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중력 법칙으로 세상을 설명한 ‘근대과학의 성서’
뉴턴 기념비적 저작 ‘프린키피아’
데카르트 ‘소용돌이 가설’ 맞서
중력으로 혜성과 행성 운동 설명
프린키피아
아이작 뉴턴 지음, 박병철 옮김 l 휴머니스트 l 6만6000원
아이작 뉴턴(1642~1727)은 “과학사에 대적할 자가 없는 거인”(스티븐 호킹)이라는 칭송을 받는 근대 물리학의 혁명가다. 앞 시대 갈릴레오 갈릴레이와 요하네스 케플러의 탐구를 이어받아 지상의 물체 운동과 천상의 행성 운동을 하나로 꿰어 설명하는 만유인력의 법칙을 세운 사람이 뉴턴이다. 우주의 칙령과도 같은 그 법칙을 수학적으로 입증하는 뉴턴의 저작이 1687년에 출간된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Philosophiae Naturalis Principia Mathematica)다. 과학혁명의 기념비와도 같은 이 저작이 <프린키피아>라는 이름의 새 번역으로 출간됐다. 애초 라틴어로 쓰인 이 책은 뉴턴 사후 앤드루 모트가 영어로 번역했는데, 이번 한국어판은 이 영역판을 저본으로 삼았다.
생애 초기만 보면 뉴턴은 물리학자가 될 형편이 아니었다. 농부였던 아버지는 뉴턴이 뱃속에 있을 때 세상을 떠났고 어머니는 자식 교육에 아무 관심이 없어 어린 아들을 농장으로 내보내 허드렛일을 시켰다. 다행히 외삼촌의 도움 덕에 뉴턴은 공부를 계속할 수 있었고 1661년 케임브리지대학에 입학했다. 1665년 흑사병이 케임브리지를 덮치자 뉴턴은 고향에 돌아와 2년 동안 머물렀는데, 이 시기에 물리학‧천문학‧광학‧수학에 관한 뉴턴의 위대한 이론들이 꼴을 갖추었다.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중력을 알았다’는 그 유명한 사건도 이 시기에 일어난 일이다.
케임브리지로 귀환한 뉴턴은 박사학위를 받고 이 대학의 수학 교수가 됐다. 전환점은 1682년에 찾아왔다. 이 해에 하늘에 혜성이 나타났는데, 뉴턴의 후배 에드먼드 핼리가 혜성의 궤적을 계산하다가 답을 구하지 못해 뉴턴에게 자문을 구했다. 뉴턴은 “혜성의 궤적은 원뿔곡선”이라고 단언했다. 중력 법칙을 이용해 혜성의 움직임을 이미 계산해 놓은 터였다. 놀란 핼리는 비용은 자신이 댈 테니 그 원리를 책으로 써 출간하라고 다그쳤다. 그리하여 집필을 시작해 3년 만에 완성한 것이 근대과학의 성서가 된 <프린키피아>다. 이 책의 맨 앞에 핼리가 뉴턴에게 바치는 헌시가 놓여 있는데 그 시는 이렇게 끝난다. “신성한 힘으로 마음을 가득 채운 자/ 어느 누가 뉴턴보다 더 가까이 신에게 다가갔으랴.”
<프린키피아>는 세 권으로 이루어진 대작이다. 1권과 2권에서는 수식을 사용해 물체의 운동에 관한 명제를 증명하고, 3권에서 이 명제를 이용해 행성과 혜성과 달의 운동을 포함해 태양계의 체계를 설명한다. 1권을 시작하기에 앞서 뉴턴은 먼저 ‘정의’와 ‘공리’를 제시하는데, 여기에 등장하는 공리가 뉴턴의 세 가지 운동 법칙, 곧 관성의 법칙, 가속도의 법칙, 작용-반작용의 법칙이다. 이 세 법칙을 토대로 삼아 뉴턴은 제1권에서 중력의 법칙을 이끌어내고 그 중력이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함’을 입증한다.
