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종교] 좋은 비는 때를 안다

경기일보 2023. 4. 21.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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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스님 불교방송 라디오 진행자

좋은 비는 때를 알아

봄 되니 비가 내리네.

당나라의 시인 두보가 쓴 ‘호우시절(好雨時節)’의 문장이다.

‘좋은 비는 때를 안다.’

요새 나라 소식에 번민한 일들이 많았다. 건조한 대기에 여기저기 산불이 치솟고, 지독한 황사와 미세먼지가 연일 이어졌다. 큰 피해가 있었지만 늦게라도 때맞춰 내린 빗줄기에 산불이 꺼지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뿌연 황사와 갑갑한 대기가 봄날의 단비로 공기가 맑아졌다.

좋은 비는 때를 안다. 때를 알고 내린 비는 소중하다.

세상 사람들은 고민이 참 많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저 한숨만 나온다. 다들 힘들고 괴롭다. 화나는 마음은 산불과 같다. 활활 불타오른다. 답답한 마음은 황사와 같다. 갑갑할 따름이다. 온갖 고민은 미세먼지와 같다. 숨이 막힌다.

이럴 때 우리 삶에도 촉촉한 단비가 내렸으면 좋겠다. 우리 중생들 마음에 좋은 비가 촤악 쏟아졌으면 좋겠다. 모든 사람들 마음이 맑은 날 공기처럼 시원하고 깨끗해졌으면 좋겠다.

인생이 쉽지가 않다. 하나를 해결하면 문제 하나가 생기고, 또 해결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인생은 고난의 연속이다.

끊임없는 문제 해결의 연속이다. 그렇게 사는 것이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 완전한 인생도 없다.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 인생은 저마다 지고 가는 자신만의 숙제가 있다. 인생을 단편적으로만 보면 아무 걱정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평생 걱정거리 없는 사람은 결코 없더라.

젊었을 때 잘나가던 사람이 나이 들어 꼬여 버린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미치도록 사랑해 결혼하고 온갖 부러움을 사다가 철천지원수가 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엄청난 재산을 가지고 남부럽지 않게 살았는데 바닥을 치고 추락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거대한 권력을 움켜쥐고 평생 떵떵거리며 살 것 같았는데 시들어 꺾여 버린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영화를 누리며 살았지만 사실 내면은 누구보다도 외롭고 지독한 내면의 갈증 속에 살았던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인생은 결코 단편으로는 알 수 없다.

누군가 이런 말을 했다. “여러분, 동화를 보면 항상 마지막 문장은 ‘왕자님과 공주님은 평생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납니다. 왜 그런지 아십니까? 왕자든 공주든 인생 살다 보면 사람 사는 것은 거기서 거기입니다. 그래서 왕자와 공주가 결혼할 때 적당히 이야기를 끝내는 겁니다. 왜냐? 가장 아름다울 때 이야기를 맺어야 동화가 팔리거든요.” 이 말을 듣고 참 희한하다 생각하면서도 나름 일리도 있겠구나 싶기도 했다.

사람 사는 인생인데 어찌 ‘평생 행복하게’ 살았겠는가. 하다못해 자식이라도 사고 치는 게 인생인데. 좋은 일이 생기면 좋고, 나쁜 일이 생겨도 그런가 보다 뚜벅뚜벅 걷는 게 인생이다. 오르막길도 있고, 내리막길도 있다. 그걸 알고 걸어가는 게 인생이다.

가다 보면 꽃길도 있고, 가시밭길도 있다. 그런데 계속 가시밭길만 나오는 경우도 있다. 가다가 지치면 결국 무너져 버리기도 한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저렇게까지 스스로 세상을 떠났을까. 울적하고 가슴 아픈 사연들이 많다.

인생은 홀로 가는 길이다. 그런데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서로가 서로 연결돼 있다. 홀로 가는 인생은 혼자만 가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영향을 주고받는 거대한 관계의 흐름이다.

내가 살아야 남이 살고, 남이 살아야 나도 살아가는 묘한 도리가 있다. 남이 웃어야 나도 웃을 수 있다. 남이 울고 있는데 나 혼자 웃고 있으면 그것은 사이코다. 너와 내가 함께 웃으며 살아가는 세상의 위대한 섭리가 있다.

좋은 비는 때를 안다. 사람에게 가장 좋은 단비는 바로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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