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무기 지원 가능성 열어둔 대통령실... 전략적 모호성 탈피 신호탄?

김현빈 2023. 4. 2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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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인도적 지원에서 변화 없다"
러시아의 향후 행보에 따라 가능성 열어놔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6회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지원 가능성을 연 것으로 해석되는 발언에 러시아가 연일 강한 반발을 쏟아내자, 대통령실이 20일 윤 대통령의 발언이 원론적 메시지라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비살상 물자 지원이라는 '인도적 지원' 방침을 유지할 것이란 뜻도 내비쳤다. 하지만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생각을 할 것이냐 하는 것은 향후 러시아의 행동에 달려 있다"며 가능성을 닫지는 않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현재 한국이 해오고 있는 우크라이나 지원 내용에는 변화가 없다”며 “인도적 지원, 재정적 지원을 작년보다 올해 훨씬 더 적극적으로 하고 있고, 또 앞으로 필요하다면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재건을 위해서도 논의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상식적이고 원론적인 대답”이라며 “인도적인 기준에서 보아 국제사회 모두가 심각하다고 여길 만한 중대한 민간인의 살상이나 인도적 문제가 발생한다면, 그런 가정적인 상황하에서 한국도 어떻게 그것을 가만히 지켜볼 수가 있겠느냐라는 가정형으로 표현하셨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이 원론적 입장을 강조한 건 한·러 관계의 균열이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지금 우리가 자율적으로 그런 (무기 지원 같은) 행동을 하지 않는 이유는 우크라이나 국민의 자유 수호를 위한 국제사회의 대열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면서도 한ㆍ러 관계를 안정적으로, 동시에 관리해야 한다는 숙제를 균형을 맞춰서 충족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무기 지원 가능성을 닫진 않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1년 넘게 이어지면서 미국의 무기 지원 요구 압박이 커지고, 국제사회의 도움으로 6ㆍ25전쟁을 극복한 한국이 이제는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6·25전쟁을 언급하며 "한국이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아 중심에 서게 된 그 고마운 마음을 되새기면서 우크라이나 사태를 바라볼 필요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기 지원 여부는) 향후 러시아 생각에 달렸다"며 "국제사회가 공분할 만한 대량 민간인 희생이 발생하지 않는 한 지금 우리의 입장은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윤석열 정부가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혈맹인 미국과 갈등 관계에 있는 러시아와 중국에 대해 전통적으로 취해온 외교전략인 전략적 모호성을 벗어던지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우크라이나에 대한 어떠한 무기 제공도 반러시아 적대 행위로 간주하겠다"고 경고성 메시지를 발신한 반면, 미 국무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지원에 대해서는 한국과 계속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엄호하는 등 우리의 전통적 균형 외교에 균열이 가고 있는 모습이다. 야당도 윤 대통령 발언으로 국익이 훼손됐다고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정책조정회의에서 “국가 안보와 직결된 중차대한 문제를 국민적 공감대, 심지어 국회의 동의 없이 대통령 독단으로 결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북한이 중국 업체를 상대로 개성공단에 투자나 일감을 유치하려는 정황을 포착, 이 같은 움직임이 유엔 제재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개성공단은 북한이 우리의 기업이 설치하고 투자해 놓은 모든 시설과 자산을 철거하면서 북한 내부적으로 필요한 물건과 물자를 생산하기 위해서 자체적으로 설비 시설을 가동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개성공단을 한국을 배제한 채 좀 더 적극적으로 가동하기 위해 중국의 투자 재원을 알아보고 있다는 정보를 일정 부분 파악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을 상대로 한 투자 유치가) 실행되었을 때 유엔 국제 제재의 위반 행위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이나 북한이나 이 문제를 주의 깊게 바라보길 촉구한다”고 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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