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소비를 강요당하는 사회 살아남기

경기일보 2023. 4. 21.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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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재도 미래정책개발원 이사장·경영학 박사

경제 구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품의 생산과 소비의 균형이다. 그 교차점에서 생기는 것이 가격이다. 즉, 공급과 수요가 가격을 결정한다는 경제 준칙의 등식은 고전적 경제수식이 됐다.

산업혁명 이후 공급 과잉은 원가 절감과 생산량의 폭발적 증가를 초래해 기존에는 생각지도 못하는 문제들이 생겨났다. 물론 초기에는 노동력의 풍요 속에서 착취에 가까운 생산활동이 묵인되기도 했다. 그 결과 카를 마르크스라는 학자를 배출하면서 경제구조의 개편을 폭력적으로 이루고자 하기도 했다.

그런 노력들이 만들어낸 사회주의경제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고 붕괴를 맞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인간의 욕망, 즉 타자의 욕망보다 더 큰 욕망이 있어야 만족한다는 사실이다. 저 사람이 큰 차에 좋은 집에 살고 있다면 ‘나는 그보다는 더 좋은’이라는 본능을 국가가 통제하려 했던 것이다. 그래서 나타난 것이 공급의 과잉에 관한 문제 해법으로 소비지향형 구조를 만들어간 것이다. 소비지상주의는 사회심리학적으로 많은 폐해를 낳았다.

첫 번째는 ‘소비자는 왕이다’라는 문구다. 그 말의 의미로 ‘갑을관계사회’를 만들어냈다. 수평적 사회 구조를 수직적 사회 구조로 전환시키는 계기를 만들었다. 두 번째는 ‘마케팅만능기업’. 상품의 질이나 가격의 합리성이 아닌 소비자가 좋아하게끔만 하면 아무리 비싸도 팔 수 있다는 ‘귀족마케팅’은 매스미디어의 역할이 생산 과정보다 큰 비중을 만들게 했다. 세 번째는 상품의 가치가 아니라 기호가치(이미지가치)의 중요성 부각이다. 장 보드리야르가 ‘소비사회’에서 말한 현대사회의 가치 구조의 전환은 소비라는 경제 행위에 인간 본능의 심리 상태를 투영시키게 됐다는 말이다. 그 결과 인간은 끝없는 갈증에 목 마르게 되는 물리적 욕망형 인간이 됐다.

그럼 이런 ‘소비를 강요 당하는 사회’에서 개인의 삶이 물리적 욕망을 피해 가면서 자아를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인문학적 사고 연습이 필요하다. 즉, 철학적 사유를 통해 인간이 외적·물리적 만족이 아니어도 내면의 기쁨을 통해 얻는 만족을 추구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마음챙김명상’, ‘철학의 이해’, ‘실존의 탐구’ 등 자아의 내면(본능)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자기존재증명의 부인’을 통해 자존감을 고양함으로써 충동적, 욕망적인 본성을 인정하며 그런 자아를 사랑하라는 랠프 에머슨, 니체를 만나는 일들은 전혀 다른 기쁨이고 만족이다.

최근 경제학의 트렌드는 단연코 대니얼 카너먼, 리처드 탈러와 캐스 선스타인, 아브히지트 바네르지와 뒤플로의 ‘행동경제학’이다. 인간의 소비 성향은 이성과 논리적 사고에 기인하기보다는 ‘직관과 감성’의 지배를 받는다는 이론이 현대를 지배하게 됐다. 그런 현대경제와 사회 구조 속에서 건강한 삶을 살아야 하는 것에는 ‘또 다른 기쁨’이라는 ‘철학적 방향 전환’이 절실하게 느껴진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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