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삿날에도 "키 못 줘, 100억 달라"…시공사에 '백기' 든 조합들[부릿지]

김효정 기자, 이상봉 PD, 공하은 PD, 신선용 디자이너 2023. 4. 21. 05:1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공사비 갈등으로 50일 넘게 입주가 지연된 서울 양천구 신월동 신목동파라곤의 문이 열렸다. 2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입주 난민'으로 내몰렸던 신목동파라곤 일반분양자들은 이날부터 입주를 시작한다. 조합이 지난 15일 총회에서 시공사의 공사비 106억원 증액 요구안을 받아들이기로 한 결과다.

신목동파라곤 뿐만 아니라 강남구 대치푸르지오써밋, 부산 남구 디아이엘(THE IL) 등 재건축 아파트 단지 곳곳에서 시공사와 조합의 공사비 갈등이 터져나오고 있다. 공사비를 증액하지 않을 경우 시공사가 입주를 막거나 공사를 중단하겠다는 완강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조합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추가 분담금을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반면 시공사는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여파로 원자잿값이 유례없이 상승해 공사비 증액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인데 ☞머니투데이 부동산 유튜브 채널 '부릿지'가 최근 불거진 공사비 갈등 문제를 정리해봤다.

안녕하세요 부릿지 김효정입니다. 오늘 제가 나온 곳은 서울 양천구 신월동입니다. 최근 이 지역에 입주 지연 사태로 몸살을 겪은 신축 아파트 단지가 있죠. 바로 이곳 신목동파라곤입니다.

신월4구역을 재건축해 299가구 아파트로 탈바꿈된 이 단지는 동양건설산업이 시공을 맡았습니다.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주변 시세에 비해 분양가가 저렴해 일반분양 당시 평균 청약 경쟁률이 146대 1에 달했습니다. 청약 가점 만점자까지 등장해 더욱 화제를 모으기도 했죠.

이렇게 인기를 끌었던 단지는 입주예정일 한 달이 넘도록 입주민을 받지 못했습니다. 최근 신축아파트 곳곳에서 발생한 공사비 갈등 때문입니다.

시공사가 유치권을 행사하면서 입주민들이 활발히 오가야 할 단지 정문과 주차장, 단지 내 산책로는 승용차와 벽돌, 콘크리트 자재 들로 가로막혔습니다. 단지 경계는 붉은색 경고 테이프로 둘러싸여 있고, 아직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은듯한 부지도 있습니다. 단지 내 상가 역시 텅텅 비었는데요.

지난 15일, 조합이 총회를 열고 갈등을 봉합하면서 입주민들이 들어올 길이 열렸습니다. 단지를 막고 있는 자재들도 정리되고 조만간 입주가 시작될 예정입니다.

시공사가 일반분양자의 입주까지 막으면서 완강한 태도를 보이자 조합이 한 발 물러난 모양새입니다. 이렇게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시공사의 공사비 증액에 합의하는 재건축 단지들이 늘고 있는데요. 문제는 특별한 대안도 없어 이런 현상이 지속될 것이란 점입니다.
"공사비 4400억 더" 외친 부산 재건축단지
신목동파라곤 입주지연 사태는 동양건설산업이 원자잿값 상승 등을 이유로 조합에 106억원의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조합이 이를 거부하자 시공사는 유치권 행사에 나섰고 입주예정일이던 3월1일, 단지에는 이삿짐 트럭 대신 컨테이너가 곳곳에 들어섰습니다.

당초 시공사와 조합은 2018년 7월 이후 소비자물가지수가 3% 이상 상승할 경우 공사비를 협의해 인상하겠다는 내용을 계약서에 명시했습니다. 합의된 내용인 만큼 입주 직전까지 협상을 진행했고, 30억 증액 수준에서 협상이 진행됐다는 게 조합 측 입장입니다. 하지만 시공사는 계약서상 기준은 협상 개시 요건일 뿐, 건설공사비지수를 반영해야 한다고 맞섰습니다.

시공사가 입주를 전면 금지하면서 피해는 분담금 납부와 무관한 일반분양자에게까지 번졌습니다. 법원마저 조합의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자 조합 책임론이 불거졌고 조합은 지난 15일 총회에서 시공사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했습니다.

오는 5월 입주가 예정된 강남구 대치푸르지오써밋도 같은 진통을 겪었습니다. 시공사인 대우건설은 조합 측에 미입금된 공사비에 대한 연체 이자와 자잿값 상승분 등 670억원을 추가로 요구했습니다. 조합이 이를 거부하자 이보다 감액된 228억원을 다시 제안하면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조합원의 입주가 제한될 수 있다고 통보했습니다. 조합은 지난 18일 총회를 열어 수정된 요구안을 가결했습니다.

부산에서는 4000억원대 공사비 증액을 외친 시공사도 등장했습니다. 부산 남구 대연3구역 디 아이엘(THE IL) 시공사 롯데건설과 HDC 현대산업개발은 최근 조합에 평당 약 638만원의 공사비를 제시했습니다. 2018년 8월 사업을 수주할 당시 제시한 평당 439만원보다 50%가까이 인상된 가격입니다. 4488가구의 대단지인 만큼 총 공사비로 환산할 때 인상분은 4400억원에 달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머니투데이 부동산 유튜브 채널 '부릿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출연 김효정
촬영 공하은, 이상봉 PD
편집 공하은 PD
디자이너 신선용

김효정 기자 hyojhyo@mt.co.kr, 이상봉 PD assio28@mt.co.kr, 공하은 PD kolisu0529@mt.co.kr, 신선용 디자이너 sy0531@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