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자에 LTV·DSR 완화 추진… 경매 유예해도 미봉책 지적

박슬기 기자 2023. 4. 21.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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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사기 피해자들이 속출한 인천시내 한 아파트 승강기에 전세사기 피해 아파트임을 알리는 문구가 붙어 있다./사진=뉴스1
전세사기 피해가 전국적으로 발생하면서 금융당국이 피해자들을 구제하기 위해 가계대출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전세사기 피해자들에 대한 금융지원 대책으로 경매 유예와 함께 가계대출 규제를 한시적으로 예외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LTV(주택담보대출비율)와 DSR(총부채상환원리금상환비율) 등을 가계대출 규제를 완화해 자금 여력을 확보해주기 위해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한시적으로 LTV·DSR를 적용하지 않는 방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애 최초 주택 구입 시엔 규제지역 여부와 관계없이 9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선 LTV가 80%까지 적용되고 있다. 무주택자와 1주택자는 LTV 한도가 규제지역은 50%, 비규제지역은 70%까지다.

다만 금융권 대출액이 1억원을 넘으면 DSR은 은행이 40%, 비은행이 50%로 대출 한도가 제한된다.

DSR은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 모든 가계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비율을 말한다. 총 대출액이 1억원을 넘을 경우 연소득이 1억원이면 모든 대출의 원리금이 총 4000만원을 넘길 수 없다는 의미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금융권에서 원환하게 자금을 공급받기 위해선 가계대출 규제를 예외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금융당국이 검토에 나선 것이다.


6개월 경매 유예해도… 누가 전세 보증금 돌려주나


앞서 금융당국은 전세 사기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연루 주택에 대해선 경매를 6개월 이상 유예하고 추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이는 미봉책에 그칠 뿐 선순위 담보채권을 갖고 있는 민간 금융사의 경매 유예를 무기한 유예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세 사기 피해를 본 세입자 역시 '전세보증금'을 돌려받기 힘들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들이 피해 전세보증금 반환을 위해 사회공헌 기금을 마련하는 방안도 언급되지만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전세 사기 피해가 집중된 인천 미추홀구 소재 주택 210건을 대상으로 매각 기일 변경을 신청할 계획이다.

인천 미추홀구 전세 사기 피해자는 2479세대로 확인된 가운데 캠코가 관리 중인 주택은 210건에 불과해 극이 일부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경매 유예는 피해자들의 온전한 구제 수단이 될 수는 없다는 문제점도 제기된다. 피해 기간을 최대 6개월 뒤로 지연만 하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일단 급한 불을 껐지만 전세 사기 피해자들에게 보증금을 얼마나 돌려줄 수 있느냐도 관건이다.

금융권은 추가 대책을 마련 중인 가운데 야당은 캠코 등 채권개입기관이 보증금 반환 채권을 매입하고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보상하는 '선 보상 후 구상' 특별법을 거론하고 있지만 부실 채권을 매입하는 캠코 특성상 헐값에 팔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자산 손실을 우려한 금융사가 캠코에 채권을 넘기지 않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1억원의 전세 보증금 반환 청구권에 대해 30~50% 수준으로 캠코가 매입하면 50% 이상의 손실이 확정되는데 전세 사기라는 범죄로 인해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지와 관련해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기 힘들다는 게 업계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전세 사기 피해 구제를 위해 금융권이 공통 기금을 만들어 보증금 반환을 지원하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모방 범죄 또는 모럴해저드가 나타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선 전세 사기 피해자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언급된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전세 사기 피해 범부처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추가적인 지원 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추가 방안은 다음 주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 5300억원 금융지원 나서… 새마을금고·농협 등 상호금융까지 대책 마련 분주


금융권에선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위해 대출 공급을 늘리고 금리를 감면하는 등 금융 지원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은행권에선 우리은행이, 상호금융권에선 새마을금고와 신협, 농협, 수협 등이 지원책을 잇따라 내놨다.

우리은행은 전날 전세사기 피해자를 대상으로 5300억원 규모의 주거안정 금융지원을 즉각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우리은행은 전세사기 피해 세대와 경매 진행세대에 한해 전세대출, 구입자금대출, 경락자금대출 등 3가지 대출지원방안을 마련했다.

상호금융권도 이자율을 조정하며 지원 사격에 나선다. 새마을금고는 전날 ▲전세 사기 대상 주택에 대한 경·공매 유예 ▲전세 사기 피해자가 새마을금고에 전세대출이 있을 경우 이자율 조정 등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농협은 전세사기 피해자의 신청을 받아 전세사기 피해 부동산에 대한 경매절차 개시 유예와 중단, 매각기일 연기 등 피해자의 추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선제적 구제 조치에 나선다.

신협도 전날부터 전세 사기 대상 주택에 대해 경·공매를 유예하고 신협 전세대출이 있는 전세 사기 피해자의 이자율을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또 전세 사기 피해자가 본인이 거주 중인 주택을 낙찰받을 경우 정부 정책이 인정하는 범위 내 대출을 최대한 지원한다는 방침도 내놨다.

수협은 전세사기 대상 주택에 대한 경·공매 및 채권매각을 중단하고 이미 진행 중인 경매 건에 대해서는 연기신청을 하는 등 피해자들의 주거안정을 위한 조치를 전날부터 즉각적으로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또 전세사기 피해자가 수협에 전세자금대출이 있는 경우 대출금리를 인하하는 등 대출로 인한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는 조치도 병행하고 향후 피해자 지원을 위한 정부정책에도 적극 협조한다는 계획이다.

박슬기 기자 seul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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