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치질도 못하는 팀장, 하루 29만원 받아” 그 건설 노동자가 화난 이유
“어떤 X새끼가 그런 X소리를 해? 능력 있으면 바로 팀장 하는 거지.”
‘남들은 10년 넘게 일해야 따낼 수 있는 노가다판 팀장 자리를, 어떻게 운동권 출신, 통진당 출신들은 2년 만에 척척 따내냐’고 전화로 물었을 때, 다짜고짜 반발로 돌아온 대답이 이랬다. 통화 상대는 민노총 건설노조 경기도건설지부장 양모씨. 그는 내란 선동으로 해산당한 통진당 출신이자, 경기동부연합 출신이다.
그의 말은 사실일까. 한달쯤 전 어느 저녁, 경기도 한 식당에서 건설 노동자 A와 저녁을 먹었다.
“망치질도 못 하는 먹물들이 뭔 팀장? 걔들 와서 팀장이라고 하는 게 시위나 나가는 거야.”
인근 공사장에서 막 일을 마치고 와 시멘트똥이 덕지덕지 묻은 회색 점퍼를 입은 채 막걸리만 연거푸 들이켜던 A가 이렇게 말했다. A 역시 건설노조 소속이다. 지도부 얘기가 나오자 A는 눈앞에서 점점 새카맣게 타가는 차돌박이를 내버려둔 채 계속 말했다.
“최 기자, 노가다판 팀장이 어떤 자린지 알아? 일반 회사에선 임원을 ‘별’이라 부르지? 여기선 팀장이 별이야. 열심히 일해서 올라갈 수 있는 끝 자리, 애들 10~20명을 이끌고 현장을 돌아다니며 일사불란하게 지휘하는 게 바로 팀장이라고.”
실제로 팀장 자리는 대부분 10년 이상 경력자에게 주어진다. 하루 일당은 29만원. 일반 잡부(17만원)의 거의 2배다.
A는 이야기를 이어갔고, 목소리는 커졌다.
“예전 건설노조는 이렇지 않았어. 임금체불 해결해 달라고 싸웠고 조금만 안전하게 하자고 싸웠어. 그런데 지금은 뭐야. 산업재해를 보고도 돈 주면 덮어버리고, 돈 안 주면 공사장에서 트럭 나갈 때 고작 바퀴 한 짝 안 씻고 나갔다고 신고해. 돈 받으면 취하하지.”
A는 건설노조가 이상해진 게 10년 전쯤부터라고 했다. 통진당이 내란 선동 사건으로 해산되자, 통진당을 움직이던 경기동부연합이 건설노조에 뿌리내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조직적인 파업과 민원 투서로 건축주와 건설사를 겁박해 일자리를 강탈한 것도 그때부터라 한다.
“그런 건 참을 수 있어. 정말 참을 수 없는 게 뭔지 알아? 바로 먹물 팀장. 출근 도장만 찍고 시위를 나가거나 근무 시간 틈틈이 휴대폰 켜서 사상교육을 한다”.
실제로 경기동부는 건설노조를 장악한 뒤 공사판에서 볼 수 없었던 사람들에게 대거 팀장 자리를 줬다고 한다. 실제로 소위 ‘활동가‘, 선거 단골 출마자, 내란선동 공범 등이 민노총이 장악한 현장에선 ‘팀장’으로 불렸다.
건설노조를 비판한 본지 기사가 나간 19일 밤, 양씨는 건설노조 단톡방에 “내일 우호적인 기자들과 간담회 예정, 조선에 대해 정정보도, 명예훼손 등 법적 검토 중”이라고 썼다.
이튿날 내겐 간담회 초청장이 오지 않았다. 하지만 건설 노동자들은 안다. 막걸리 잔 나누며 현장 노동자 이야기를 확인해 쓴 기자와 경기동부의 이야기를 줄줄 받아 적는 기자 중 누가 ‘우호적인 기자’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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