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숲] 꽃과 기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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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 박스오피스에서는 두달 동안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일본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 이 연속으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스즈메의>
하지만 벚꽃이 일본 국화(나라꽃)라고 많이 알려진 것과 달리 일본은 국화가 없다.
우리나라 봄 기후의 척도처럼 쓰이는 벚꽃 개화 시기는 2주일가량 앞당겨졌다.
예를 들면 봄꽃이 피는 청명은 달력상 4월5일경이지만, 실제 청명의 날씨는 3월17일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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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 박스오피스에서는 두달 동안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일본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이 연속으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아마도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애니메이션 감독이 아닐까. 신카이 마코토 감독 하면 오래전 본 그의 2006년작 <초속 5센티미터>가 기억난다. 특히 제목이 인상적이었는데 ‘초속 5센티미터’는 벚꽃이 지면서 지상으로 추락하는 꽃잎의 속도를 뜻한다. (하지만 실제 물리적 속도는 아니다!) 사람들의 관계, 멀고 가까움의 느낌을 전달하기에 참으로 멋진 제목이라 지금도 많은 젊은이가 이 제목을 좋아한다.
그도 그럴 것이 봄이면 우리 강산 곳곳에 벚꽃이 만개한다. 한세대 전까지만 해도 벚꽃은 일본문화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그리 각광받던 꽃이 아니었다. 하지만 벚꽃이 일본 국화(나라꽃)라고 많이 알려진 것과 달리 일본은 국화가 없다. 단지 벚꽃을 좋아하는 문화가 있을 뿐이다. 게다가 일본 사람들이 산벚보다 선호하는 왕벚은 원산지가 제주도라 꽃의 기원을 찾아 호불호를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
올해 벚꽃은 유난히 빨리 폈다. 필자가 사는 경기 용인 광교산 아래는 꽤 쌀쌀한 날씨임에도 3월말에 개화했다. 마당에 한그루 있는 앵두나무 역시 꽃이 만발했다. 우리나라 봄 기후의 척도처럼 쓰이는 벚꽃 개화 시기는 2주일가량 앞당겨졌다. 관측 사상 1922년 이래 가장 빨랐다고 하니 100년 만의 ‘개화 사건’인 셈이다. 참고로 올해 서울의 공식 벚꽃 개화일은 3월25일로 평년(4월8일)보다 거의 2주 빨랐다.
이러하니 전국 곳곳의 벚꽃축제는 개회식이 폐회식이 되고 말았다. 사실 올해 벚꽃만 빨리 핀 게 아니다. 목련 이후에 순차적으로 펴야 할 개나리·진달래가 모두 동시에 개화했다. 게다가 남부지방부터 순차적으로 북쪽을 향해 개화한 것이 아니라 중부지방부터 꽃봉오리를 터트렸다. 이런 자연현상 앞에서 우린 좀 생각을 해봐야 한다.
몇해 전 기상청은 우리 절기의 변화에 대한 상세한 보고서를 냈다. 많은 사람이 달력의 절기 표시를 보고 기후를 느낄지 모르겠지만, 틀렸다. 달력의 절기는 지난 100년 동안 기후변화로 인해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봄꽃이 피는 청명은 달력상 4월5일경이지만, 실제 청명의 날씨는 3월17일부터다. 겨울이 대폭 줄어들고 여름은 대폭 늘었기 때문에 봄·가을의 시기도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특히 올 3월은 평균 기온이 평년보다 3.3℃나 높아 1973년 이래 가장 더운 3월이었고, 우리나라뿐 아니라 주변 중국·일본을 포함해 아시아 전체에 고온현상이 나타났다. 한반도 북쪽의 만주·몽골·시베리아 내륙이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에 따른 이상고온현상을 보이면서 동아시아 전체가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물론 이산화탄소 증가는 인간이 일으킨 기후변화의 한 요인이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스즈메의 문단속> 직전 작품은 <날씨의 아이>다. 1년 내내 비가 오는 도쿄에 ‘히나’라는 비를 멈추는 초능력 소녀가 나타나 도시를 구할 것만 같았지만 결국 비는 계속 내렸다. 개인의 희생으로 기후를 바꿀 수는 없었다. 사실 우리에게 남은 것은 기후를 전처럼 돌리는 것이 아니라 더 변하는 것을 막는 일이다. 모두가 나서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이상엽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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