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생성형 인공지능과 국내 소프트웨어산업의 현실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AI(인공지능)에 관심이 집중된다. 지난 1월 대통령이 행정안전부의 업무보고에서 공무원이 챗GPT를 활용해 시간을 절약하는 방안을 언급한 이래 정부부처 및 지자체, 공공기관에 이르기까지 챗GPT 특강을 열고 활용방안을 홍보한다. 정부가 AI를 정책적으로 도입하겠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AI를 구현할 국내 소프트웨어산업의 현실을 고려할 때 과연 우리는 AI 도입에 얼마나 준비돼 있을까.
최근 우리나라 정부는 역동적 벤처투자 생태계 조성방안 등으로 중소·벤처기업을 활성화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AI분야에 초일류 전략을 수립해 디지털분야를 미래 먹거리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런 계획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국내 소프트웨어산업의 발전 없이는 전체 산업이 성장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반도체, 스마트폰, 자동차, 의료, 금융, 물류 등 모든 산업의 AI 활용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산업이 기초가 된다.
그러나 국내 소프트웨어산업은 여러 장애요인을 안고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를 가지고 있다. 2020년대인 현재도 공공기관, 대기업, 중소기업과 소프트웨어, 정보기술 서비스를 계약하려면 1990년대처럼 여전히 시스템 구축(SI)으로 취급받기 일쑤다. 이는 소프트웨어 개발이 건설과정처럼 원청, 하청, 재하청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기인한다. 개발과업의 잦은 변경을 비롯한 갑질, 불공정 거래는 고질적이다. 소프트웨어 설계변경은 무형의 작업이라 발주처에서 쉽게 요구하는 경우가 많고 사업이 완료된 과제에 대해 무분별한 유지보수를 요구하기도 한다.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개발업체들은 협상력이 약해 실제로 한 일에 비해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개발인력이 상주해야 하는 문제도 심각하다. 코로나 기간에 원격지원이 일부 가능했지만 규모가 큰 개발일수록 보안문제를 이유로 외부 원격개발을 허락하지 않는다. 대기업이 개발업체의 기술인력과 노하우를 빼가는 문제로 발생하는 분쟁도 여전하다. 심지어 소스코드를 요구하는 계약을 강요하는 발주처도 있을 정도다.
개발작업을 발주할 때 기술자 등급제를 폐지하고 기능점수 기준으로 산정하며 업무별 평균 노임단가를 공표한 지 10년이 넘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개발에 투입되는 인력은 초급, 중급, 고급, 특급으로 분류해서 명/월(월간 투입시간) 금액으로 산정하는 것이 현실이다. 예전 기술자 등급표는 예를 들어 특급기술자의 경우 기사자격 취득 후 10년 이상 경력을 갖추거나 박사학위를 보유하고 3년 이상 업무를 수행한 자로 규정돼 있다. 그런데 현장에는 20년 이상 된 경력자가 많이 있으나 특급기술자 이상의 단가를 책정하기 어렵다. 결국 실력 있는 개발자들은 대우가 좋은 온라인 플랫폼, 디지털 콘텐츠 및 게임회사, 스타트업에 몰려 전반적으로 개발자가 부족한 현상이 지속되는 것이다.
AI산업의 확산을 위해서는 이런 소프트웨어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해소해 우수한 국내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성장하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글로벌 정보기술서비스 회사들은 수익공유나 SaaS(Software as a Service)와 같이 사용량에 따른 라이선스 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다. 소프트웨어 지식재산권을 인정하고 활용이 높아질수록 개발업체가 더 많은 수익을 가져가도록 하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창의적 소프트웨어의 가치를 인정하고 제값을 내는 구조를 만든다면 뛰어난 인재들이 유입되고 소프트웨어산업이 고부가가치산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AI기술의 확산은 전 세계적으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국내에 AI 활용이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기술적 지원체계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산업의 선진화를 통해 AI 전문인재 양성 및 채용이 원활히 이뤄지는 생태계 선순환 체계 구축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 · 서울대 AI연구원 객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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