이어 2권에서 ‘유체역학’을 정밀히 검토하는데, 물이나 공기 같은 매질 속에서 움직이는 물체의 운동을 설명하는 것이 유체역학이다. 이 유체역학 논의를 통해 뉴턴은 당대에 정설로 통하던 르네 데카르트의 ‘소용돌이 가설’을 논박한다. 데카르트는 에테르라는 신비한 물질이 우주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어서 그 에테르가 거대한 소용돌이를 일으키기에 행성이 회전 운동을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소용돌이 가설은 행성의 운동과 혜성의 운동을 동시에 설명할 수 없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혜성은 목성‧토성 같은 행성들과는 아주 다른 모양으로 움직이는 데다, 목성이나 토성 근처에 이르러서도 이 행성들과는 다른 속도로, 다른 방향으로 날아간다. 만약 에테르가 소용돌이쳐서 행성의 운동이 일어난다면 같은 공간에서 혜성과 행성은 같은 속도로, 또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야 할 것이다. 이런 사실을 소용돌이 가설은 설명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다른 설명 방법이 필요하다. 여기서 뉴턴이 제시하는 것이 바로 중력이다.
당대의 소용돌이 가설은 물체가 크든 작든 서로 떨어진 상태에서는 작용을 주고받을 수 없다는 기계론적 믿음을 바탕에 깔고 있었다. 그런데 뉴턴은 모든 물체에는 힘이 있고 그 힘은 거리가 아무리 멀더라도 다른 물체에 즉각 미친다고 보았다. “중력은 모든 방향에서 아주 먼 곳까지 작용하며 거리가 멀수록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여 작아진다.” 뉴턴은 이 중력의 법칙을 이용해 태양계의 모든 현상을 설명했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뉴턴이 중력을 행성 운동을 일으키는 힘으로 제시하면서도 그 중력이 어디에서 비롯했는지 그 근원에 대해서는 침묵한다는 사실이다. “중력은 실제로 존재하며, 일정한 법칙에 따라 하늘과 바다에서 일어나는 모든 운동을 좌우하고 있다. 우리는 이 사실을 아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렇다면 뉴턴은 그 중력이라는 아이디어를 어디서 얻었을까? 일본의 과학사가 야마모토 요시타카가 쓴 <과학의 탄생>이라는 책은 중력에 대한 뉴턴 생각의 출처를 알려주는 역사적 설명을 제시한다. 핵심은 이것이다. ‘중력이라는 아이디어는 자력의 원격 작용 현상이 일으키는 연상작용에서 나왔으며, 그 배후에는 당대에 큰 세력을 떨친 연금술이나 점성술 같은 마법적인 사고가 있었다.’ 자력이 보여주듯 거리를 뛰어넘어 작용하는 어떤 신비적인 힘이 있다는 믿음이 당대 물리학자들에게 영향을 주었기에 중력이라는 개념이 탄생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야마모토의 설명대로 뉴턴은 연금술과 신비학을 오래 탐구했고 신학에도 깊은 관심을 품은 경건한 종교인이었다. 이 책에서도 뉴턴은 신에 대한 찬탄으로 결론을 채운다. “태양계처럼 우아한 체계가 만들어지려면 ‘현명하고 강력한 존재’의 손길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 전능한 존재는 만물의 주인으로서 모든 것을 다스린다.” 이어 뉴턴은 말한다. “자연 현상에서 신의 존재를 유추하는 것도 분명히 자연철학의 일부다.” 뉴턴이 중력의 배후에 신이 있다고 믿었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야마모토의 책은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가 ‘자연철학의 신학적 원리’에 토대를 두고 있다고 말하는데, 뉴턴의 고백은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신비주의적이고 초과학적인 믿음에서 근대과학 정신의 총화와도 같은 위대한 작품이 탄생했다는 것이야말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고명섭 선임기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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