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카공족’ 논란

염창현 기자 2023. 4. 21.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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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사정이 나아졌지만 고시에 합격하는 일이 지독하게 어려운 때가 있었다.

또 요즘처럼 인터넷 등을 활용해 필요한 지식을 손쉽게 얻을 수 있는 환경에서는 정보통신망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서 생활한다는 게 거의 불가능한 일처럼 느껴질 만도 하다.

특히 도서관 대신 카페를 이용하는 이른바 '카공족'에게는 말 그대로 먼 나라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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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사정이 나아졌지만 고시에 합격하는 일이 지독하게 어려운 때가 있었다. 선발 인원이 적다 보니 경쟁률이 워낙 높아서다. 이 때문에 좀 부풀려 말한다면 당시 고시생들은 ‘목숨을 걸고’ 공부했다. 또 이들은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주위에 사람이 없는 데를 공부 장소로 골랐다. 대표적인 곳이 사찰이다. 당시 나온 합격 수기를 보면 많은 이가 깊은 산중의 적막한 곳에서 잠자는 시간만 빼고는 책상에 앉아 있었다고 술회한다.


지금 시각에서 보면 뭐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겠느냐는 생각도 든다. 또 요즘처럼 인터넷 등을 활용해 필요한 지식을 손쉽게 얻을 수 있는 환경에서는 정보통신망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서 생활한다는 게 거의 불가능한 일처럼 느껴질 만도 하다. 특히 도서관 대신 카페를 이용하는 이른바 ‘카공족’에게는 말 그대로 먼 나라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만약 이들에게 산사에서 공부하라고 한다면 어떤 반응이 나올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기성세대는 과연 집중이 되겠느냐고 지적하겠으나 카페에서 공부하는 행동을 마냥 이상하게 볼 것은 아니다. 시대가 그만큼 변했고 공부는 무조건 조용한 곳에서 해야 한다는 주장도 요즘에는 설득력을 얻기 힘들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바라는 바를 얻을 수 있다면 장소는 그다지 중요한 사항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대학가 주변 카페에는 커피를 마시면서 공부도 하는 학생이나 수험생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런데 볕이 있으면 그늘도 있는 법. 최근에는 카공족의 지나친 행동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음료 한 잔을 시킨 채 몇 시간을 앉아 있다든가 가방을 그대로 둔 채 장시간 밖에서 볼일을 본 뒤 다시 돌아오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집에서 전자기기를 가져와 충전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24시간 카페를 운영하는 점주는 카공족이 커피 한 잔을 주문한 뒤 19시간가량 머물기도 했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러다 보니 카페 주인들은 전원 콘센트 차단이나 앉아 있는 시간 제한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점포 운영자들의 행동을 두고 너무 각박한 것 같다며 못마땅해하는 시선도 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대학생이나 취업 준비생의 처지를 배려할 수 있지도 않겠느냐는 주장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자영업자들이 오죽했으면 그럴까 싶기도 하다. 손님이 계속 바뀌면서 새 음료를 주문하지 않으면 매출이 줄 수밖에 없다. 결국은 서로 조금씩 양보하려는 마음이 필요할 듯하다. 뭐든 지나치면 탈이 나게 마련이다.

염창현 세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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