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영화] 1600만 흥행 감독의 ‘홈리스 월드컵’… 한국 영화 구할 ‘강슛’되긴 역부족
이 영화의 주인공은 박서준도 아이유도 아니다. 아마 한 번도 누군가에게 환호를 받아본 적이 없을 노숙인들이다.
영화 ‘극한직업’으로 1600만 관객을 동원했던 이병헌 감독이 ‘홈리스 월드컵’을 소재로 한 신작 ‘드림’으로 돌아왔다. 홈리스 월드컵은 전 세계 50국 500여 노숙인이 국가대표 축구 선수로 출전하는 국제 대회. 2010년 브라질 홈리스 월드컵에 참가했던 한국 노숙인들의 실화를 각색했다. 26일 개봉을 앞둔 ‘드림’은 침체한 한국 영화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
영화는 축구 팬들의 뜨거운 함성으로 시작된다. 하지만 이 함성은 만년 2등 선수 ‘홍대(박서준)’를 향한 것이 아니다. 대중의 관심은 온통 해외 리그 진출을 앞둔 라이벌 선수에게 쏠리고, 홍대는 기자회견장에 병풍처럼 앉아 있다. 그 와중에 한 기자가 사생활 관련 질문으로 홍대의 가슴을 후벼판다. 결국 기자를 폭행하고 사회적으로 매장된 홍대. 이미지 세탁을 위해 마지못해 홈리스 월드컵 감독을 떠맡는다.
홈리스 월드컵 선수들을 주인공으로 다큐멘터리를 기획 중인 PD 소민(아이유)은 ‘불쌍한 사연’을 기준으로 선수를 선발한다. 지적장애인 아내를 둔 범수(정승길), IMF로 사업이 망하고 가족들에게 버림받은 환동(김종수), 보증 잘못 서줬다가 이혼을 당한 효봉(고창석) 등. 조금 모자라지만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의 팀플레이가 빛난다. “열정은 오르는데 제 월급이 안 올라서요. 열정을 최저임금에 맞췄더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습니다” “내 정체? 학자금 대출 때문에 인생이 정체된 인간이다”처럼 이병헌 감독의 전매특허인 말장난이 속사포처럼 쏟아진다.
외국 노숙자들은 죄다 신체 건장하고 나이도 어린데, 불쌍한 사연을 기준으로 뽑은 한국 선수들은 여기저기 성한 데가 없다. 구르고 부딪히고 넘어지면서도 경기장을 떠나지 않으려는 투지에 울컥하지 않을 수 없다. 최약체에 더 큰 박수를 보내게 되는 스포츠 영화의 미덕을 잘 살렸다. 몸을 사리지 않고 축구 경기 장면을 소화해낸 김종수·고창석 등 베테랑 배우들의 연기도 돋보인다.
하지만 장점만큼이나 약점도 명확하다. 눈물은 나는데 카타르시스보단 찝찝함이 남는다. 노숙인들의 사연을 하나하나 소개하다 보니 극 중반이 늘어지고, 막판에 휘몰아치는 가족 서사는 신파로 느껴진다. 기구한 사연들을 이력서처럼 나열할 뿐, 인물 한 명 한 명에게 몰입할 시간은 부족하기 때문일 테다.
가족끼리 보기 좋은 따뜻한 영화지만, 한바탕 신나게 웃기를 기대하고 갔다간 당황할 수 있다. ‘극한직업’ ‘멜로가 체질’처럼 형사 영화와 멜로 드라마의 클리셰를 깼던 감독의 전작과 달리 스포츠 영화의 공식을 곧이곧대로 밟는다는 점도 아쉽다. 위기에 빠진 한국 영화계의 구원투수로 올랐으나, 참신함이 부족한 한국 영화의 약점을 드러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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