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 ISSUE]가난 지운 대전하나, 평균 관중 2위 질주…역사+열정+자본 시너지↑

이성필 기자 2023. 4. 21. 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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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월드컵경기장에 모인 대전 팬들과 함께 사진 촬영에 나선 대전하나시티즌 선수단. ⓒ한국프로축구연맹
▲ 대전월드컵경기장에 모인 대전 팬들과 함께 사진 촬영에 나선 대전하나시티즌 선수단.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예전 시민구단 시절부터 하나은행이 모기업이었다면, 울산 현대-전북 현대 저리 가라였을 겁니다."

대전월드컵경기장은 과거 가난한 시민구단 대전 시티즌의 굴곡진 역사가 담긴 곳이다. 관중 한 명 모으기 쉽지 않아 프런트는 눈물로 관중 유치를 호소했고 선수들까지 발 벗고 나섰다.

선수들이 숙소라고 사용했던 공주시(현 세종시) 국곡리 폐가 수준의 건물은 초등학교 선수들의 숙소보다도 못했던 수준이었다. 이곳에서 선수들은 상위 팀 한 번 이겨보겠다고 이를 악물고 싸웠다. 그러나 판정 시비에 휘말려 눈물을 떨궜고 분을 참지 못했던 몇몇 직원은 그라운드로 뛰어 들어가 심판에게 항의하는 몸짓을 보였던 기억도 있다.

하지만, K리그1으로 승격한 대전 하나시티즌의 대전월드컵경기장은 분위기가 정말 많이 달라졌다. K리그2(2부리그) 시절에도 관중이 없던 것은 아니지만, 승격 초반 내용과 결과를 모두 잡는 축구를 보여주면서 흥미를 높이고 있다.

와달라고 애타게 외치던 지역 고위 관계자들은 알아서 경기장을 찾는다. 경기장 3층에 마련된 라운지에는 대전 오피니언 리더들의 교류의 장이 열린다. 가볍게 식사를 즐기면서 경기에 대한 대화가 오간다. 시민구단 시절에도 비슷한 풍경이 있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시에 손을 벌려 예산을 타내야 했던 구단의 절규가 담긴 자리였다.

지난 16일 울산 현대와의 K리그1 7라운드에서는 이장우 대전광역시 시장이 개막전에 이어 또 관전했다. 이벤트 당첨자와 사진 촬영을 하는 순간 야유도 없었다. 통상 자치단체장이 경기장에서 어떤 행사를 하면 시정이 마음에 들지 않는 팬들이 야유했지만, 이번에는 없었다.

오히려 가장 큰 환영을 받는 인물은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이다. 투자를 약속했고 주세종, 조유민, 이진현, 오재석 등 국가대표급 선수들을 영입해 줬다. 외국인 선수 투자도 할 수 있는 수준에서 최선을 다했다. 2부리그 시절부터 경기장을 찾았고 팬들은 "함영주! 함영주!"라고 구단주의 이름 석 자를 정확하게 외쳐줬다.

대전 관계자는 "구단주가 특별한 일정이 없다면 홈 경기는 꼭 오려고 한다. 울산전 결과를 보고 받고 누구보다 기뻐했다고 한다. 경기장 분위기에 심취해(?) 계셔서 홈 경기 종료 후에는 꼭 그라운드로 내려가 선수들을 격려하고 관중에게도 인사를 건넨다. 자연스럽게 팬들이 이름을 연호하는 것 아닌가 싶다"라고 전했다.

물론 난관도 있었다. 2020년 1월 시민구단 대전 시티즌을 받아 재창단 당시 팀의 상징색인 자주색이 하나금융그룹의 상징색인 녹색으로 덮였다. 팬들의 반발이 생기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일이었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자주색 정신을 잃지 않으면서 모기업의 상징까지 이어가는 윈-윈을 해냈다.

▲ 대전하나시티즌은 시즌 초반 평균 관중 2위까지 올라섰다. ⓒ한국프로축구연맹
▲ 대전하나시티즌은 이민성 감독이 팬들 앞에서 박수 응원을 유도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그 결과 올해 홈 4경기에서 5만9.403명을 모았다. 경기당 평균 1만4,851명으로 전체 2위다. 3경기를 치른 FC서울(총 8만7,760명, 평균 2만9,253명)과 울산 현대(총 5만8.450명, 평균 1만9,483명)가 각각 1, 3위를 기록 중이다. 흥행 구단 전북 현대는 4경기 총 4만9,175명(평균 1만2,294명)으로 4위로 밀려났다. 충성도 높은 팬들을 보유한 수원 삼성은 4경기 3만3,408명(평균 8,352명)으로 6위까지 떨어졌다. 울산이 주말 포항 스틸러스와 동해안 더비를 치러 역전을 허용해도 3위 이하로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20년부터 대전시로부터 획득한 시설운영권도 경기장 활용을 편하게 해줬다. 2022년부터는 2045년까지 클럽하우스로 활용하고 있는 덕암축구센터와 함께 위탁 관리, 계약을 체결하면서 진정한 홈경기장으로 거듭났다. 경기 당일만 부착하고 철거했던 시설물들을 그대로 두면서 분위기를 유지하는 것은 물론 효율성을 높여 소모 비용도 줄였다. 종합스포츠클럽 가능성을 키우며 시작한 스포츠 클라이밍 등 다른 시설 확장도 장점이다. 하나금융그룹의 스포츠마케팅 집약체가 경기장에 구현된 것이다.

대전 고위직을 경험했던 한 축구인은 "솔직히 과거의 대전은 가난의 대명사였고 시끄럽기만 했다. 행정 난맥상 등 부정적인 이슈만 가득했다. 그런데 최근의 대전은 너무 다르고 올해는 더 그렇다. 이렇게 좋은 시절이 있었나 싶다. 확실한 것은 하나금융그룹 효과가 대단하다는 점이다. 과거 시민구단 시절에도 모기업이었다면 울산, 전북, 수원 삼성, FC서울을 성적이나 관중몰이에서 발아래 뒀을 것이다"라며 웃었다.

이민성 대전 감독은 가능성을 일찌감치 확인했다. 그는 울산전을 2-1로 이긴 뒤 "대전이 이 정도의 잠재력이 있는 팀이라는 건 부임 전부터 알고 있었다. K리그1에 승격해 성적이 뒷받침, 많은 팬이 찾아와 주셔서 감사하다. 울산, 전북, 서울 같은 팀들과 비교해 봐도 대전 역시 밀리지 않을 정도의 팬 확보가 가능한 지역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자부심을 내세웠다.

대전이 시즌 끝까지 좋은 성적을 유지할 것인지는 물음표지만, 적어도 공격 축구를 버리지 않겠다는 기조를 구축해 팬들의 보는 재미를 높였다는 것은 긍정적이다. 계속 모일 팬을 어떻게 잡아 장기 고객으로 만드냐가 구단과 하나금융그룹에 숙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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