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대통령실 뒷받침만 하는 여당… 이대로면 115석 사수도 어렵다”[인터뷰]
지지율 하락·최고위 설화 등 문제
당심 100% 전대부터 예견됐던 일
총선 1년 전 지지율 대부분 끝까지
지금 당장 차가운 민심 돌려놔야
미리 결단 후 상대 선의 바란다면
외교에서 사소한 것도 얻지 못해
미 도감청, 강력 항의했어야 하고
우크라 지원 발언 성급했을 수도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19일 “대통령실을 뒷받침하려고 할 뿐 민심을 제대로 전달하는 역할은 못하고 있다”고 김기현 지도부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3·8전당대회에서 패한 지 한 달여 만이다. 작심하고 쓴소리를 한 건 이대로 가면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에서 지금의 115석 사수도 어려울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라고 했다.
전대 이후 라디오나 유튜브 출연, 언론 인터뷰를 삼가 왔던 안 의원은 이날 한국일보와 가진 첫 공식 인터뷰에서 정치적 견해를 거침없이 내놓았다. 최근 지도부가 잇단 설화(舌禍)로 자중지란에 빠진 상황에 대해선 “당심 100% 전대가 되면서 예상할 수 있었던 일”이라고 꼬집었다. 대통령실이 ‘당정일체’를 앞세워 친윤석열계 지도부 구성을 밀어붙인 게 위기의 도화선이 됐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대통령실 뒷받침만 하겠다는 건 부하 되는 것...與 지지율 하락 예상됐던 일"
-전당대회 이후 한 달여 시간이 흘렀다. 소회가 어떤가.
“많은 분들이 하는 생각과 비슷하다. 전대를 통해 당이 시너지 효과를 얻어 내년 총선에서 이겨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들 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지지율도 떨어지고 총선 위험 신호들이 굉장히 많아져서 걱정과 우려가 크다.”
-대통령실로부터 ‘국정운영의 적, 훼방꾼’으로 공격받았다. 지금은 관계가 회복됐나.
“그때 솔직히 고민했다. 당시 당원들은 전직 당대표와 대통령실의 갈등 때문에 굉장히 불안해했다. 분란을 만들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싸우거나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당대표가 안 됐고, 그건 당원들의 선택이니 겸허하게 받아들였다. 대표가 안 됐으니 윤석열 대통령과 만나거나 통화할 기회는 없었다.”
-전대 직후부터 당 지지율이 하락했다. 최고위원들의 설화도 잇따른다.
“당심 100%가 되면서 예상할 수 있었던 일 아닌가. 여당의 역할은 두 가지다. 첫 번째로 대통령실에서 하고자 하는 일을 국회에서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일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안 된다. 민심과 거리가 있는 발언이나 정책 결정이 나오면 이를 비판하고 바로잡을 수 있도록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전대 때 한쪽(친윤계)에선 첫 번째만 하겠다고 했다. 그냥 부하가 되는 건데, 당과 대통령실은 긴장 관계에 있는 게 민주주의의 기본정신에도 맞는 게 아닌가.”
"변화 만들지 못하면 위험... 윤 대통령 국민통합에 나서야"
안 의원은 여권 전체가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이 여당에 길을 열어주고, 여당도 건전한 비판과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통합으로의 국정 기조 전환과 인적 개편 필요성도 주문했다.
-대통령실은 국면전환용 인사 카드는 쓰지 않겠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지지율을 보면 알 수 있지 않나. 다수 여론조사가 같은 방향성을 보인다면 바꿔야 한다. 지금 민심은 굉장히 차갑다. 지금 반전을 시켜야 한다. 정치를 수십 년간 했던 YS(김영삼)나 DJ(김대중)도 민심의 흐름에 민감했고 적극적으로 반응했다. ‘국면 전환용’이라고 볼 게 아니라 민심이 원하는 방향을 따르는 조치나 행동으로 보는 게 맞다.”
-대구·경북(TK)에서 지지율이 처음으로 50% 밑으로 내려갔다.
“집토끼부터 잡자고 하는 건 문제다. TK보다 심각한 건 2030세대 지지율과 무당층, 중도층 지지율이 10%대로 고착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과 집토끼를 아우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대통령 후보 때는 진영의 자산으로 다른 진영과 대결하지만, 일단 대통령에 당선되면 대한민국 모두의 자산이 돼야 한다. 지금 대통령이 해야 할 제일 중요한 일은 국민통합이다.”
"외교에서 먼저 결단하고 상대 선의를 바라면 사소한 것도 얻지 못해"
안 의원은 정부의 외교안보 기조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쏟아냈다. 특히 한일 정상회담과 관련해 “외교에서 우리가 먼저 결단하고, 상대방의 선의를 바란다면 아주 사소한 것도 얻어내지 못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국민적 공감과 이해를 넓히는 “정치적 과정 관리가 안 되고 있다”는 점도 비판했다.
-한일 정상회담을 평가해 달라.
“큰 방향은 맞았다. 문제는 결단에 이르기까지 국민을 설득하는 정치적 과정 관리가 안 되고 있다는 점이다. '도·감청' 문제도 미국에 강력하게 항의했어야 한다. 국가와 국민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고, 외교적 ‘레버리지'가 될 수 있었다.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발언도 과연 국익에 도움이 되는가. 물밑 협상을 통해 미국 측으로부터 충분히 받아낸 다음에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가능성을 공식화했는지 정상회담이 끝나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우리 정부가 뭘 얻어내야 하나.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고체연료 적용에 성공했다면 우리 ‘킬체인’이 무력화되는 거다. 거기에 비례해서 우리도 뭔가를 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이 핵 재처리다. 미사일협정을 종료시킨 것처럼 미국에서 핵 재처리 권한을 받아내야 한다. 호주처럼 핵추진 잠수함을 확약받고, 한국식 핵공유도 필요하다. 한반도에 핵을 들여오지 않더라도 미군 핵무기를 지금보다 더 실효성 있게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앞으로 외교안보 문제에 집중해 의정활동 할 것"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전대가 끝나고 최소한 한 달 정도는 신임 당대표가 소신대로 일 해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도 경쟁자로서 도리라 생각해 일절 입을 닫았다. 그러다 도·감청 문제가 터지자 목소리를 내지 않을 수 없었다. 당분간은 외교안보 문제에 집중해 의정활동을 할 계획이다."
안 의원은 다음 대선까지 남은 4년간 '정치인 안철수의 길'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윤석열 정부 인수위원장 출신임을 앞세워 친윤의 길을 가기에도, 유승민·이준석을 따라 반윤의 길을 가기에도 여의치 않은 정치적 환경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현 지도부와 차별화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히 했다. 특히 정부 여당이 실패의 길로 걸어가는 걸 뒷짐 지고 보고 있진 않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대부분의 경우 1년 전 지지율이 총선까지 그대로 간다”며 “지금부터가 여권이 혼신의 노력을 다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이다예 인턴기자 labellealic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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