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초강대국 미국은 왜 70년 전 한미 ‘상호’ 방위조약을 맺었나
“구걸이 아니다, 무기를 달라… 한국인은 자유 위해 죽겠다”
李는 그 시대의 젤렌스키
윤석열 대통령 방미 임박… 주권과 국격 지키는 회담 되길
한미 동맹은 무엇인가? 6·25전쟁에서 미군 병사 3만3739명이 전사했다. 피를 흘리지 않은 땅은 조국이 될 수 없다고 한다. 전쟁 전 한국이 지구 어느 쪽에 있는지 알지도 못한 젊은이들이었지만, 한국은 그들이 생명을 바친 조국이 되었다. 그렇게 맺어진 두 나라의 혈맹이 올해 70주년을 맞았다. 그런데 최근 미국의 한국 대통령실 도청 사건이 터졌다. 당혹스러웠다. 대통령실의 부적절한 대응은 더 큰 의문을 불러일으켰다. 도대체 ‘한미 동맹은 무엇인가?’
한미 동맹은 이승만 대통령의 분신이다. 한미 동맹을 그처럼 깊이 이해한 사람도 드물다. 이 대통령은 6·25전쟁 당시 통일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휴전협정 ‘승인’을 거부했다. 그러나 휴전을 ‘묵인’하는 대신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체결했다. 아시아에서는 처음이었다. 당시 미 국무장관 덜레스는 그런 종류 조약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 전까지는 강대국이 한국에 대해 무엇을 할 것인지 결정하고, 결정 사항을 한국에 통지해 왔기 때문이다. 강대국 국무장관이 약소국 대통령을 만나 자기의 정책을 합치시키기 위해, 멀리 바다를 건너온다는 것도 전무후무했다. 이승만 대통령도 ‘새로운 혁명’이라는 덜레스의 주장에 동의했다.
하지만 한미 동맹이 왜 ‘새로운 혁명’인지 이 대통령은 더 깊이 생각했다. 이 생각을 그는 1954년 7월 26일~8월 13일까지 19일에 걸친 미국 방문에서 밝혔다. 미 의회 연설에서, 하원 의장 마틴은 그를 ‘강건한 자유의 전사(stalwart fighter for freedom)’로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그 시대의 젤렌스키였다. 그런 명성에 걸맞게, 이 대통령은 워싱턴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미국이 겁을 먹어(cold feet) 한국 통일의 길이 막혔다고 비판했다.
이 대통령의 의회 연설은 파격 그 자체였다. 소련과 중공, 그리고 세계 공산주의에 대한 전면전쟁을 주장했기 때문이다. 그는 공산주의가 단순한 정치적 문제가 아니라고 역설했다. 고문이나 집단 학살 같은 폭력은 부분에 불과하다. 공산주의의 진정한 무서움은 인간성을 붕괴시키고, 누구도 빠져나올 수 없는 사상통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그들의 목표는 자유의 파괴와 세계의 노예화이다. 군사적 적을 넘어 영혼의 적, 인류 문명의 적인 것이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미국이 공산주의를 고통스럽지만 위험하지는 않은, 흔한 감기처럼 대수롭지 않게 본다고 비판했다. 소련과 협력해 세계 평화를 구축할 수 있다고 낙관한 루스벨트 대통령이 그랬다. 그래서 동유럽은 물론 한반도의 절반을 소련이 점령하도록 허용했다. 그 결과 한국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세계의 절반이 노예 상태에 빠졌다.
이 대통령은 공산주의와의 투쟁을 20세기의 십자군 전쟁으로 인식했다. 여기에 중립은 없다. 제3차 대전도 불사해야 한다. 하지만 미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게 바로 그 지점이었다. 트루먼 대통령은 3차 대전 방지가 “한국 동란과 관련해 내가 내린 모든 결정에서 염두에 둔 한 가지 목적”이라고 회고했다. 그는 6·25를 ‘전쟁’이 아닌 ‘경찰 행위’로 불렀다. 이 전쟁은 이겨서도, 져서도 안 되는 전쟁이었다. 38선에서 6·25전쟁이 멈춘 것도 그 때문이었다.
미국과 이승만은 불화했다. 미 군정사령관 하지는 이승만을 “상대할 수 없는 완고한 노인”이라고 험구했다. 트루먼과 아이젠하워는 유사시 이 대통령을 제거하는 ‘에버레디 작전(Operation Ever-ready)’을 가지고 있었다. 이 대통령도 자신의 주장이 “강경 정책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수준 낮은 선동은 아니었다. 이 대통령은 미국의 근본적 가치관에 호소했다. 미 의회 연설에서 그는 “나도 워싱턴이나 제퍼슨, 링컨에게 영감을 받아왔다”고 말했다. 그들은 전 인류를 위해서 자유를 수호하고 보존했다. 그래서 자신은 한국인이지만 정신적으로 미국인과 같다고 말했다. 자유의 수호와 보존은 한국인과 미국인을 넘어 전 인류의 가치인 것이다.
이 대통령은 반공산주의 투쟁이 인류의 사명이라고 호소했다. 그 속에서 우리는 함께 싸우는 자유의 십자군이다. 이 대통령의 미 의회 연설은 한국인인 동시에 세계 시민의 입장에 서있다. 한미 동맹을 인류의 동맹으로 격상했다. 한국은 미국에 구걸하는 게 아니다. 한국인은 자유를 위해 기꺼이 죽겠다. 우리에게 무기를 달라. 아이젠하워는 견해 차이가 있지만, “진정한 형제, 참된 전우, 함께 희생할 준비를 갖춘 전사”임을 인정했다. 러스크 한미재단 이사장은 미국은 “한국인들에게 진 빚의 일부만 갚을 수 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가 임박했다. 국가의 주권과 국격을 지키는 데 이승만 대통령의 사례가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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