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중진의乙을위한변명] 너무 늦은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2023. 4. 21. 00:5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기후변화, 환경파괴, 핵전쟁, 바이러스, 인공지능.'

그래서 물어봤지요.

'인류가 멸망한다면 그 원인은 무엇일까요?' 묻는 방식에 따라 답변이 조금씩 다르지만, 빠지지 않고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답들이 앞서 제시한 것들입니다.

이런 일을 겪다 보니 기후변화나 환경파괴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부쩍 들었습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환경파괴, 핵전쟁, 바이러스, 인공지능.’

요즘 챗GPT가 화제를 몰고 다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물어봤지요. ‘인류가 멸망한다면 그 원인은 무엇일까요?’ 묻는 방식에 따라 답변이 조금씩 다르지만, 빠지지 않고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답들이 앞서 제시한 것들입니다. 확실히 올해 봄은 좀 이상했습니다. 매화, 산수유, 목련, 개나리, 진달래, 벚꽃 순으로 피어야 하는 꽃들이 순서를 무시하고 한꺼번에 피어났지요. 저처럼 세상을 암기하며 살아온 사람은 흐트러진 순서로 인해 무척이나 적응이 힘들었습니다. 그뿐인가요. 남쪽보다 서울, 경기 지역에서 먼저 피어난 꽃들도 많았습니다.

이런 일을 겪다 보니 기후변화나 환경파괴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부쩍 들었습니다. ‘탄소중립’이나 ‘녹색성장’ 같은 말들이 전혀 어색하지도 않았고요. 정부나 NGO단체에서 그저 선언적으로 떠드는 문구가 아님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심지어는 프로축구 같은 스포츠 분야에서도 ‘탄소중립 경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경기장에서 사용하는 전기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거나 선수단 버스를 전기버스로 바꾸는 게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생각해 보면 일상생활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다만, 우리가 실천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지요.

지구는 약 46억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인류는 400만∼500만년 전에 지구상에 모습을 나타냈지요. 그중에서도 현생 인류는 불과 4만년 전에 탄생했습니다. 초기부터 치더라도 현생 인류가 생태계의 최정점에, 갑(甲)으로 위치한 기간이 매우 짧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기간 동안 인류가 갑으로서의 책무를 다하지 못한 건 아닐까요. 인류의 갑질이 부메랑처럼 돌아와 인류와 다른 생물종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으니까요.

봄꽃을 보러 나갔습니다. 꽃들과 어우러져 사람들까지 아름다운 풍경으로 보였습니다. 모쪼록 이 평화로운 풍경이 계속되기를 바랐습니다. 꽃들이 순서대로 피어나 흐트러진 암기력을 바로잡아주기를 바랐습니다. 그래야 사람도 풍경의 일부가 되어 오래도록 아름답게 보일 테니까요. 너무 늦은 사랑은 사랑이 아닙니다. 회한일 뿐입니다.

양중진 변호사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