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가짜뉴스로 1조원 물게 된 미 폭스, 남의 일만 아니다

2023. 4. 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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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승리한 2020년 11월 미국 대선 직후, 개표기 조작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반복 보도했던 폭스뉴스가 투·개표기 제조업체 도미니언 보팅 시스템에 1조원가량의 합의금을 물어주게 됐다.

미국의 가장 영향력 있는 보수성향 뉴스채널인 폭스뉴스는 대선 직후 자사 앵커나 프로그램에 출연한 패널들을 통해 투표기 조작 가능성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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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승리한 2020년 11월 미국 대선 직후, 개표기 조작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반복 보도했던 폭스뉴스가 투·개표기 제조업체 도미니언 보팅 시스템에 1조원가량의 합의금을 물어주게 됐다. 도미니언이 2021년 3월 허위보도에 따른 소송을 제기했고 패배가 확실시된 폭스사는 언론보도 관련 재판으로는 이례적으로 거액의 배상금을 무는 선에서 최근 마무리했다.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하고 있는 미국에서조차 가짜뉴스에 대해선 절대 관용이 없다는 걸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미국의 가장 영향력 있는 보수성향 뉴스채널인 폭스뉴스는 대선 직후 자사 앵커나 프로그램에 출연한 패널들을 통해 투표기 조작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명확한 증거는 없었지만 50개주 중 28개 주에서 해당 투·개표기를 사용했던 만큼 논란은 일파만파로 확산됐다. 부정선거 음모론이 나왔고 대선 불복기조로 이어졌으며 급기야 트럼프 지지자들이 국회의사당에 난입해 사상자가 발생하는 초유의 불상사가 발생했다.

남의 일만이 아니다. 광우병, 천안함, 세월호, 사드 전자파 괴담, 여기에 청담동 술자리, 역술인 천공의 국정 개입, 한일정상회담 직후 친일몰이 등 악의적 허위 뉴스가 판치는 우리 현실에서 이번 사례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우후죽순으로 범람하는 포털과 유튜브, 소셜미디어 등 유사 언론의 토대 위에서 특정 정치 세력이 정략적으로 생산, 유포하는 가짜뉴스는 극단적 팬덤 정치와 결합하면서 지지층을 결집하고 상대방을 악마화하며 사회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제도적 미비 탓이 크다. 가짜뉴스 생산자들과 유포자들이 져야 할 책임이 경미하다. 피해자들로선 민·형사 소송을 제기해도 이를 직접 입증해야 할 의무가 있고,법도 가해자들에 대해선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다. 한술 더 떠 돈벌이나 정치적 선동을 일삼는 일부 유튜버와 뉴스 유통을 독점하며 공정성 시비를 불러일으키는 포털 등은 언론중재법상 언론이 아니라는 이유로 공적 책임에서 자유롭다. 엄중히 책임을 물을 일이다. 이번 사례처럼 거짓말엔 반드시 혹독한 대가가 따르고 가짜 뉴스에 의존하는 정치는 결국 국민에게 외면받는다는 점을 우리도 분명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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