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까지 1년… 양당 모두 원심력이 커지고 있다

박성민 정치컨설턴트 2023. 4. 21.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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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민의 정치 포커스]

총선 1년 남은 시점에서 관전 포인트는 세 가지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체제와 민주당 이재명 대표 체제가 유지될까, 원심력이 점점 커지는 양당이 결국 분열할까, 경쟁력 있는 제3당이 출현할까 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사법 리스크도 버거운데 ‘돈 봉투’ 폭탄을 맞았다. 자칫 당이 초토화될 수 있는 대형 악재다. 이재명 대표는 유동규, 송영길 전 대표는 이정근이라는 측근에게서 은밀한 정보가 쏟아지는 터라 방어가 쉽지 않다.

국민의힘 처지도 별반 나을 게 없다. 전당대회 치르고 겨우 한 달 지났는데 벌써 비대위 체제와 김재원 수석 최고위원 사퇴 얘기가 나오고 있다. 전당대회 규칙을 100% 당원 투표로 개정할 당시 우려대로 민심에 둔감한 당이 되었다. 김종인·이준석 체제에서 사라졌던 ‘전광훈 리스크’가 부활해, 2018년 지방선거와 2020년 총선에서 역사적 참패를 당한 ‘다키스트 아워(Darkest Hour)’로 당이 돌아갔다.

/일러스트=이철원

윤석열 대통령 직무 수행 긍·부정 평가는 대략 30% 대 60%다. 중도층 부정 평가는 꾸준히 65%를 넘는다. 70대 이상에서만 긍정 평가가 높을 뿐 전 세대에서 부정 평가가 높다. 전 지역에서 부정 평가가 더 높다.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정부 지원론)’ 36%,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정부 견제론)’ 50%다. 모든 지표가 위험을 알리고 있다.

작년 11월 ‘현실에 맞춰 생각 바꾸는 게 민주적 리더십’ 칼럼에서 이렇게 썼다. “11월 11일 갤럽이 발표한 대통령 직무 수행 긍정 평가는 30%, 부정 평가는 62%다. 민심은 국정 기조를 바꾸라는 쪽이다. 긍정 평가보다 부정 평가가 두 배 이상인 상황은 좋지 않은 예후다. 이쯤 되면 ‘플랜B’를 꺼낼 시간이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그대로 쭉 갈 것 같다. (...) ‘40% 콘크리트 지지층’ 운운했던 문재인 정권의 우를 답습하면 안 된다. 문재인 정권은 ‘40% 콘크리트 지지층’을 결집하는 동안 ‘50% 콘크리트 비토층’을 만들었다. 5년 만에 정권을 빼앗긴 전략적 패착이다. 윤석열 정부도 똑같은 길을 가고 있다. (...) 중도 스윙보터의 요구는 단순하다. ‘문재인 정부와 같은 윤석열 정부’가 아니라 ‘문재인 정부와 다른 윤석열 정부’가 돼 달라는 것이다. 정책만 문재인 정부와 반대로 할 것이 아니라 정치적 태도도 반대로 해 달라는 것이다.”

6개월이 흘러 윤석열 대통령이 원한 대로 김기현 대표 체제가 들어섰지만 상황은 훨씬 나빠졌다. 자칫하면 조기 레임덕에 빠질 수 있다. 낮은 지지율로 귀착된 강성 지지층 결집의 ‘플랜A’를 버리고, 이탈한 중도층을 돌아오게 할 ‘플랜B’로 전환해야 한다. 국정 기조를 바꿔야 한다. 생각과 사람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변화를 가져올 내부 동력이 없기 때문에 외부 동력에 기댈 수밖에 없다. 민주당의 외부 동력은 ‘법원’이고, 국민의힘의 외부 동력은 ‘민주당’이다. 이재명 체제의 운명은 법원에 달려 있고, 김기현 체제의 운명은 이재명 대표 거취에 연동되어 있다.

민주당이 사법 리스크를 정치적으로 돌파하려는 ‘1980년대 운동권 전략’은 매우 위험하다. 군사독재 시절에는 사법 시스템을 부정하고 싸우면 민심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민주화 운동 시대가 아니다. 개인 부패 사안을 운동권식으로 인정·반성하지 않고 정치적으로 싸우면 민심도 얻지 못하고 형량만 올라갈 뿐이다.

전·현직 대표의 사법 리스크로 민주당은 구심력이 약해지고 있다. 냉정하게 분석하면 ①이재명 대표 체제로 똘똘 뭉쳐 총선 치를 가능성 5% ②이재명 체제가 붕괴하고 비대위로 치를 가능성 35% ③이재명 대표가 물러나지 않고 비명·반명도 그 체제로는 총선 치를 수 없다고 판단하여 분열할 가능성 60%로 보인다.

설사 분열을 막고 비대위 체제로 봉합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과 2008년 ‘통합민주당’이 대선과 총선에서 대패한 이유는 대선 투표율 63%, 총선 투표율 46%가 보여주듯 민주당 지지층이 대거 투표에서 이탈한 점이다. 당명에 있는 ‘통합’은 역설적으로 분열을 상징한다. 자칫하면 그런 사태를 또 맞을 수 있다.

국민의힘도 구심력이 약해지고 원심력이 강해지고 있다. 양당이 이대로 간다면 ①2020년 총선처럼 양당이 똘똘 뭉쳐 양자 구도로 치를 가능성 20% ②2016년 총선처럼 강력한 제3당이 출현하여 3자 구도로 치를 가능성 40% ③1996년 총선처럼 양당이 모두 분열하여 4당 체제로 치를 가능성 40% 정도로 보인다.

②와 ③의 경우 중도층과 2030세대의 이탈이 큰 국민의힘이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2016년 국민의당은 안철수를 비롯해 민주당 탈당파가 중심이었으나, 공천 파동으로 이탈한 중도 보수의 지지를 흡수해 새누리당에 더 큰 타격을 입혔다. 1996년 총선에서 여권은 신한국당과 자민련으로 분열했고 야권은 새정치국민회의와 민주당으로 분열했다. 자민련은 충청과 TK를 중심으로 50석을 얻었지만 수도권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수도권은 오히려 야권이 국민회의와 민주당으로 분열하여 신한국당에 승리를 헌납했다. 국민의힘이 얻어야 할 교훈이 바로 이것이다. 국민의힘이 분열한다면 이번에는 당시 야권처럼 수도권에서 치명적 타격을 입을 것이다.

결국 3자 구도든 4자 구도든 국민의힘이 받을 타격이 더 커 보인다. 분열을 막기 위해 먼저 변해야 할 쪽은 국민의힘이다. 그런데도 절박감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위기에 둔감한 것이 위기의 핵심이다. 위기에 동의하지 않으면 원인과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 과연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위기를 인정하고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담대한 변화를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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