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문’으로 사라진 김기현 대표···국민의힘은 이사 중[여의도 앨리스]
[여의도 앨리스] “정치부 기자들이 전하는 당최 모를 이상한 국회와 정치권 이야기입니다.”
20일 오전 9시28분,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청 228호 앞. 국민의힘을 취재하는 기자들이 바닥에 둘러앉아 노트북을 두들겼다. 최고위원회의를 막 마친 시각, 강민국 수석대변인이 회의장 문 앞에서 기자들에게 질문을 받았다. 김기현 대표가 직접 기자들 질문에 답하던 평소와 달랐다. 일부 기자들 사이에서 “오늘은 왜 대표가 직접 백브리핑(공식 브리핑 이후 비공식적으로 진행하는 브리핑. 보통 회의 등 행사 후 기자들과 진행하는 질의응답을 의미한다)하지 않느냐”는 불평이 나왔다. 김 대표가 회의장 내 ‘뒷문’을 통해 당대표실로 들어간 사실이 이후 알려졌다.
김 대표가 최고위 이후 기자들과 접촉하지 않은 것은 최근 일이다. 이전에도 기자들 질문에 침묵을 지키거나 질의응답 요구에 거부감을 표현한 적은 있다. 하지만 그럴 때에도 회의장에서 대표실로 이동하는 동선 때문에 기자들과 물리적으로는 만날 수밖에 없었다.
상황이 바뀐 것은 국민의힘 대표실이 최근 이사를 진행하면서다. 기존 당대표실은 국회의사당 본청 2층 정문을 입장해 오른쪽으로 꺾으면 바로 보이는 자리에 있었다. 국회 본청은 한글 자음 ‘ㅁ’자처럼 가운데가 뚫린 형태로, 정문이 아랫변 중앙에 위치한다면 대표실은 아랫변 오른편 4분의 1 지점과 가까웠다. 최고위가 열리는 회의장은 ‘ㅁ’의 윗변에 해당하는 본청 2층 건물 뒷편 오른쪽에 위치해, 대표실에서 회의장까지 가려면 복도를 30초 가량 걸어가야 했다.
지금은 당대표실 위치가 바뀌었다. 회의장 바로 옆방으로, 회의장 내부에는 새 당대표실과 연결된 문이 있다. 김 대표 마음먹기에 따라 복도로 통하는 회의장 문으로 나와 기자들과 마주할 수도, 회의장 안에서 대표실로 직통하는 문을 이용해 기자들을 피할 수도 있는 구조다. 출입 기자들 사이에서 회의장 안쪽 문을 두고 ‘뒷문’이라는 말이 만들어졌다.
대표실 이전 이유는 기본적으로 이미지 쇄신을 위함이다. 김 대표 포함 최고위원들이 기존 당대표 실에서 회의장까지 우르르 함께 걸어오는 모습이 흡사 ‘조폭’ 같아 보인다며 변화 필요성이 여러번 언급됐다는 것이다. 기자들에게 추가 질문을 받지 않으려는 의도도 없지 않다. 당 핵심 관계자는 ‘대표실 이전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표가) 대표실에서 회의차 오갈 때 쭉 걸어가야 하는데, 동선이 길어져 백블을 한 이후에도 (기자들이) 또 붙는 일이 있었다”고 답했다. 대표실 핵심 관계자는 “앞으로 최고위 백브리핑도 기본적으로 수석대변인이 하고, 특별한 경우만 대표가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대표실 외에도 본청 내 당직자 사무실을 여럿 이전하고 있다. 박대출 신임 정책위의장 사무실은 기존 당 정책국 실무진 여럿이 쓰던 넓은 방으로 이사했고, 박성민 전략기획부총장 사무실도 미디어국 자리로 옮겼다. 새로 옮긴 방 모두 기왕에 쓰던 자리보다 공간이 넓다. 기존 대표실 자리로는 당 기획조정국이 간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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