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령탑 "뺨 맞고 나가볼래", 선수는 "제발 때려주세요"... 선행왕은 이토록 간절하다

수원=김우종 기자 2023. 4. 21.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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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수원=김우종 기자]
SSG 박종훈.
"뺨이라도 한 번 맞고 나가볼래."

"제발 때려주세요."

SSG 랜더스의 선행왕 박종훈(32)이 일단 한 박자 쉬어가기로 했다.

SSG 랜더스는 20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치른 KT 위즈와 원정 경기에 앞서 박종훈을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박종훈은 지난 19일 KT를 상대로 선발 등판, 6이닝 10피안타(1피홈런) 1볼넷 1탈삼진 5실점(4자책)으로 부진하며 올 시즌 첫 번째 패전을 떠안았다. 총 투구 수는 107개. 경기 초반 빗맞은 타구가 안타로 이어지는 등 운이 따르지 않은 장면도 있었다.

그렇지만 올 시즌 그는 좀처럼 제 모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올 시즌 3경기에 선발 등판해 승리 없이 1패 평균자책점 7.20을 마크하고 있다. 15이닝 동안 19개의 안타를 허용했는데, 그중 4개가 피홈런으로 이어졌다. 볼넷은 8개.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은 1.80이며, 피안타율은 0.322에 달한다.

20일 경기에 앞서 김원형 SSG 감독은 박종훈의 말소에 대해 "몸에 이상이 있는 건 아니다. 다만 한 번 쉬어가는 타이밍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비록 엔트리에서 말소됐지만, 박종훈은 계속 1군과 동행한다. 현재로서는 열흘이 지나면 다시 1군 엔트리에 등록될 가능성이 높다.

김 감독은 "(박)종훈이 자체가 안 좋은 상태다. 몸도 쉴 겸, 재정비를 해야 할 것 같다. 열흘 빠진다고 해서 경기 감각이 많이 떨어지는 건 아니다. 중간중간 불펜 피칭을 실시하면서 상태를 체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SSG 박종훈.
군산중앙초-군산중-군산상고를 졸업한 박종훈은 2010년 2라운드 전체 9순위로 SK 와이번스(SSG 랜더스 전신)에 입단했다. 이후 올 시즌까지 215경기에 출전해 69승 68패 1홀드 개인 통산 평균자책점 7.20을 마크했다. 최근에는 개인 통산 1000이닝 돌파에 성공하기도 했다.

누구보다 성실하게 뛰었다. 결국 2021시즌을 마친 뒤 박종훈은 KBO 리그 최초 비 FA 다년 계약의 주인공이 됐다. 5년 총액 65억원(연봉 56억원, 옵션 9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2021년 6월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은 박종훈은 지난해 7월 31일 복귀해 팀을 위해 뛰고 있다.

다만 박종훈은 유독 1회에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개인 통산 1회 피안타율이 0.287로 2회(0.255)와 3회(0.261), 4회(0.228), 5회(0.254), 6회(0.273)와 비교해 가장 높은 편이다. 지난 13일 대구 삼성전에서도 1회 몸에 맞는 볼 2개와 볼넷 1개, 2루타 1개, 홈런 1개를 각각 허용하며 5실점으로 고전했다. 이어 19일 KT전에서도 볼넷 1개를 내준 끝에 1실점을 기록했다.

사령탑도 이런 박종훈의 성향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김 감독은 "항상 1회가 문제인데, 누구나 1회에는 긴장한다. 어린 시절에는 이런 부분에 대해 이해했다. 본인이 대형 계약을 맺으면서 책임감을 느끼는 것도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1000이닝 이상 던진 투수 아닌가. 과도한 긴장을 하면 안 되는 연차가 됐다"고 강조했다.

1회가 워낙 약해, 경기 당일에도 미리 불펜 투구를 한 뒤 나올 때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역시 1회 마운드를 딱 밟는 순간 소용이 없어진다고 한다. 김 감독은 "하루는 (박)종훈이한테 '나가기 전에 한 번 진짜 뺨이라도 맞고 나가볼래'라고 농담을 건넨 적이 있다. 그랬더니 본인도 '제발 한 대 때려주세요'라고 하더라. 한 대 맞으면 분노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을까 해서 그랬다. 그렇게까지 해서 흔들리는 게 잡힌다면 좋을 거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고 되돌아봤다. 그 정도로 사령탑과 선수 모두 '1회 징크스' 탈출에 간절했던 것이다.

박종훈은 평소 누구보다 팬 서비스와 선행에 진심인 선수로 잘 알려져 있다. 2019년에는 활발할 기부 활동을 펼치며 사랑의 골든글러브상을 수상했다. 그는 2018년부터 인하대병원과 함께하는 행복 드림 캠페인을 통해 기록한 승수에 따라 100만원씩 적립해 전달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기부 후 "계속해서 내가 받은 사랑을 많은 곳에 나눌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한 박종훈. 누구보다 간절한 마음으로 공을 뿌리는 그가 일단 마음을 추스르며 다음 등판을 기약했다.

SSG 박종훈.

수원=김우종 기자 woodybell@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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