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눈을 크게 뜨고 잘 봐, 기적이 숨어 있을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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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요? 바닷가는 재미없어요. 만날 똑같다고요."
심심하고 지루한 대니에게 엄마가 말을 건네는 순간 늘 똑같아 보이던 풍경이 조금은 특별하고 색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강아지 스크러피와 함께 바다로 향하는 대니를 따라가려면 엄마 말대로 눈을 크게 뜨고 봐야 한다.
대니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평범한 풍경이, 늘 반복되던 하루가 특별해지는 마법 같은 순간이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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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 있는 색다른 표정과 마음
숨은 그림 하나씩 찾다 보면
평범한 풍경도 어느새 특별하게
나와 스크러피, 그리고 바다
앤서니 브라운 지음, 장미란 옮김 l 웅진주니어 l 1만4000원
“또요? 바닷가는 재미없어요. 만날 똑같다고요.”
“그렇지 않을걸, 눈을 크게 뜨고 잘 보렴. 뭐가 있을지 어떻게 알겠니?”
심심하고 지루한 대니에게 엄마가 말을 건네는 순간 늘 똑같아 보이던 풍경이 조금은 특별하고 색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그림책 <고릴라> <우리 엄마> 등으로 국내에서도 큰 사랑을 받는 앤서니 브라운은 이번에도 특유의 ‘숨은그림찾기’로 독자를 이끈다.
강아지 스크러피와 함께 바다로 향하는 대니를 따라가려면 엄마 말대로 눈을 크게 뜨고 봐야 한다. 거리의 집들은 각각 표정이 있는 것 같고 바다는 대니의 마음을 보여주듯 푸르게, 또는 검게 일렁인다. 모래사장 주변에 아무렇게나 놓인 수많은 조약돌도 각각 무언가를 닮은 것만 같다.
저자가 낸 ‘시험’은 쉽게 끝나지 않는다. 대니는 먼바다를 바라보며 소리치고, 손을 흔들고, 웃는 사람들과 함께한다. 모래사장에 놓인 축구공보다 작아 보이는 사람이 먼바다에서 손을 흔드는 모습이 한참 뒤에야 눈에 들어온다. 저 사람은 왜 그런 것일까. 사람들은 금세 모르는 척 등을 돌리고 팔짱을 끼지만 대니는 스크러피에게 먼바다에 있는 사람을 데려오라고 한다. 스크러피가 힘겹게 헤엄쳐 뭍으로 데려온 이는 대니가 정말 보고 싶었던 사람이다.
대니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평범한 풍경이, 늘 반복되던 하루가 특별해지는 마법 같은 순간이 찾아온다. 무심하게 지나쳐 버리는 주변 곳곳을 눈을 크게 뜨고 들여다보면 나름의 개성을, 의미를 가진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이러한 태도는 기적을 부른다. 대니가 먼바다의 풍경을 그냥 지나쳤다면, 보고 싶었던 이를 구하지 못했을 것이다. 책 속에서 가장 작고 여린 스크러피가 기적을 불러온 주인공이라는 것도 눈길이 간다.
저자의 전작 <앤서니 브라운의 마술연필> 속 꼬마 곰은 마술연필로 그림을 그리면 무엇이든 ‘진짜’가 되고 그때마다 위기에서 벗어난다. 이번 책에서도 마술연필은 쓱쓱 움직이며 책장을 넘기는 독자를 사로잡는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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