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잃어가는 삶 대처법…치매당사자 일기로 보다

강주영 2023. 4. 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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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3월 13일.

노인돌봄 관련 일을 해 온 성 연구위원은 "한국에서는 치매진단을 받으면 그날로 인생이 끝나는 것처럼 받아들이고 병원이나 시설에 들어가 기존 생활과 단절되는 모습을 많이 봤는데 이와는 다른 사례"라며 "일본에서 공부하던 기억을 떠올려 우연히 접한 책이다. 어렵지 않게 푼 치매 당사자의 목소리로 한국에도 치매에 대한 인식변화를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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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토 ‘기억하지 못해도 여전히…’
성기옥 도PASS 연구위원 번역
10년간 투병기로 인식변화 제시

- 2006년 3월 13일. 은행에 통장을 정리하러 가보니, 3월 6일에 30만 원을 인출했다는데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4월 7일. 자필로 유언장을 작성했다.

-5월 31일. 저녁 도시락을 샀는데, 깜빡하고 또 저녁식사 재료를 사러 갔다.

-6월 4일. 12년 동안 친하게 지내온 교회 사람 A씨와 B씨의 이름이 얼른 생각나지 않아 부르지 못했다.

51세의 나이에 알츠하이머형 치매를 진단받은 사토 마사히코 씨가 진단 이듬해에 남긴 일기다.

책 ‘기억하지 못해도 여전히, 나는 나’는 일본 기후현 출신 사토 마사히코 씨의 10여년간의 치매 경험기를 기록하고 있다. 성기옥 강원도사회서비스원(PASS) 책임연구위원과 유숙경 아리아케어 전임교수와의 공동번역으로 최근 국내에서 출간됐다. 기억이 사라지는 ‘장애’를 가진 사람이 겪는 일상들을 알 수 있다. 알츠하이머와 함께 살아가는 1인칭 안내서다. 누구나 노인이 되는 만큼. 누구나 읽기 좋다.

치매와 함께 사는 ‘있는 그대로’의 삶이 사코 씨의 고군분투기와 함께 전해진다. 치매로 발생한 일상의 불편을 관찰하면서 대응 방법도 알려준다. 치매라는 원치않는 병을 냉정하게 받아들이고 살아갈 방법을 공유한다. 목차를 보면 ‘약속을 기억하지 못할 때’,‘소리에 민감할 때’,‘물건을 자주 잊어버릴 때’, ‘동시에 여러가지 일을 하지 못할 때’ 등 상황마다 불편을 줄일 수 있었던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기록했다.

사토 씨는 치매를 끝이 아닌 그저 인생의 한 흐름으로 받아들이고 살아보길 제안한다. 그는 “여러 번 실패하겠지만 치매 환자라도 할 수 있는 일은 여전히 많다”고 썼다. 또 “치매에 걸린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결코 불행한 일은 아니다”라고 한다. 2015년 일본공영방송 NHK의 ‘치매캠페인 특별방송’에 출연하기도 했다.

국가의 의료와 돌봄 서비스를 지원받으면서 강연과 치매 당사자 모임 등의 활동도 놓지 않을 수 있던 것은 치매를 바라보는 관점이 달랐기 때문이다.

올해 69살이 된 사토 씨는 최근에도 블로그 등을 통해 소식을 알리고 있다.

책을 번역한 성기옥 연구위원은 “사토씨가 경증 등급을 계속 유지하는 것을 보고 매우 놀랐다”며 “치매 진단을 받아도 사람을 만나고 자기계발 등의 활동을 하는 것이 치료비용 자체를 줄일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노인돌봄 관련 일을 해 온 성 연구위원은 “한국에서는 치매진단을 받으면 그날로 인생이 끝나는 것처럼 받아들이고 병원이나 시설에 들어가 기존 생활과 단절되는 모습을 많이 봤는데 이와는 다른 사례”라며 “일본에서 공부하던 기억을 떠올려 우연히 접한 책이다. 어렵지 않게 푼 치매 당사자의 목소리로 한국에도 치매에 대한 인식변화를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강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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