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예가가 자연에게 편지를 쓴다면

손효숙 2023. 4. 21.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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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우리에게 필요한 모든 것이 갖춰져 있는 도시 한가운데 이곳에서 당신의 이름을 떠올려 봅니다. 우리가 당신으로부터 어떤 이야기를 들어왔으며, 또 어떤 이야기를 듣지 못했는지 되짚어 보고자 합니다."

89명의 공예가가 자연에서 어떤 메시지를 발견했고, 앞으로 어떤 대화를 하고 싶은지를 풀어놓은 이번 전시에는 2022년 밀라노 한국공예전 '다시, 땅의 기초로부터' 출품작을 비롯 관련된 공예품 500여 점이 소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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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자연에게 보내는 편지' 특별전
'2022 밀라노 한국공예전' 재구성
89명 작가 참여해 도자·섬유 등 500점 전시
서울 중구 옛 서울역사인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린 공예기획전 '다시, 자연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한 관람객이 장성 작가의 설치 작품 'Given/주어짐'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자연, 우리에게 필요한 모든 것이 갖춰져 있는 도시 한가운데 이곳에서 당신의 이름을 떠올려 봅니다. 우리가 당신으로부터 어떤 이야기를 들어왔으며, 또 어떤 이야기를 듣지 못했는지 되짚어 보고자 합니다."

사람의 손이 빚어낸 공예품에 가장 필요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자연이다. 흙과 돌, 종이, 물 같은 재료의 물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공예의 특성을 생각하면 공예가에게 자연이란 영감을 주는 뮤즈이자,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일치를 이뤄야 하는 생의 목표일 터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문화역서울284에서 선보이는 전시 '다시, 자연에게 보내는 편지'는 바로 그 자연과 대화를 이어가는 공예가들의 내밀한 고백이다. 89명의 공예가가 자연에서 어떤 메시지를 발견했고, 앞으로 어떤 대화를 하고 싶은지를 풀어놓은 이번 전시에는 2022년 밀라노 한국공예전 '다시, 땅의 기초로부터' 출품작을 비롯 관련된 공예품 500여 점이 소개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입구에 설치된 장성 작가의 작품 'Given/주어짐'이 눈을 사로잡는다. 미국과 한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는 변화하는 시대 속 굳건히 존재해온 자연적 소재, 돌을 소재로 삼았다. 작가가 거주하는 미국 시카고와 벼루로 유명한 충남 보령에서 직접 공수한 돌을 소재로 의자를 제작하고, 이를 기념하는 영상을 선보였다.

3등 대합실에는 지난해 밀라노 한국공예전을 재구성한 설치작품 '내가 서 있는 땅'이 등장한다. 강승철, 김계옥, 류은정 작가 등 작가 9인이 땅과 하늘에서 모티브를 얻은 주제와 소재로 만든 작품들은 밀라노 전시 때와는 설치 방식을 달리해 1m 높이의 갈라진 땅 위에 작품을 전시했다. 덕분에 관람객들은 작품 사이를 거닐며 더 가까이, 세밀한 부분까지 감상할 수 있다.

지난해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선보였던 한국공예전 '다시, 땅의 기초로부터'를 재구성한 '내가 서 있는 땅'에 땅, 태양, 하늘이 한국적 기법으로 제작된 공예작품으로 재현됐다. 연합뉴스

2층 전시장은 신진 작가들의 작품으로 채워졌다. 전통적 소재에서 확장해 3D 영상, 혼합섬유, 플라스틱 등 현대적 매체로 자연을 재해석한 작품들이다. 산업용 알루미늄 파이프, 폐기된 소재를 이용해 작업하는 연진영 작가의 'Long Pile', 기계적 방식으로 아날로그적인 작품을 구현해 내는 조상현 작가의 'The Voice of the Theater' 등을 통해 요즘 감각이 가미된 자연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공예품들은 사이에 여백을 충분히 두고 물 흐르듯이 배치됐다. 하늘에 떠 있는 구름, 유연하게 흐르는 물결, 수려한 산의 능선을 닮은 공예 작품을 따라가며 산책하듯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의도한 동선이다. 밀라노 한국공예전에 이어 전시를 총괄한 강신재 예술감독은 "인간의 안락을 위해 자연을 구속하고 파괴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과거부터 지금까지 자연이 어떤 메시지를 던졌는가 되짚어보고자 했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자연이 우리에게 준 가르침을 다시 '우리가 자연에' 들려주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6월 14일까지, 관람료는 무료.

10명의 기성 작가와 29명의 학생 작가가 만든 주제 공간 '단단한 숨을 모아'는 유리공예 작품들로 시간의 흐름을 드러낸다. 연합뉴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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