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난장] 양극화에서 다원화 사회로 가는 길

이동현 평택대 총장 2023. 4. 21. 03: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치·경제·사회 극화현상, 지속가능한 발전 걸림돌
교육 등 소통수단 다양화, 서로 이어지고 도움줘야
이동현 평택대 총장

우리 사회가 극화(polarization)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극화현상이 거칠게 밀려오고 있다. 방향이 극단으로 가는 극화현상이 우리 사회에서 특히 그 속도는 과속이고, 서로의 연결고리는 멀어지고, 끊어지고 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주고받는 설전을 보노라면 정치가 아닌 전쟁이고, 심지어는 패싸움 같은 느낌까지 준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2월 하순 “수사권으로 보복하면 그게 깡패지 검사겠냐, 국가권력 갖고 장난하면 그게 깡패지 대통령이겠냐”며 검찰과 윤석열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윤 대통령은 19일 4·19혁명 기념사에서 ‘돈에 의한 매수’ ‘사기꾼’ 등의 언급을 해 정치적 논란을 낳았다. 한국 정치의 각박함과 극한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념적으로도 양극화가 심화된다. 보수와 진보 사이의 전통적 대립은 이제는 귀여운 수준이다. 종교인과 무속인까지 등장하면서 중도는 사라지고 신경을 자극하는 극좌와 극우만이 살아남은 형국이다. 경제학의 ‘호텔링 모델’과 정치학의 ‘중위투표자 정리’는 설 자리를 잃었다.

경제적 양극화도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는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지만 일부 계층은 더욱 부가 쌓이고, 다른 계층은 더 빈곤해지는 양극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지금의 청년층은 기성세대보다 부가 줄어드는 첫 세대가 될 것이라고 자조한다.

지역 간 양극화 역시 심화되고 있다. 모든 정부마다 지역균형발전을 외쳤지만,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양극화는 더해가고 있다. 지방은 인구소멸지역이 등장하고, 좋은 일자리는 별로 없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이미 국가가 주인인 국립대학에는 지원은 갈수록 늘어나고, 사립대학도 명문 대형대학 중심으로 국비를 쏟아부어 극화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교육부가 오는 2026년까지 지방대학 30개를 선정해 1개 대학에 1000억 원을 쏟아붓겠다는 글로컬 대학 정책은 벌써부터 ‘대학살생부’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같은 극화는 자연현상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북극과 남극의 기후,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 등이 그것이다. 수소원자의 전자 궤도, 분자의 이온화 상태 등도 다극화 현상의 사례로 꼽히곤 한다.

과잉정보의 시대에 취사선택의 시간적 여유와 분별능력이 없는 상황에서 확증편향이 심해지면서 극화현상이 더욱 기승을 부린다. 또한 심리적·경제적으로 한 진영 또는 이념에 빠지게 됐을 경우 다른 진영으로 옮겨가는 데 따른 거래비용(transaction cost), 사회적 디폴트 효과(social default effect)도 극화현상을 부추긴다.

일극화에서 양극화로, 또 다극화로 여러 모습으로 보이는 극화현상은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극복해야 할 사안이다.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는 테러사건, 종교의 얼굴을 한 극단주의와 이단, 여혐과 남혐의 혐오중독, 극우와 극좌의 정치적 극단주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 등이 모두 이에 해당한다. 최근 사회문제로 논란이 되는 갭투자를 활용한 전세사기 등도 어떤 측면에서는 같은 현상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극화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해법으로 화물운송의 ‘노드-링크-모드’ 이론을 제시하고자 한다. 화물운송이란 물건을 자동차 철도 선박 항공기 등을 이용해 어느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를 이동시켜 그 재화가 가진 효용을 높이는 물리적 행위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도 권력 재산 정보 등을 다양한 수단을 이용해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먼저 운송활동을 수행하는 물류거점, 즉 항만 공항 화물터미널 등을 노드(node)라고 하는데, 단일 노드로서는 운송이 이루어질 수 없다. 적절한 수의 노드가 있어야 한다. 크든 작든 다양한 노드가 있어야 한다.

노드와 노드를 연결하는 운송경로를 링크(link)라고 한다. 쉽게 말해 길이다. 길이 많을수록 좋다. 길이 많으면 다원화(diversification)가 일어나는 것이고, 길이 없으면 양극화 또는 다극화 등 극화현상이 발생한다. 우리 사회에는 노드와 노드가 멀리 떨어져 있어 링크의 활용도가 떨어지거나, 아니면 아예 길이 없는 경우도 있다.


트럭 열차 선박 항공기 등의 운송수단을 모드(mode)라고 한다. 최근에는 드론 자율배송 로봇 등도 등장해 운송수단의 혁명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극화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운송수단 소통수단 연결수단이 필요하다. 그것이 교육 언론 선거제도 시민단체 SNS 등 무엇이든 될 수 있다. 결국 극화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 사회에 연결이 많아야 하고 모드도 다양해야 한다. 지금과 같이 연결은 끊어지고, 연결이 있다고 해도 서로에게 저주와 증오를 보내는 일은 그만해야 한다. 극화의 속도를 줄이고, 서로가 이어지고 도움을 주고받는 다원화 사회를 기대한다.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