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선] 1913년 포드와 2023년 테슬라

백소용 2023. 4. 21.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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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3년 미국 디트로이트의 포드자동차 공장에는 20세기 제조업의 역사를 바꾼 시설이 등장했다.

자동차 업계의 후발주자였던 포드는 이렇게 20세기 자동차 산업을 이끄는 기업이 됐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포드가 등장할 무렵 250개가 넘었던 미국의 자동차 제조사 중 살아남은 곳은 44곳(1929년)에 불과했다.

20세기 초 포드가 대량생산으로 자동차 시장의 판도를 바꿨다면, 21세기 자동차 시장은 전기차를 장악하는 곳이 주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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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3년 미국 디트로이트의 포드자동차 공장에는 20세기 제조업의 역사를 바꾼 시설이 등장했다. ‘컨베이어 벨트’를 이용한 최초의 조립공정 시스템이다. 이곳에서 포드의 신모델 T는 16초에 한 대꼴로 생산됐으며, 연간 생산 대수는 1923년 200만대를 넘어섰다. 포드는 T에 당시 자동차 평균 가격인 2000달러의 절반에 못 미치는 850달러라는 파격적인 가격을 책정했다.

자동차 업계의 후발주자였던 포드는 이렇게 20세기 자동차 산업을 이끄는 기업이 됐다. 수작업에서 대량생산 체제로 전환하고 가격을 낮추며 사치재였던 자동차의 대중화를 앞당겼다. 가격 경쟁에서 도태된 업체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포드가 등장할 무렵 250개가 넘었던 미국의 자동차 제조사 중 살아남은 곳은 44곳(1929년)에 불과했다.
백소용 산업부 차장대우
포드가 대량생산 방식을 도입한 지 110년이 흐른 지금 자동차 업계는 새로운 변화에 직면했다. 이번에는 내연기관차는 만들어 본 적도 없는 전기차 회사 테슬라가 앞장섰다. 전기차 대량생산 체제로 ‘반값 전기차’를 내놓겠다는 선언을 한 테슬라는 올해 들어 본격적으로 가격 인하 정책을 펼치고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여러 국가에서 많게는 20% 이상 가격을 내렸다. 이후 포드, 루시드, BYD 등도 가격 인하를 잇따라 발표했다.

보급형 모델을 중심으로 가격 경쟁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폭스바겐은 2025년까지 2만5000유로(약 3600만원) 이하의 전기차를 출시하겠다고 예고했고, BYD가 올해 내놓을 전기차는 1만1600달러(약 1500만원)에 불과하다.

전기차 가격 인하가 시작된 것은 전기차가 초기 시장 진입을 넘어 보급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 전기차 도입 초기 때만 하더라도 혁신과 친환경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구매에 나서는 소비자가 많았다. 전기차가 어느 정도 생활 속에 녹아든 지금은 내연차 대비 구입과 유지 비용이 얼마나 저렴한지 등의 실용적인 요소가 중요한 요인이 됐다.

주요 국가들도 전기차 전환을 앞당기기 위해 급진적인 전기차 장려 정책을 내놓고 있다. 최근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오는 2032년까지 판매되는 신차의 67%를 전기차로 채우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유럽연합(EU)은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를 팔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전기차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산업 정책도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은 자국에서 생산된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전기차법(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도입했는데 결국 미국 완성차 업체의 전기차만 대상이 됐다. EU도 비슷한 내용의 핵심원자재법(CRMA)으로 대응에 나섰다.

시장의 전환기는 기업에 위기이자 기회다. 20세기 초 포드가 대량생산으로 자동차 시장의 판도를 바꿨다면, 21세기 자동차 시장은 전기차를 장악하는 곳이 주도할 것이다. 포드는 조립공정의 생산 효율을 높이는 방식을 썼다. 현재 완성차 업체들은 여기에 더해 배터리 등 생산원가 절감, 플랫폼 공용화를 통한 생산 효율화 등을 펼치고 있다. 각국의 자국산 제품 우대 정책은 자동차 시장을 국가 간의 대결 무대로 확대하고 있다. 복잡한 전쟁이 시작됐다.

백소용 산업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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