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무당층 1년 새 27→57%… 정치권 포퓰리즘에 MZ 마음 떠났다

홍영림 여론조사전문기자 2023. 4. 21.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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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림의 뉴스저격] 총선 승부처 MZ 5만명 표심 분석

22대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MZ세대라고 하는 20-30대에 정치권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030 세대가 어느 쪽으로 쏠리느냐에 따라 선거가 결판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작년 3월 대선도 60대 이상은 국민의힘, 40-50대는 민주당 쪽으로 기울었지만 열쇠를 쥔 20-30대는 투표 성향이 반반으로 갈렸다.

21대 총선 직전인 2020년 1월부터 2023년 4월까지 한국갤럽이 매주 조사한 자료를 취합해 분석한 결과, 최근 들어 20-30대에서 위 세대보다 무당층(無黨層)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이 지난 3년간 조사한 전국 성인 15만5184명(20-30대는 5만521명)의 정당 지지 성향을 파악한 결과다. 여야(與野) 어느 쪽에도 마음을 주지 않는 청년층의 ‘무주공산(無主空山) 표심’을 얻기 위한 정치권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픽=김성규

◇2020년 이후 MZ세대 무당층 최고치

한국갤럽 자료에선 지난 총선이 열렸던 2020년 4월에 20대는 민주당 지지율이 35%였고 국민의힘 전신(前身)인 미래통합당은 13%였다. 30대는 민주당 63%, 미래통합당 14%였다. 모두 민주당이 3~4배가량 높았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말기인 작년 초에는 양당 지지율이 비슷해졌다. 대선 이후에는 20-30대에서 여야 지지율이 동시에 하락하면서 무당층의 증가 추세가 뚜렷했다. 20대에선 27%에서 57%로 두 배 이상이나 늘었고 30대도 24%에서 35%로 증가했다. 최근 20-30대의 무당층 비율은 전체 연령층 평균치인 29%보다 훨씬 높았고 2020년 이후 최고 수준이었다. 요즘 여야가 MZ세대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이들은 오히려 정치권을 외면하는 역설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MZ세대의 정치 외면은 대선과 지방선거 투표율 하락에서도 잘 드러난다. 작년 3월 대선에서 전체 유권자 투표율은 77.1%로 2017년 대선(77.2%)과 0.1%포인트 차이에 불과했다. 하지만 20대와 30대는 투표율이 약 5%포인트씩 떨어졌다. 6월 지방선거에선 20-30대 투표율 하락 폭이 더 컸다. 2018년 지방선거와 비교하면 20대(52.0→36.3%)와 30대(54.3→37.8%)는 두 자릿수 이상 하락했다. 김용섭 현대리서치 대표는 “여야 대결이 사생결단식으로 과열될수록 탈진영 성향이 강한 MZ세대는 염증을 느낄 것”이라며 “지금 추세라면 내년 총선에서 20-30대 투표율이 50% 아래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

◇이대남은 脫진보 이대녀는 脫보수

작년 대선과 지방선거의 유권자 분석에서 가장 관심을 끈 것은 20대 남성과 여성의 성향 차이 즉 ‘이대남 이대녀’ 현상이었다. 한국갤럽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20대 남성의 정치 성향 변화는 롤러코스터 같았다. 박근혜 정부 초기인 2013년 3월엔 새누리당(34%) 지지율이 민주당(22%)보다 높았지만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2017년 3월에는 12% 대 49%로 완전히 역전됐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민주당 지지율이 하락하고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르면서 다시 국민의힘 우세로 돌아섰다. 지난 3월 조사에선 국민의힘 35%, 민주당 16%였다.

20대 여성도 정치 성향 변동이 컸다. 박근혜 정부 초기에는 민주당과 새누리당 지지율이 각각 29%와 27%로 비슷했지만 탄핵 정국 때부터 민주당 쪽으로 기울어졌다. 2017년 3월에는 민주당(58%)이 자유한국당(9%)을 압도했고 문재인 정부에서도 민주당 쏠림 현상이 지속됐다. 지난 3월 조사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36%로 다소 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국민의힘(7%)을 크게 앞섰다.

