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법-IRA 쟁점… 세부조정으로 韓기업 피해 최소화
세종=김형민 기자 2023. 4. 21. 03:06
[한미동맹 70년]경제협력
美상무부, 대만-日 앞서 한국 찾아
“반도체 시장서 한국 최우선 고려”
배터리 광물기준 등 韓 요청 반영
美상무부, 대만-日 앞서 한국 찾아
“반도체 시장서 한국 최우선 고려”
배터리 광물기준 등 韓 요청 반영
“미국 정부 입장에서도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지난달 23일 미국 상무부 관계자들의 방한을 앞두고 이같이 말했다. 이번 방한은 미국 정부가 추진 중인 반도체법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을 설명하기 위해 이뤄졌다. 이들은 대만, 일본보다 한국을 먼저 찾았다.
최근 미국이 반도체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서 자국 우선주의를 내걸면서 국제통상에서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특히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분야에 사활을 걸고 있는 국내 산업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대중 봉쇄를 명목으로 동맹국 기업들을 옥죄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이번 기회를 잘 활용하면 중국 기업들을 앞질러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견해도 제기된다.
● IRA 세부 규정에 한국 정부 요청 반영
미국 정부가 지난해 8월 통과시킨 IRA의 입법 취지는 세입을 늘려 에너지 안보와 기후위기, 서민 의료 등을 지원하고, 고물가를 안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친환경 에너지, 헬스케어 등에만 4370억 달러(약 568조5000억 원)의 재정을 집중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미국 역사상 단일 규모로 가장 큰 ‘기후 입법’으로 평가받는다.
문제는 IRA가 자국 우선주의 정책을 상당수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다. IRA는 미국에서 판매되는 전기자동차와 배터리 부품 등에 대한 보조금과 세액공제 조건을 명시하고 있다. 전기차를 북미에서 최종 조립해야 하며,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 광물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서 일정 비율 이상(2027년 이후 80%) 수입해야 하는 식이다. 부품도 100%(2029년 이후) 북미에서 조립해야 한다.
이 같은 조항이 한국 기업에 불리하다고 판단한 우리 정부는 IRA상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상업용 자동차에 리스 차량을 포함하고, 배터리에 들어가는 광물 요건 등을 완화해 달라고 미 정부에 요청했다. 그 결과 지난해 12월 미 정부가 발표한 IRA 세부 규정에 우리 정부의 요청 사항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 IRA의 ‘북미 조립 요건’을 충족하지 않아도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상업용 차에 리스 차량이 포함된 것이다. 이에 현대자동차는 기존 3∼5% 수준인 미국 내 리스차량 판매 비중을 30%대로 늘리기로 했다.
또 광물 요건도 개별 광물이 아닌 배터리셀, 음극, 양극 등 전체 배터리 제품 혹은 내부에 들어가는 부품의 가치를 기준으로 하기로 했다. 가치 기준은 물량과 가격을 곱해 산출한다. 예를 들어 특정 배터리에 들어간 A광물이 100% 중국산이라도 이 배터리에 들어가는 다른 광물이 FTA 체결국에서 왔고, 그 가치가 더 높다면 해당 배터리는 IRA상의 요건을 충족한다고 보는 식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세액공제 요건이 우려했던 것보다 일부 완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반도체법 ‘투자 유연성’ 확보”
미국 반도체법도 한미 간 통상 이슈에서 화두다. 지난해 8월 발표된 반도체법은 미 정부가 반도체 산업에 대해 527억 달러의 재정을 지원하고, 개별 기업에 25%의 투자세액공제를 제공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반도체법에는 중국 등 우려 대상국에 대한 설비 확장을 제한하는 ‘가드레일 조항’이 있다. 이에 따라 중국에 생산시설을 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 정부가 지난달 21일 발표한 반도체법 가드레일 세부조항에 따르면 보조금과 세제혜택을 받은 기업은 중국 생산설비의 생산능력을 10년간 5% 이내로만 확장할 수 있다. 레거시(구형 범용) 반도체는 10%로 완화된 규정을 적용받는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와 업계는 반도체법에 대한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된 것은 긍정적이라고 보고 있다. 기술력을 높이면 웨이퍼에서 뽑아낼 수 있는 칩을 늘릴 수 있어 중국 생산설비의 대규모 확장 없이도 생산력을 높일 수 있어서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기업 입장에서 투자의 유연성이 확보됐다”고 말했다. 다만 1억5000만 달러 이상을 지원받는 기업에 대해 초과이익 공유, 생산시설 공개, 군사용 반도체 우선 공급 등의 의무를 부여한 건 여전히 부담스럽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지난달 23일 미국 상무부 관계자들의 방한을 앞두고 이같이 말했다. 이번 방한은 미국 정부가 추진 중인 반도체법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을 설명하기 위해 이뤄졌다. 이들은 대만, 일본보다 한국을 먼저 찾았다.
