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40] 차이니즈 레드
이래저래 빨강이다. 중국의 속내와 겉치레가 모두 그렇다는 얘기다. 생명과 에너지, 기쁨과 행복의 맥락을 빨강에서 찾는 중국 민간의 심성이 우선이다. 아울러 붉은 깃발을 올려 집권에 성공한 중국 공산당의 상징 색깔 역시 빨강이다.
황제(皇帝) 또는 성현(聖賢)을 가리키는 노랑도 큰 자리를 차지한다. 누런 황토(黃土)를 자신의 우월한 정체성으로 내세우는 인문의 전통 때문이다. 따라서 빨강(朱, 赤, 紅)과 노랑(黃)은 중국인이 가장 높게 다루는 색조다.
오늘은 빨강 이야기다. 이 컬러는 고귀함과 부유함을 먼저 상징한다. 지상 최고의 권력자를 비롯해 당대의 출세한 이, 부잣집 등을 두루 일컫는다. 잘사는 집의 대문을 주문(朱門)으로 적는 용례는 두보(杜甫)의 시로 잘 알려졌다. 앞서 소개했던 “높은 사람 집 문에서는 술과 고기 냄새, 길에는 얼어 죽은 이 해골(朱門酒肉臭, 路有凍死骨)”이라는 구절이다. 전란 속 빈부 격차의 참상을 적었다.
옛 황제가 머물던 베이징(北京) 자금성(紫禁城)의 벽도 온통 자줏빛이다. 바로 차이니즈 레드(Chinese red)라고 불리는 주홍(朱紅)이다. ‘자금성’의 자(紫)는 ‘보라색’의 지칭도 있지만 사실 이 주홍에 가깝다. 그래서 주자(朱紫)라는 단어가 나왔다. 다른 뜻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권력을 지닌 높은 벼슬아치의 별칭이었다.
그 빨강은 때로 ‘홍(紅)’이 대신한다. 대홍대자(大紅大紫)는 요즘의 중국에서도 자주 쓰는 성어다. ‘크고 대단하게, 높고 우아하게’의 새김이다. 집권 공산당이 벌이는 큰 정치적 행사에 특히 잘 따라붙는 표현이다.
그러나 중국에서 자줏빛은 ‘시퍼렇게 드는 멍(瘀血)’의 색깔이기도 하다. 왕조 권력에 짓눌려 신음하며 살았던 백성들 마음속 피멍의 색조다. 통치 권력은 높고 강한데, 민간은 늘 낮고 초라하다. 요즘도 이어지는 중국의 풍경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모든 것엔 가격 있다”는 트럼프의 그린란드ㆍ파나마 운하 ‘욕심’
- 대전·충남 행정 통합 추진 위한 ‘민관협의체’ 발족
- 탁하고 흐린 크리스마스…수도권 미세먼지 ‘나쁨’
- 법원 “카카오 김범수 보석 취소할 이유 없다”…검찰 항고 기각
- 전기차 관세 장벽 통했다...지난달 유럽서 中 비중 7개월만에 최저
- 로봇이 산타복 입고 공중제비… 보스턴 다이내믹스 영상 화제
- 내년 1월 10일부터 ‘부산 백양터널’ 통행료 안 받는다
- 서울 지하철 9호선, 남양주까지 뚫린다...‘강동하남남양주선’ 승인
- 버스 안 흡연 말리는 기사 폭행·방뇨까지 한 50대 취객, 구속 송치
- 50세 여성 자녀 수 10년새 1.96명에서 1.71명으로...무자녀 비율은 3배 가량 증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