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지고 망치고 아이의 '나쁜 하루'…그래도 좋은 순간은 있어 [책과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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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에서 일어나기 싫은 아침.
그림책 '맙소사, 나의 나쁜 하루'는 짜증, 불만, 실망, 슬픔이 가득 찬 어린 주인공의 하루를 그렸다.
불운의 연속인 하루도 결국 끝이 난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행복감을 느끼고 즐거운 내일을 기대하면서 아이는 한 뼘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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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에서 일어나기 싫은 아침. 옷 입기도 귀찮고 유치원도 가기 싫다. 꾸역꾸역 유치원에 가는 길에 꽈당 넘어져 무릎까지 까졌다. 눈물이 왈칵 터진다. 유치원에서도 하는 일마다 엉망이다. 간식 시간에는 친구에게 새치기를 당하고, 물고기 그림 색칠은 다 망쳐버렸다. 이렇게 나쁜 하루라니.
아이에게 이토록 눈물이 찔끔 나는 날이 있을까. 그림책 '맙소사, 나의 나쁜 하루'는 짜증, 불만, 실망, 슬픔이 가득 찬 어린 주인공의 하루를 그렸다. 부정적 감정이 파도처럼 밀려오지만 결국 일상을 버텨 낸 주인공은 그날 밤 침대에 누워 "그래도 좋은 순간이 있네"라고 깨닫는다. 불운의 연속인 하루도 결국 끝이 난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행복감을 느끼고 즐거운 내일을 기대하면서 아이는 한 뼘 성장한다.
염혜원 작가의 그림은 주인공의 감정을 사랑스럽게 표현했다. 투덜대고 짜증도 부리고 화도 내지만 그 모든 표정이 귀엽기만 하다. "내일아, 빨리 와 주지 않을래?" 두 손을 꼭 모으고 기도하는 주인공의 모습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산뜻하고 화사한 색감은 책에 밝은 기운을 불어넣는다.
한 편의 시처럼 낭독하기에도 좋다. 원제는 '나쁜 하루에 부치는 시·Ode to a Bad Day'이다. 초등학교 교사 출신이자 시인이기도 한 미국 작가 첼시 린 월리스의 운율이 살아 있는 글을 우리말로 잘 옮겨냈다. 질퍽질퍽, 흐물흐물, 물컹물컹 같은 의성어와 의태어를 적절히 활용했다. 마지막 장에 수록된 무지개 아래 주인공이 밝은 표정으로 낭독하는 '나의 시에게 보내는 시'를 읽을 때는 또 한 편의 작품을 선물받은 느낌이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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