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잔반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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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의 원인은 결국 '돈'으로 설명 가능하다고들 한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예방을 위해 밤낮으로 수많은 방역인원과 농장 관계자들이 고생하는 엄중한 상황에서도 한쪽에선 돼지 잔반 급여가 불법적으로 지속되는 것도 그게 돈이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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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의 원인은 결국 ‘돈’으로 설명 가능하다고들 한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예방을 위해 밤낮으로 수많은 방역인원과 농장 관계자들이 고생하는 엄중한 상황에서도 한쪽에선 돼지 잔반 급여가 불법적으로 지속되는 것도 그게 돈이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숫자로 따져보니 돼지 잔반 급여 농가들 입장에선 어쩌다 한두번 있고 마는 단속에 적발될 가능성도 적지만 혹여나 적발돼 벌금을 무는 한이 있더라도 잔반을 계속 급여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다.
잔반을 급여하는 경남 김해의 한 농장은 하루에 20t의 음식물류 폐기물을 처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1㎏당 처리 단가가 200원인 점을 고려하면 이 농가는 잔반 처리를 대가로 매일 400만원씩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추산된다.
수거한 잔반이 그대로 돼지사료로 활용되기 때문에 양돈농가 생산비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료비가 거의 들지 않는 것도 큰 이득이다.
잔반을 먹여 키운 돼지는 출하할 때도 돈이 된다. 대한한돈협회가 2019년 잔반을 급여한 농가 5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등급 이상 출현율이 62%에 달했다. 해당 돼지들은 공판장에서 도축돼 경매를 거쳐 정육점 등으로 판매된다. 농가 입장에선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감수하고서라도 불법을 지속할 수밖에 없는 유인이 충분한 셈이다.
문제는 잔반 급여에 따른 위험성을 모든 한돈산업 관계자, 나아가 국민이 진다는 점이다. 잔반 급여가 불법적으로 이어지면서 ASF를 비롯한 여러 질병의 전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관세청에 따르면 최근에도 중국에서 불법 수입해 유통한 돼지고기 가공식품에서 ASF 바이러스가 발견된 사례가 잇따랐다. 잔반을 돼지에 급여하려면 80℃ 넘는 온도에 30분 이상 가열처리해야 하는 것이 의무지만 다수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런 규정을 제대로 지키는 농가는 드물다. 본지가 직접 취재하며 확인한 현장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어떤 이물질이 포함됐는지 확인할 수도 없는 잔반을 먹고 자란 돼지가 시중에 유통됐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식품안전문제와 소비자 신뢰 하락 가능성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에 따른 피해는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울 정도로 천문학적일 것이다.
이런 이유로 대부분 양돈 선진국에선 잔반 급여 자체를 찾아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우리 정부도 장기적으로 해당 잔반 농가들에 대한 적절한 지원과 함께 잔반 급여 자체를 중지해나가는 방향을 고민해야 할 때다.
박하늘 산업부 기자(sky@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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