이 되어주길 바란다.

/김서온 기자(summ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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