2013년 3월과 2023년 3월을 비교하면 10년 동안 20대 남성은 보수 정당 지지율(34→35%)이 거의 변하지 않았고 진보 정당(22→16%)만 하락했다. 반면 20대 여성은 진보 정당(29→38%)의 상승에 비해 보수 정당의 하락 폭(27→7%)이 훨씬 컸다. 20대 남성과 20대 여성이 각각 보수 성향과 진보 성향의 강화가 아니라 탈진보와 탈보수가 진행된 것으로 해석된다. 허진재 한국갤럽 이사는 “10년 전엔 이대남과 이대녀 모두 보수 진보 정당 지지가 비슷했던 것을 감안하면 그동안 여야의 젠더 갈라치기는 한쪽을 얻으면 한쪽을 잃은 반쪽짜리 전략이었다”고 했다.

◇정치 혐오 부추기는 포퓰리즘 경쟁

최근 여론조사에서 20-30대는 정부 여당에 불만이 크지만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에도 기대가 낮다. 케이스탯·엠브레인·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사 공동 조사(4월 10~12일)에선 20대와 30대의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각각 18%와 21%에 그쳤다. 하지만 이들의 민주당 지지율도 24%와 28%에 머물렀다.

전문가들은 “여야의 극단적 대결과 정치권의 진영 간 양극화가 심해졌다”며 “20-30대가 정치 양극화에 환멸을 느끼면서 무당층도 늘어났다”고 했다. 총선을 앞두고 여야의 포퓰리즘 경쟁도 청년층의 정치 혐오를 부채질한다는 지적이 많다. 최근엔 여야가 공공 투자 사업을 시행할 때 경제성 등을 검증토록 하는 예비 타당성 조사의 면제 대상을 완화하려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고 미루기로 했다. 조일상 메트릭스 대표는 “MZ세대는 부모 세대보다 가난해지는 첫 세대가 될 것이란 불안감이 많다”며 “총선에서 환심을 사기 위해 재정 건전성을 포기하며 미래 세대에게 빚을 떠안기려는 여야 정치권에 20-30대의 시선이 차가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형준 배제대 석좌교수는 “정치권에 대한 청년층의 기대감이 사라지고 있는 것은 이들에게 진정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정책이 안 보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20-30대의 정치 무관심 증가는 정당 정치의 위기”라며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청년층의 고민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고 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18~19세 무당층, 부모 세대의 2배]

지난 2020년 4월 총선에선 선거 연령이 18세로 낮아짐에 따라 ‘10대 유권자 100만명 시대’가 처음 열렸다. 한국갤럽이 매주 실시하는 정치 지표 조사에 18세를 포함하기 시작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10대 응답자 3343명의 정당 지지율 연간 통합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뚜렷하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18~19세는 2020년엔 민주당(27%)보다 국민의힘(9%)이 크게 낮았지만, 2021년에는 국민의힘이 19%로 상승했고 민주당은 24%로 하락했다. 지난해에는 국민의힘(25%)과 민주당(26%)이 우열을 가릴 수 없었다.

10대 유권자는 중·고등학교에서 정치 시민 교육을 거의 받지 못해서 투표 참여가 낮으리란 예상과 달리 최근 선거에선 20·30대에게 뒤지지 않았다. 작년 3월 대선에서 18세(71.3%)·19세(72.5%) 투표율은 20대(71.0%)·30대(70.7%)보다 다소 높았다. 6월 지방선거도 18세(36.1%)·19세(35.7%)는 20대(36.3%)·30대(37.8%)와 비슷했다. 전체 유권자 중 비율이 2%가량인 ‘정치 신인류’ 10대 유권자가 어느 한쪽으로 쏠릴 경우 초박빙 대결에선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18~19세 유권자의 민주당 지지율은 26%로 부모 세대인 40대 지지율인 48%의 거의 절반 수준이었다. 10대 유권자는 민주당 지지율이 낮은 대신 무당층(43%)이 40대(23%)의 두 배에 달했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25%로 40대(24%)와 비슷했다.

한규섭 서울대 교수는 “미국에선 10대 유권자의 정치 성향이 부모 세대와 상관관계가 높지만 우리나라는 가장 진보적인 40대와 자녀 세대의 성향이 다르다”고 했다. 한 교수는 “경제성장의 최고 수혜자인 40대는 가장 진보적인 세대가 됐지만, 자녀 세대는 불황과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진보 성향이 강하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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