최근 미국이 반도체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서 자국 우선주의를 내걸면서 국제통상에서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특히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분야에 사활을 걸고 있는 국내 산업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대중 봉쇄를 명목으로 동맹국 기업들을 옥죄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이번 기회를 잘 활용하면 중국 기업들을 앞질러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견해도 제기된다.
● IRA 세부 규정에 한국 정부 요청 반영
미국 정부가 지난해 8월 통과시킨 IRA의 입법 취지는 세입을 늘려 에너지 안보와 기후위기, 서민 의료 등을 지원하고, 고물가를 안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친환경 에너지, 헬스케어 등에만 4370억 달러(약 568조5000억 원)의 재정을 집중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미국 역사상 단일 규모로 가장 큰 ‘기후 입법’으로 평가받는다.
문제는 IRA가 자국 우선주의 정책을 상당수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다. IRA는 미국에서 판매되는 전기자동차와 배터리 부품 등에 대한 보조금과 세액공제 조건을 명시하고 있다. 전기차를 북미에서 최종 조립해야 하며,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 광물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서 일정 비율 이상(2027년 이후 80%) 수입해야 하는 식이다. 부품도 100%(2029년 이후) 북미에서 조립해야 한다.
이 같은 조항이 한국 기업에 불리하다고 판단한 우리 정부는 IRA상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상업용 자동차에 리스 차량을 포함하고, 배터리에 들어가는 광물 요건 등을 완화해 달라고 미 정부에 요청했다. 그 결과 지난해 12월 미 정부가 발표한 IRA 세부 규정에 우리 정부의 요청 사항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 IRA의 ‘북미 조립 요건’을 충족하지 않아도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상업용 차에 리스 차량이 포함된 것이다. 이에 현대자동차는 기존 3∼5% 수준인 미국 내 리스차량 판매 비중을 30%대로 늘리기로 했다.
또 광물 요건도 개별 광물이 아닌 배터리셀, 음극, 양극 등 전체 배터리 제품 혹은 내부에 들어가는 부품의 가치를 기준으로 하기로 했다. 가치 기준은 물량과 가격을 곱해 산출한다. 예를 들어 특정 배터리에 들어간 A광물이 100% 중국산이라도 이 배터리에 들어가는 다른 광물이 FTA 체결국에서 왔고, 그 가치가 더 높다면 해당 배터리는 IRA상의 요건을 충족한다고 보는 식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세액공제 요건이 우려했던 것보다 일부 완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반도체법 ‘투자 유연성’ 확보”
미국 반도체법도 한미 간 통상 이슈에서 화두다. 지난해 8월 발표된 반도체법은 미 정부가 반도체 산업에 대해 527억 달러의 재정을 지원하고, 개별 기업에 25%의 투자세액공제를 제공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반도체법에는 중국 등 우려 대상국에 대한 설비 확장을 제한하는 ‘가드레일 조항’이 있다. 이에 따라 중국에 생산시설을 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 정부가 지난달 21일 발표한 반도체법 가드레일 세부조항에 따르면 보조금과 세제혜택을 받은 기업은 중국 생산설비의 생산능력을 10년간 5% 이내로만 확장할 수 있다. 레거시(구형 범용) 반도체는 10%로 완화된 규정을 적용받는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와 업계는 반도체법에 대한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된 것은 긍정적이라고 보고 있다. 기술력을 높이면 웨이퍼에서 뽑아낼 수 있는 칩을 늘릴 수 있어 중국 생산설비의 대규모 확장 없이도 생산력을 높일 수 있어서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기업 입장에서 투자의 유연성이 확보됐다”고 말했다. 다만 1억5000만 달러 이상을 지원받는 기업에 대해 초과이익 공유, 생산시설 공개, 군사용 반도체 우선 공급 등의 의무를 부여한 건 여전히 부담스럽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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