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숏폼 화살’을 받아라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 2023. 4. 21.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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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나, 새나, 시오, 아란으로 구성된 4인조 걸그룹 피프티피프티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노래 ‘큐피드’의 주인공이다. 지난해 말 가요계에 데뷔했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하다가 해를 넘겨 발표한 노래에 날개를 달고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중이다.

피프티피프티는 최근 세계인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음악 서비스 스포티파이에서 가장 많이 스트리밍된 K팝 가수가 됐다. 한국 멜론 실시간 차트보다 대형 기획사 그룹에만 허락되던 미국 빌보드 핫 100 차트를 먼저 뚫었다. 가장 바닥인 100위부터 진입해서 지금은 60위까지 올라갔다. 노래 발매 당시 하지 못했던 기자 간담회도 열었다.

소셜미디어가 큰 힘을 발휘했다. 15초에서 1분 이내의 짧은 동영상을 뜻하는 ‘숏폼’ 플랫폼에서 대박을 터트렸다. 아리아나 그란데 같은 팝스타는 물론 숏폼 플랫폼을 활용하는 거의 모든 사용자가 ‘큐피드’에 맞춰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고 보면 된다. 피프티피프티의 음악방송 영상 위에 ‘큐피드’의 영어 가사 음원 속도를 빠르게 하여 ‘2023년 최고의 프리코러스(Pre-Chorus·후렴 직전 구간)를 찾았다’는 칭찬과 함께 공유한 무명의 사용자로부터 유행이 시작됐다. 노래가 빨라지자, 구성원들의 목소리가 얇아지고 하늘하늘한 리듬에 생동감이 더해지며 매력이 한층 배가됐다. 일상의 다양한 순간을 기록하기에도, 가벼운 춤을 추기에도 알맞았다. 최근 틱톡에서 유행하는 ‘스페드업(수 분짜리 숏폼 형태에 맞춰 원곡보다 빠르게 재생되게 만든 음원)’의 수혜를 입었다.

이미 해외에서는 숏폼 플랫폼에서의 유행이 음악 성공에 필수 요소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K팝도 숏폼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하지만 활용은 단순했다. 신곡 안무를 함께 따라 추는 ‘챌린지’와 유명인들과의 협업, 예쁘고 멋진 영상만 공유했다. 맞으면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황금 화살을 난사했다. 생각보다 큰 반응이 없자 사람들은 ‘큐피드는 정말 바보야’라 수군거렸다. 튼튼한 자본과 거대 팬덤을 갖추지 못한 피프티피프티는 최고의 곡을 고르고 훌륭한 가창에 집중하는 기본을 지키며 조용히 두 번째 기회를 청했다. 이번에는 사랑의 신이 외면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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